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75

참 용서란

참 용서란 김철이 비안네 상대방의 갖은 사심(私心)이 본인을 노엽게 할 땐 너그러운 웃음으로 되갚아 주고 상대방의 거친 말투가 본인을 언짢게 할 땐 부드러운 말씨로 되갚아 주면 어떨까? 상대방의 오만불손함이 본인을 노하게 할 땐 예의 바른 공손함으로 되갚아 주면 본인을 성나게 한 상대방의 마음엔 하나 더 미움을 얻고 가련함이 더해지고 본인의 마음엔 하나 더 미움이 지워지고 사랑이 더해진다. 미움이란 단지 순간적 실수일 뿐 오랜 시간 지니고 있어야 할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용서함으로써 우리 마음은 한층 성숙해져 가며 미움은 늘 우리 주변을 서성이므로 미움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용서가 만든 지우개를 마음속 깊이 품어야 할 것이다. 용서함으로써 지우개를 쟁여낸 우리 가슴속에 채워진 것 중에서 모든 미..

松竹묵상글 2023.01.10

내 안에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를

내 안에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를 김철이 비안네 누군가에게 빅매치(big match) 중에 빅매치인 세인트 피터스와 올 세인트 두 팀이 갖는 축구 라이벌전 경기를 현지(現地) 경기장 관람석에서 직관(直觀)할 수 있는 입장권과 왕복 비행기 탑승 티켓뿐만 아니라 호텔 투숙권까지 보내와 초대한다면, 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기쁨이겠는가? 누구나 이럴 처지에 놓이면 뛸 듯이 기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가방부터 준비할 것이다. 이천 년 전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거룩한 밤에 주님의 천사는 몇몇 사람들에게 탄생하신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초대장을 보내는데 구세주(救世主) 탄생을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이보다 더 큰 은혜와 축복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시대 배경을 적용..

松竹묵상글 2022.12.13

2022년 위령 성월 맞이 묵상글|사죄수의 삶

사죄수의 삶 김철이 비안네 사형 제도(死刑 制度)가 폐지되기 전의 사죄수(死罪囚)들은 여느 재감자(在監者)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기상(起床)하고 좀 더 늦은 시간에 취침(就寢)한다고 한다. 사형집행 일자를 본인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터라 눈 떠서 맞이하는 매일(每日)이 생애 마지막 하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줄인 사 죄수 들은 그 시간에 다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아울러 사 죄수 들은 늘 단정한 몸가짐을 유지하고 산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언제일지 모르는 죽음을 늘 준비하는 사죄수의 마음가짐을 대변해 준다는 모습일 것이다. 더불어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오늘 하루의 삶을 진지하게 쟁이고 삶의 참 의미를 성찰하는 동기의 시간..

松竹묵상글 2022.11.01

2022년 묵주기도 성월 맞이 묵상글|영혼을 묻는 신앙

영혼을 묻는 신앙 김철이 비안네 묵주기도는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성모님과 더불어 삼위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다. 묵주기도의 모든 묵상은 주님을 향해야 한다. 묵주기도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정한 문장으로 정해진 기도문과 문장으로 정해지지 않은 내심(內心)의 기도이므로 가장 아름답고 조화롭다는 점이다. 성모송과 주님의 기도, 영광송 등의 기도문을 외우며 침묵 가운데 주님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는 기도라는 것이다. 묵주기도는 모든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한데 모아 간추려놓았으므로 '복음의 요약'과 같다. 묵주기도의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등 각 신비는 복음서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라 각 신비에는 예수님의 탄생 예고부터 시작해서 유년 시절, 공생활, 수난과 부활, 천..

