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댓불 등댓불 松竹 김철이 밤 창공을 나는 부나비도 아닐 텐데날개도 없이온 밤을 자지 않고밤 바다를 활개 친다. 밤새 한잠도 자지 않아몹시 피곤도 하련만지칠 줄 모르는 밤 여행은잠든 밤을 흔들어 깨운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그리도 시끄럽던 파도조차 잠이 든 밤,길가는 이 길 잃을세라큰 눈 부릅뜨고 밤의 벗으로 산다. 松竹♡동시 2025.01.14
겨울 유리창 겨울 유리창 松竹/김철이 시린 손 호호 불며방안에 들어서면성에 서린 유리창은우리 엄마 젖빛으로 변해 있다.그리운 엄마 모습 그려보다 지워보면 하늘나라 우리 엄마 환히 웃는다 松竹♡동시 2024.12.10
가시 까치밥 가시 까치밥 松竹 김철이 잘 익은홍시로만 밥으로 쪼는 줄 알았더니가시나무 열매도 밥이 된다네추운 겨울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가시나무 열매도 겨울 까치밥이 된다네힘겨운 세상살이각박해진 인심 때문일까가시나무 열매도 밥이 된다네개구리 눈뜨는 춘삼월 올 때까지가시나무 열매도 까치의 밥이 된다. 松竹♡동시 2024.11.12
보름달(2) 보름달(2) 松竹 김철이 작은 동그라미 속에큰 세상이 다 들어간다.소복하게 그 옛날 떡방아 찧던 달 토끼지금은 어딜 갔을까퍽 궁금하다. 밤새 온 하늘 두루 다니려면무척이나 배도 고플 텐데달 토끼 빚어놓은 떡이라도 먹었으면 일 년이면 열두 번가끔 다녀가는 길손처럼아쉬움만 남겨놓고서쪽 하늘로 흘러만 간다. 松竹♡동시 2024.09.17
징검다리 징검다리 松竹 김철이언제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건지 나도 몰라 내 등을 밟고 간 걸음은 어느 사이 저만치 앞서가는데 아무리 따라 걸어도 제자리걸음이었지 들물, 날물, 들락거릴 때마다 이리로 저리로 흔들리다 간신히 뿌리 발 디뎠지 거센 물이 들어올 땐 출렁이는 물살에 아찔해서 차라리 눈을 꼭 감고 싶었지 왔다 갔다 송사리 떼 짓궂은 장난엔 귀찮아 화도 냈었지만, 등을 밟고 간 아픔도 잊고 이젠,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듣는다. 松竹♡동시 2024.08.13
풍선 풍선 松竹 김철이하늘 높이 두둥실 어깨춤 신명 나게 제멋대로 뛰노는 바람 타고 외줄 달고 재주를 부린다. 요리 갈까 조리 갈까 갈팡질팡 그 모양 엉금엉금 우리 아가 걸음인 양 하늘로 기어오른다. 우쭐우쭐 헤엄치는 올챙이를 닮았을까 빈 창공을 꼬물꼬물 실 꼬리 하나 붙잡고 헤엄을 친다. 松竹♡동시 2024.07.16
표창장 표창장 松竹 김철이 성명 : 사계절 위의 사계절은일 년 열두 달 하루도 쉬지 않고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구를 돌고 돌아 봄이면 들녘에 잠자던 일 바람을 일으켜꿀 비를 내리게 하고메마른 나뭇가지 진달래 개나리 함박웃음 마음껏 웃게 하였으며 여름엔 진종일 뙤약볕에 일하는 햇살 안쓰러워온 누리 맞바람 일게 하고낙종 물줄기마다 모포기 달아 놓으니농부들 앞선 풍년가 부르게 하였으며 가을엔 건들바람 불러 모아 가을 귀 미리 열게 하여풋눈 내리기 전 가을걷이 일손 바쁠 때여우별 꽃구름 속에 꼭꼭 숨게 하고가을갈이 숨이 찬 허수아비 쉬게 하였으며 겨울엔 고추바람 온 세상에 불어닥치기 전꺼벙이 추울세라 새털구름 덮어주고도둑 바람 몰래 불어와 솔발이 괴롭힐까 봐꽃바람 외상으로 빌려와 장대추위.. 松竹♡동시 2024.06.11
종이학 종이학 松竹/김철이 색종이로 접어 둔종이학 천 마리내 소망을 날개에 싣고 날아갔어요 아픈 우리 엄마병이 낫게 해 달라고직장 없는 우리 아빠일터 내려 달라고 날개마다 깨알처럼 적어놓은내 소원 가득 담아하늘로 날아갔어요 松竹♡동시 2024.05.14
봄 마중(2) 봄 마중(2) 松竹 김철이 흙 알갱이 헤집고 막무가내 고개 내민 파릇파릇 새순 보기 부끄러워 고개 숙인 할미꽃, 꽁무니 끝에 새봄이 피고 강남 갔던 제비 오는 길목, 수줍은 새색시 볼인 양 제비꽃 분홍 꽃 수술 손짓하는 소리 아지랑이 꼬리를 물고 종다리 봄노래 부르니 봄을 부르는 휘파람새 부리 끝에 화사한 봄의 색깔이 묻어나니 개나리 노란 꽃 웃음이 절로 번지고 온 누리 봄 마중 한참일 테지 松竹♡동시 2024.04.16
봄 마중 봄 마중 松竹 김철이 그렇게도 성화이던 서릿발 추위 빈 들녘 베개 삼아 잠이라도 들었을까 수선화 하얀 꽃잎 살포시 꽃눈 뜨고 줄기 위에 걸터앉는다. 극성맞은 동장군 휘두르는 칼바람이 무서워 흙 알갱이 움켜쥐고 땅속 꼭꼭 숨었던 씀바귀 작은 잎눈 열어 큰 세상을 살핀다. 수다쟁이 꽃샘추위 긴 수다는 아직도 온 들판 시끄러운데 개나리 노란 손짓 느림보 새봄을 부른다. 느린 걸음 재촉해서 어서 오라고… 松竹♡동시 2024.03.12
두레박 두레박 松竹 김철이 줄줄 줄줄 풍덩 둥근 우물 속 온몸 던지는 소리에 새벽이 단잠을 깨고 아침을 여는 동네 아낙들의 수다 소리 아침 밥상 찬거리 걱정 외줄을 타네 마르지 않는 엄마의 사랑처럼 퍼 올리고 퍼 올리며 진종일 부려도 불평 없이 달가닥 덜거덕 물 달라 보채며 입 벌린 양동이 채우느라 쉴 틈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松竹♡동시 2024.01.16
곶감 곶감 松竹 김철이 곡예사도 아닌데 외줄 타고 대롱대롱 춥지도 않을까 온 겨울 벌거숭이 되어 부들부들 이야기 속 호랑이 이 모습 무서워 단숨에 줄행랑 순간의 단맛보다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겨울 아이들 참 벗으로 남는다. 松竹♡동시 2023.12.12
피아노 피아노 松竹 김철이 초저녁 창가에 달빛이 비치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느 집 아이의 고사리 손길 따라 우윳빛 건반 그 위로 내려앉듯 별빛 총총히 떨어진다. 松竹♡동시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