松竹묵상글 75

소망 | 2024년 4월 묵상글

소망 김철이 비안네 옛날에 어떤 부자가 돈은 많이 있었으나 자식도 없고 별로 웃어볼 만한 일이 없어 하루는 말을 타고 여행을 가는 도중에 앞을 바라보니 한쪽 다리를 저는 걸인이 행색은 남루하고 미래는 드높은 산에 안개를 두른 듯했는데 즐거운 듯이 성한 한쪽 다리로 지탱하며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그대는 무엇이 그렇게 기뻐서 춤을 추는가?” 걸인이 답하길 “첫째, 하느님께서 나를 지으실 때 하등동물로 짓지 않고 사람으로 지은 것이요, 둘째 내가 다행히 한쪽 다리만 절므로 동서남북을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기 때문이요, 셋째 현세에서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 하나 없으나 가난한 사람이 진 복 자라 하셨으니 내 죽으면 하느님 품에 안길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소.” 아주 돈이 많은 미망인이..

松竹묵상글 2024.04.02

드높은 은혜 | 2024년 3월 성요셉 성월 묵상글

드높은 은혜 김철이 비안네 어느 아버지의 슬하에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중 한 아들은 유난히 몸이 약하고 소극적이어서 늘 아버지의 마음에 근심거리로 머물렀다. 하루는 아버지가 다섯 그루의 작은 묘목을 사 왔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일 년간 잘들 길러보라고 하였다. 아울러 나무를 가장 잘 기른 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아들들은 제각각의 노력으로 정성껏 나무를 길렀다. 일 년이 조금 지나 아버지는 아들들의 나무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장 몸도 약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이던 아들의 나무가 가장 크고 아름답게 성장해 있었다.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허약한 아들을 칭찬했다. “너는 분명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거야.” 아들은 아버지..

松竹묵상글 2024.03.05

신앙의 깊이 | 2024년 2월 묵상글

신앙의 깊이 김철이 비안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은 만남이 드물었기 때문에 생기는 사단일 것이다. 과거엔 친분의 관계로 왕래가 있었지만, 만남이 드물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만날 일이 없는 순간부터 배려도 없어진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신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사는 하느님과의 만남 속에서 이웃을 만나는 일이다. 찾아가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다. 아울러 찾아간 이웃 속에서 다시 하느님을 뵙게 된다. 하느님은 미사 가운데 머물러 생활하시지만, 이웃 가운데도 머물러 생활하신다. 미사를 통해 이웃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 뵙는 역사가 일어난다. 만남에는 변화를 이끄는 능력과 힘이 있다. 미사 가운데 만난..

松竹묵상글 2024.02.06

신앙 쇄신 | 2024년 1월 묵상글

신앙 쇄신 김철이 비안네 어느 도심지 의사의 신앙 체험담인데 그는 개인병원을 개업하게 되었다. 그는 저녁 늦은 시간 병원 문을 닫으면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금고 앞에 앉아 그날 번 돈을 세면서 하루의 피곤을 씻곤 하였다. 매 순간의 관심사는 오직 돈이었다. 어느 날 늦은 저녁 책상 위에 돈을 쌓아 놓고 열심히 세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하느님 앞에 가면 무엇이라 보고를 드릴 것인가? 환자들을 고치고 돈만 세다 왔다고 보고하면 하느님이 기뻐하실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하느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그 후부터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가장 약할 때를 이용하여 사랑으로 다독여 주고 정성을 다하여 치료하여..

松竹묵상글 2024.01.09

진정한 주인공 | 2023년 성탄 맞이 묵상글

진정한 주인공 김철이 비안네 보리 이삭에 낱알이 많이 열리면 한 포기에 사백오십 알까지 열리는데 처음 돋아난 줄기를 그냥 자라게 하면 겨우 팔십 알에서 구십 알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농부는 보리 싹이 나오면 발로 밟는다. 이때 처음 나오는 약한 싹은 꺾이고 밟혀서 더는 자라지 못한다. 그 후 다시 새싹이 나오는데 이것은 전보다 더 강한 줄기로 자라게 되어 사백 알 이상이 열리는 튼실한 보리로 탄생한다. 해서 무지막지할 정도로 보리밟기를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보리밟기하듯이 피조물에 숱한 고난을 주신다. 고난을 잘 견디어 낸 피조물은 큰 신앙으로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고난이 올 때면 하느님께서 보리밟기하시는 중이라고 믿고 기뻐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와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등 당..

