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2) 봄 마중(2) 松竹 김철이 흙 알갱이 헤집고 막무가내 고개 내민 파릇파릇 새순 보기 부끄러워 고개 숙인 할미꽃, 꽁무니 끝에 새봄이 피고 강남 갔던 제비 오는 길목, 수줍은 새색시 볼인 양 제비꽃 분홍 꽃 수술 손짓하는 소리 아지랑이 꼬리를 물고 종다리 봄노래 부르니 봄을 부르는 휘파람새 부리 끝에 화사한 봄의 색깔이 묻어나니 개나리 노란 꽃 웃음이 절로 번지고 온 누리 봄 마중 한참일 테지 松竹♡동시 2024.04.16
봄 마중 봄 마중 松竹 김철이 그렇게도 성화이던 서릿발 추위 빈 들녘 베개 삼아 잠이라도 들었을까 수선화 하얀 꽃잎 살포시 꽃눈 뜨고 줄기 위에 걸터앉는다. 극성맞은 동장군 휘두르는 칼바람이 무서워 흙 알갱이 움켜쥐고 땅속 꼭꼭 숨었던 씀바귀 작은 잎눈 열어 큰 세상을 살핀다. 수다쟁이 꽃샘추위 긴 수다는 아직도 온 들판 시끄러운데 개나리 노란 손짓 느림보 새봄을 부른다. 느린 걸음 재촉해서 어서 오라고… 松竹♡동시 2024.03.12
두레박 두레박 松竹 김철이 줄줄 줄줄 풍덩 둥근 우물 속 온몸 던지는 소리에 새벽이 단잠을 깨고 아침을 여는 동네 아낙들의 수다 소리 아침 밥상 찬거리 걱정 외줄을 타네 마르지 않는 엄마의 사랑처럼 퍼 올리고 퍼 올리며 진종일 부려도 불평 없이 달가닥 덜거덕 물 달라 보채며 입 벌린 양동이 채우느라 쉴 틈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松竹♡동시 2024.01.16
곶감 곶감 松竹 김철이 곡예사도 아닌데 외줄 타고 대롱대롱 춥지도 않을까 온 겨울 벌거숭이 되어 부들부들 이야기 속 호랑이 이 모습 무서워 단숨에 줄행랑 순간의 단맛보다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겨울 아이들 참 벗으로 남는다. 松竹♡동시 2023.12.12
피아노 피아노 松竹 김철이 초저녁 창가에 달빛이 비치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느 집 아이의 고사리 손길 따라 우윳빛 건반 그 위로 내려앉듯 별빛 총총히 떨어진다. 松竹♡동시 2023.11.14
구름 구름 松竹 김철이 어제는 그리도 환히 웃더니 오늘은 방금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다. 어디서 왔을까 먹구름 몇 점이 온 하늘 가득히 먹물을 뿌려놓는다. 시샘이라도 하듯이 흰 구름이 또래의 친구들 모두 데려와 울상이던 날씨를 잔뜩 웃겨놓는다. 웃어볼까 울어볼까 변덕쟁이 구름은 심히 부끄러워 큰 얼굴 밤의 품속에 꼭꼭 숨어버린다. 松竹♡동시 2023.10.17
보름달 보름달 松竹김철이 날마다 밤마다 한잠도 못 잘 텐데 어쩌면 저렇게도 옴포동이같이 살이 올랐을까? 날마다 낮마다 햇살도 못 쏘였을 텐데 어쩌면 저렇게도 까마무트름히 잘도 여물었나? 松竹♡동시 2023.09.12
선풍기 선풍기 松竹 김철이 직장 일 고된 일 우리 아빠 지칠세라 열대야 극성도 무안하게 네 날개 팔랑팔랑 힘겨운 집안일 우리 엄마 고될세라 효성 지극한 효자손 되어 까만 밤 하얗게 쉬지 않고 돌고 또 돈다. 松竹♡동시 2023.08.15
오륙도 오륙도 松竹/김철이 철썩철썩 파도 높은 큰 바다 한가운데 꼼짝 않고 그 자리, 제주도 좋네 기럭기럭 갈매기 노래 아침을 깨우고 밤을 재우는 여섯 형제 다섯 형제 동쪽에서 보면 여섯 형제 서쪽에서 보면 다섯 형제 일 년 삼백육십오일 우애도 좋지 밀물 때나 썰물 때나 서로서로 보듬어 사시사철 다섯 형제 여섯 형제 땔 수 없는 운명으로 살더라 松竹♡동시 2023.07.25
필통 속 가족들의 옛이야기 필통 속 가족들의 옛이야기 松竹 김철이 공부하다 잠시 졸면 속삭이는 소리 들려 눈 비벼 귀 대보면 들리는 건 옛이야기 필통 안 식구들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얘기 소리. 고생했던 몽당연필 으스댔던 색연필들 거짓 일기 쓰다 지운 지우개가 앞다퉈 말을 해요 필통 속 옛이야기 들려주고 싶다고 필통 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松竹♡동시 2023.06.13
바다 바다 松竹 김철이 밤, 낮 가리지 않고 왔다 갔다 소란스럽기도 하련만 한없는 모정이 되어 온갖 생명 젖 물려 키운다. 태평양도 대서양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길섶에 올려놓고 연필 한 자루 가지지 않고 물의 역사를 적어간다. 한순간 쉴 틈 없이 들락날락 밀물과 썰물을 친구 삼아 세계를 하나로 잇기 위한 단어 없는 대화를 나눈다. 松竹♡동시 2023.05.23
민들레 민들레 松竹/김철이 길섶에 민들레 우리 아기 손 같아 우리 엄마 손에 잡혀주고 싶어라 산길에 민들레 방긋 모습 우리 동생 같아 포근히 안아주고 싶더라 들판에 민들레 넓다 않고 주저앉아 노는 표정 갖난아기 티 없는 투정과 같더라 松竹♡동시 2023.04.25
동심 동심 松竹/김철이 얼마큼 자랐을까… 한 걸음 앞서가는 세월 따라가려 날마다 보이지 않는 키 재기를 한다. 너는 엄마, 나는 아빠 저만치 물러나 앉은 아빠 엄마 모습으로 미리 어른이 되어 본다. 마냥 놀고만 싶은데 공부해라, 학원가라 쉴 틈 없는 엄마 성화 귓전 밖 물로 흘려보낸다. 늘 정직해라 충실해라 아빠 교훈마저 싫증 나서 귀 막고 눈 가리고 몇 점 바람으로 달아난다. 松竹♡동시 2023.03.14
하루 하루 松竹 김철이 남의 속도 모르고 창틈으로 스며드는 아침 해는 빙그레 웃는다. 조급해할 것 없는 나의 일상은 침상을 뒤척거린다. 등교 전 놀이터 들러 노는 동심 소리에 화들짝 松竹♡동시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