松竹묵상글 2022.10.04

2022년 순교자 성월 맞이 묵상글|이 시대 새 순교의 삶

2022년 순교자 성월 맞이 묵상글|이 시대 새 순교의 삶 김철이 비안네 매년 구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구월 한 달 동안 신앙을 증거(證據) 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며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길을 따르신 장한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려야 한다. 궁극적 목적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구원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순교 신심(信心)은 특별한 시기에만 고양(高揚)시키는 그런 신심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인이라면 언제나 순교할 정신 무장을 지닌 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회가 순교자 성월을 별도로 정한 것은 순교 신심만큼 신앙 쇄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순교 신심만큼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松竹묵상글 2022.09.06

산 자와 죽은 자

산 자와 죽은 자 김철이 비안네 엠마우스 빈민 공동체를 만들어 50년이 넘는 세월을 노숙자, 부랑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시며 가난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님의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이자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은 인물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님의 일화와 1986년에 개봉된 바 있는 영화 미션: The Mission의 몇 장면들을 성모승천대축일(聖母昇天大祝日)을 지낼 이달의 묵상 모태로 삼기로 한다. 피에르 신부님은 이렇듯 크나큰 절망에 빠져 극단적 죽음으로 향해 가는 한 청년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어 새로운 생명을 살게 해 주셨다. 삶의 실의에 빠진 어느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 피에르 신부님을 찾아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부님은 청년의 이..

松竹묵상글 2022.08.10

주(主) 바라기 삶

주(主) 바라기 삶 김철이 비안네 조선 후기 광해군 시대에 광대와 관련된 이야기다. 얼어붙은 겨울 한강, 양화진 앞 강 얼음판에서 광대들이 광대놀음판을 펼쳐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강변에는 불을 피워 놓고 광대들의 놀이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다. 몇 사람의 광대가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을 때 순식간에 얼음판이 깨져 내려앉아 버렸다. 이 난장판에 한 광대의 아내가 손쓸 겨를도 없이 그만 강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 아낙의 남편인 광대는 자기 아내를 구하려고 허둥지둥하며, 울고불고 야단이 났었다. 그러나 강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내자를 구하려는 광대의 노력이 죄다 광대놀이인 줄 알고 웃어 대기만 했다. 광대가 안절부절못할수록 구경꾼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더욱 웃어 댔다는 이야긴데 광대는 ..

松竹묵상글 2022.07.13

유월이 오면

유월이 오면 김철이 비안네 우리는 매년 유월이면 예수 성심을 묵상하는데, 마치 유월 푸르른 하늘에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듯 강렬하고 뜨거운 예수님의 성심을 마주하게 된다. 본래 예수님의 성심은 그렇게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하시다. 하지만 들쑥날쑥하며 전 세계를 병 들여가는 코로나19 탓인지 요사이엔 왠지 그러한 느낌보다는 지치고 병들고 아파서 허덕이는 예수님의 성심이 자주 떠오른다. 사랑에 굶주리고 목말라 맥없이 쳐져 가시는 예수님의 슬픈 성심이 때로는 선을 넘어 한없이 죄스러운 심정에 감히 그분의 성심을 우러러보지 못할 지경이다. 숱한 세월 우리의 갖은 욕심으로 맺은 온갖 시기와 질투, 분노와 적개심, 경쟁과 다툼, 분열과 대립, 무관심과 불성실의 열매들로 예수 성심에 가했던 무지한 폭력..

松竹묵상글 2022.06.08

엄마

엄마 김철이 비안네 세례 후 한참 불타오르는 열성으로 기도와 묵상에 빠져있을 이십여 년 전의 체험담인데 오전 기도 후 성경을 읽고 있을 때였다. 평소 그다지 가깝게 지낸 이웃이 아닌 옆집 아낙이 현관문을 삐죽이 열고 고개를 문 안으로 들이밀며 “삼촌! 우리 애들 잠시 돌봐주실래요? 급히 어딜 다녀와야 하는데 애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어요.” 거절하기엔 아낙의 표정이 난감해 보여 유치원생 전후의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맡았는데 제 신변처리조차 간신히 해낼 처지의 내가 아이 셋을 혼자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기도와 묵상은 죄다 포기한 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안겨주고 간 인형과 막대 사탕을 소일감 삼아 때론 칭얼거리기도 하고 엄마의 존재를 잠시 잊기도 하..

松竹묵상글 2022.05.18

영적 무기

영적 무기 김철이 비안네 한 세상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외 없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 감당해내야 할 십자가 가운데 가장 큰 십자가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가고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력으로 정지시킬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의해 세상 무대 뒤로 사라져가고 점차 세상의 주역에서 조연으로 세상 중심의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현실, 더불어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고독이나 소외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충만했던 삶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기력이 쇠하고 병들어 친숙히 지내며 사랑하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언젠가 온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찾아줄 사람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느낄 소외감이란 참으로 큰 십자가일 것이다. 더 한 현실은 노환에 시달리며 사회적으로도 가정 내에서도 아무런..