松竹묵상글 2023.12.05

기도의 못줄 | 2023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

기도의 못줄 김철이 비안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알고 있는 교회 상식처럼 천국, 즉 하느님 나라로 향한다. 그런데 곧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옥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 잘못을 저지르면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께 용서를 청하는데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죄를 저지를 때도 있다. 세상을 떠난 영혼들은 미처 뉘우치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연옥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은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세속에 사는 우리가 기도를 통해 연옥..

松竹묵상글 2023.11.07

장미 송이 | 2023년 묵주기도성월 맞이 묵상글

장미 송이 김철이 비안네 한 순박하고 선한 이가 항상 성모님의 성화 앞에 바치기 위해 계절에 따라 장미나 들꽃, 파란 나뭇가지 등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이 이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된 사랑을 보셨다. 성모님께서는 그를 축복해 주시고 수도원 입회로 인도하셨다. 그는 수도 생활하면서 순종을 잘하였으므로 수사에게 많은 일들이 맡겨졌다. 너무 바빴던 나머지 수사는 성모님께 꽃다발을 만들어 바칠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마음이 늘 괴로웠고 그는 그 수도원을 나올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수사신부님이 그의 고충을 알아차리고 수사에게 꽃다발 대신 매일 성모송을 오십 번을 바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까지 바쳐온 모든 장미꽃다발보다 성모님께서는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일러..

松竹묵상글 2023.10.10

현대순교의 길 | 2023년 순교자성월 맞이 묵상글

현대순교의 길 김철이 비안네 우리는 매년 구월이면 반복하여 순교자성월을 맞는다. 이뿐 아니라 순교자성월이 돌아올 때마다 나태해진 우리의 신앙생활에 채찍질을 가하는 뜻에서 박해 시대를 거쳐 영광의 순교 월계관을 받으신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이 걸으신 피의 순교 길을 따라 걸어보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신앙생활에 임해보지만, 며칠 되질 않아 동상이몽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통에 매년 구월의 다짐을 물 흐르듯 흘려보냈던 체험을 숱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했던 신앙적 병폐를 떨쳐버리고 다시 한번 일어나 재산도 천륜도 목숨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십자가의 길을 따랐던 순교 성인 성녀들의 삶을 우리 가슴에 쟁이는 뜻에서 주변에서 흔히 뵐 수 있는 몇몇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의 순교의 길을 묵상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로..

松竹묵상글 2023.09.05

진심이란

진심이란 김철이 비안네 일제강점기 말 천황숭배(天皇崇拜)를 거부했던 한 평신도(平信徒)의 이야기다. 그는 일제 말기에 일제의 황민화정책(皇民化政策)의 일원으로 광적인 강요를 받던 신사참배(神社參拜), 동방요배(東方遙拜), 정오묵도(正午默禱), 창씨개명(創氏改名) 등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고 8·15 광복을 맞을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예화가 있었다. 그도 역시 신사참배와 국민의례 거부로 여러 차례 경찰서에 불려 가 발길로 채고 얻어맞았다. 다시 양주경찰서 고등계 차석이던 홍모와 이 문제로 시비하던 끝에, 그는 다시 일본인 고등계 주임에게 끌려갔다. 한바탕 곤욕을 치른 후, 국민의례를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유독 그만 황민화정책(皇民化政策)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대라고 다그쳤..

松竹묵상글 2023.08.08

거짓이란

거짓이란 김철이 비안네 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 회피형 거짓말, 자신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서 행하는 거짓말이다. 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정치인들이 이런 거짓말을 할 때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둘째 비난형 거짓말, 오로지 남을 괴롭히고, 망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열등감을 지닌 사람들이 주로 이러한 거짓말을 많이 하고 빠르게 퍼트린다. 셋째 농담 형 거짓말, 자신의 유익이나, 남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장난으로 하는 거짓말이다.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들이 자주 행하는 장난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상처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넷째 아부형 거짓말, 타인..

