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산 자와 죽은 자

 

                                                                                김철이 비안네

 

 

 

엠마우스 빈민 공동체를 만들어 50년이 넘는 세월을 노숙자, 부랑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시며 가난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님의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이자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은 인물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님의 일화와 1986년에 개봉된 바 있는 영화 미션: The Mission의 몇 장면들을 성모승천대축일(聖母昇天大祝日)을 지낼 이달의 묵상 모태로 삼기로 한다. 피에르 신부님은 이렇듯 크나큰 절망에 빠져 극단적 죽음으로 향해 가는 한 청년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어 새로운 생명을 살게 해 주셨다.

 

삶의 실의에 빠진 어느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 피에르 신부님을 찾아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부님은 청년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나서 청년에게 “그러한 사유라면 충분히 자살할 이유가 되겠군. 그렇게 되었으면 누구라도 살 수가 없겠네. 기왕에 죽을 건데 죽기 전에 나를 좀 도와주고 죽으면 안 되겠나?” 하고 물으셨다.

 

그 청년이 대답했다. “어차피 저는 죽을 건데 신부님이 필요하시다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신부님은 다시금 되물었다. “시일이 좀 길어질 일인데 괜찮겠나?” 청년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제 목숨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으니 시일이 걸린 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결국 청년은 신부님을 도와 집 없는 사람을 위해 집 짓는 일을 했다. 그런 얼마 후 청년은 이렇게 고백했다.

 

“신부님이 제게 돈을 주셨거나, 살 집을 지어 주셨다면 저는 다시 자살하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제게 아무것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게 도움을 구하셨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과 같이 일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정녕 죽은 자는 누구이고 산 자는 누구인가?

 

“신부들은 죽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자는 저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위 대사는 영화 “미션”의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운 대사다. 이 영화는 1750년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부근의 과라니 부족에 있었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여 만든 영화인데 이 영화의 주 배경이 된 마을에는 예수회에 소속된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 신부가 원주민들에게 신앙을 심어 주며 선교사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영토 분계선이 새롭게 그어지면서 과라니족 마을이 노예 제도를 합법화하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

 

교회는 포르투갈과 맺고 있던 관계를 고려하여 그곳에서 선교하는 예수회 신부들을 철수시키고자 추기경을 파견하는데 과라니 부족과 사제들은 이에 불응하며 이 마을을 노예 제도로 희생시키려는 포르투갈에 대응한다. 결국 그곳 신부들은 원주민과 운명을 같이하며 포르투갈 군대와 맞서 싸우다 마침내 순교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 대사는 바로 그곳 신부들을 설득하려고 파견된 추기경이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글 마지막 부분이다. 결국 우리에게 종교와 사랑 정의가 무엇인지를 물으며 누가 진정으로 산 자이고, 진정으로 죽은 자인지를 대답하게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 안에 예수 그리스도님의 진리와 생명을 품고 살지 않으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다. 반대로 세상에서는 죽은 사람처럼 보여도 생명과 진리의 길을 걷고 있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교회의 한 지체로 살더라도 죽은 자로 살 수 있다. 지금 우리 자신은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 반문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