松竹묵상글 2022.04.27

덕목(德目)

덕목(德目) 김철이 우리는 매년 삼월이면 '성 요셉 성월'을 지내고 있다. 성 요셉 성월은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이신 요셉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분의 삶을 묵상하는 달이다. 요셉 성인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약혼자 마리아를 주님 천사의 명령에 따라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요셉 성인은 성모님에 비교해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성경에도 그분에 관한 구절이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 구원 사업에 있어 공헌하신 그분의 공로를 절대 잊진 않아야겠다. 현대인들 사이에 농담처럼 오가는 말 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법 없이도 살 사람..

松竹묵상글 2022.03.01

육적 삶과 영적 삶

육적 삶과 영적 삶 김철이 비안네 바리새인(고대 그리스어: Φαρισαῖος 파리사이오스)은 예수님이 활동하셨던 시대에 존재했던 유대교의 경건주의 분파, 중간계급 평신도 경건주의를 가리킨다. 그들은 본디 정치적 목적의 집단이 아니라 주로 학자와 경건한 신자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가리켜 세상으로부터 더러운 존재들로부터 분리돼 아주 청결하고 깨끗한 존재로 격상시키며 큰 자부심을 지니고 살았다. 그들은 당시 대중적 지지를 크게 받은 바 있다. 기원전 100년경 바리새인들은 유다 교를 민주화(民主化)로 이끌고 이를 통해 성전 대사제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길고 오랜 투쟁에 돌입했었다. 율법학자(律法學者)들은 잘나가던 시절 당시 유다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녔던 입권기관(立券期間)..

松竹묵상글 2022.02.23

자생 신앙

자생 신앙 김철이 비안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고개를 숙일 줄 모른 채 세상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오히려 극심해질 기미를 보이며 날로 콧대를 높이고 있다. 이즈음 우리 교회 내 사정은 타의 적 냉담자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이어오던 이들은 보여줄 대상자가 줄어들 거니까,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곁다리 신앙생활을 해오던 이들은 이참에 좀 쉬다 가야지. 절박함이 용솟음치지만 주변의 여러 환경 탓에 간절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어서 핑계는 다양하지만 밀과 가라지의 비유처럼 판단은 누구의 걸음이 참 걸음이고 누구의 걸음이 헛걸음인지는 주님께서 판단하실 몫이니 우리는 주어진 달란트로 신앙의 획을 그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러한 주변 환경과 인식으로 인해 신앙생활의 ..

松竹묵상글 2022.01.05

2021년 성탄 맞이 묵상글_바보의 영성, 걸레의 영성

바보의 영성, 걸레의 영성 김철이 비안네 성탄은 올해도 우리 한가운데 다가와 있지만, 우리가 당면해 겪고 있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성탄 전례는 반복해서 시작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시련의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 전례를 맞이해야 한다. 연이어 엄청난 고통과 상실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정적, 사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약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성탄 앞에서 무슨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장차 수천 대의 매질을 당하고 모멸스러운 십자가형으로 돌아가실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난감하고 곤혹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세상 죄..

松竹묵상글 2021.12.08

2021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김철이 비안네 매년 11월이면 우리는 위령성월을 맞이하는데 11월의 첫날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며 이날 교회는 전례력에 수록되지 않은 모든 성인 성녀를 기리는 날이다. 바로 다음 날인 이일은 ‘위령(慰靈)의 날’이다. 이날은 연옥(煉獄)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 권고한다.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근본적 이유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교리’와 ‘연옥 교리’에 기인한다. ‘연옥’은 죽은 이들이 살아생전 세속에 살면서 지은 죄로 인해 남아있는 잠벌(暫罰)에 대한 보속(補贖)을 치르는 곳이다. 지상에서 거룩하게 살다 간 성인은 죽음과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서 끝없는 행복과 영원한 안식을 누리지만, 죄에 따른 잠벌이 남아있는 이들은 정화(淨..

松竹묵상글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