松竹묵상글 2023.07.04

예수님은 효자일까 불효자일까? | 2023년 6월 예수성심성월 묵상글

예수님은 효자일까 불효자일까? 김철이 비안네 "아휴,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어!" "전생에 무슨 원수가 맺혔길래 태어나서 어미를 이렇게 괴롭히니?" "넌 내가 주워 온 애야, 알겠니?" 자녀의 존재를 부인하는 말의 해악을 주변에서 간혹 접하는데 예민한 아이일 경우 부모로부터 이러한 말을 듣게 되면 극단적 충동까지 느낄 것이다. 자녀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고 속 터질 일이 한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자녀의 존재를 부인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할 말은 "네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너는 여전히 나의 사랑하는 자녀다" 어느 날 신문에 나이 드신 어머니를 판다는 광고가 실렸다. 그날 저녁 한 부부가 광고에 적힌 주소를 보고 그 집을 찾아갔는데, 집은 상상했던 것보다 웅..

松竹묵상글 2023.06.06

만인의 어머니 | 2023년 성모성월맞이 묵상글

만인의 어머니 김철이 비안네 이십여 년 전 안동교구에 잠시 머물던 시절 겪었던 체험담인데 홀로 가난하게 늙어 가시는 외로운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착한 이웃들과 본당 교우들이 자원봉사자와 가사도우미가 되어 드렸지만, 할머니의 신상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자에게 벗이 되어 주라는 말씀을 따르는 교우들이 말없이 머리 잘라드리고 목욕시켜 드리고 때때로 밥을 챙겨드리며 말동무가 되어드렸는데, 때가 된 어느 날 노환으로 쓸쓸하게 운명하셨다. 한 달에 한 번씩 봉성체(奉聖體)를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와 인연을 맺고 사셨기에 장례미사로 보내드리는데, 장례미사가 봉헌되던 중 까만 양복을 입은 신사가 까만 승용차를 몰고 가족인 듯한 사람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할머니의 아들이라고 하였..

松竹묵상글 2023.05.01

순종의 비결

순종의 비결 김철이 비안네 평소 말을 잘 안 듣는 소년이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날도 그 소년은 부모의 당부와는 반대로 혼자 깊은 곳으로 갔던 것이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지만, 소년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두려움과 후회가 소년을 덮쳐 있을 때 지나가던 사람이 그 소년을 발견했다. 그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소년에게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 잘 따라오라고 말했다. 소년은 아저씨를 따라 산에서 내려왔다. 순종보다 하느님을 더 기쁘게 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하느님께 순종하며 사는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다. 우리는 순종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핑계를 대곤 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마음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순종만큼 쉽고 좋은 일도 없다. 결국 문제는 순종의 어려..

松竹묵상글 2023.04.18

충직한 천상 아버지상(像)|2023년 성 요셉 성월맞이 묵상글

충직한 천상 아버지상(像) 김철이 비안네 우리는 매년 삼월이면 성 요셉 성월을 맞이하는데 요셉 성인은 성모님의 배필이시고, 예수님의 양부(養父)이시다. 그분의 직업이 목수셨기에 노동자들의 수호성인(守護聖人)이실 뿐 아니라, 그분이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실 때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기에 임종자들의 수호성인이시기도 하다. 그분의 성화(聖畵)를 보면 노동자들의 수호성인이신데 망치나 톱 등을 지닌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있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성모님이 태어나셨을 때, 그분의 부모님이신 요아킴과 안나 성인은 하느님 은총으로 얻은 자식이었기에 성모님을 하느님께 봉헌(奉獻)하셨다. 그 덕분에 성모님은 유년 시절부터 성전에서 대사제에게 교육받으며 자란 깔끔하고 고왔을 ..

松竹묵상글 2023.03.07

화해(和解)하는 신앙

화해(和解)하는 신앙 김철이 비안네 홀어머니를 모신 내외가 있었는데 날마다 고부간 갈등 탓에 가정의 평화라곤 없었다. 어머니 편을 들 수도 없고, 아내 편을 들 수도 없고 중간에 끼어 고뇌하는 이는 남편이었다. 어느 날 그는 좋은 꾀를 내어 밤 한 말을 사 와서는 아내에게 내밀며 "여보! 당신과 어머님이 다투는 걸 더는 볼 수가 없으니, 당신이 죽든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든지 해줘야겠소. 그러나 청춘이 구만리 같은 당신이 죽어서야 되겠소? 해서 오늘 밤 어머니가 앓지도 않고 감쪽같이 돌아가시게 할 비약(秘藥)을 구해 왔으니 꼭 내 말대로 해야 하오." "이건 밤이 아니에요?" "음, 겉으로 보기엔 밤 같아 보이지만 이건 보통 밤이 아니니 부정 타게 잡말 말고 이 비약을 삶아서 매일 빠짐없이 드시게 하면 어머..

松竹묵상글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