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조약돌 松竹 김철이 수천 수백 년을달고 달아도 수양이 덜 됐는지돌은 여태도물속에 잠겨 정신 수련을 한다. 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아직도 밀물 썰물의 배려 속에서몸을 씻는다.세상에 드러낼 마음을 닦는다. 흘러간수천수만 년이 아니라닥쳐올 수천수만 년을 위해물돌이 성화에 혼을 씻는다. 늘 외로운 고뇌 살이물살에 쓸리고발길에 차여도드넓은 바닷물에 넋을 닦는다. 松竹일반시 2025.03.22
짱돌 짱돌 松竹 김철이 드맑은 물이랑 속에 잠겨드러날 듯 말 듯출렁대는얼룩무늬 짱돌 하나 귀갓길에 데려가야지무심코 바위 위에 올려놓고잠시 한눈파는 사이어디로 밀렸는지 흔적이 없었네 이름표라도 달아줄걸동분서주 반나절 찾아 헤매도어느 한 곳그 돌멩이 간 곳이 없었지 가만가만혹여 유년 시절 그 돌멩이세월여류에 흘려보낼내 젊은 날의 청춘은 아니었음인지. #짱돌 松竹일반시 2025.03.16
춘분春分 춘분春分 松竹 김철이 채 떠나지 못한 꽃샘추위 들녘에 서성이고혹한 사슬 풀린 전답은 들뜨는데조급해진 농심부지깽이 힘을 꾸어 봄보리 갈기 열중이다. 밤낮 길이도 같고추위도 더위도 비등하니신명 난 벌 나비 춤사위 주체할 길 없는데보리 노름빚에 설늙은이 동사했다네 마파람 타고 봄기운 솔솔 불어올 적에춘삼월 꽃소식 얼기설기 피어나고봄볕 따사로우니뭇 생명 만개한 새봄을 나누더라. 농작물 훔쳐먹던 쥐와 새 몰아내려볶은 콩 드셨고구름 몇 점으로 흉 풍작을 점쳤으니조상님들 드높은 슬기 따를 자 그 누구더냐 松竹일반시 2025.03.13
하얀 민들레 하얀 민들레 松竹 김철이 네 고향 금수강산 어쩌다 떠났는지제철은 널렸는데네 모양 네 향기는한철 넋조차 피지를 않느냐 세상은 무기 없는 전쟁판이라길섶마다 은근슬쩍 퍼질러 핀노란 민들레 역겨워피워도 피워도 상처뿐인속세 살이 훨훨 벗어던졌을 테지 어제나 저제나안달복달 목 빼고 둘러봐도외래종 득세만 그득 필 뿐희디흰 그 절개, 찾을 길 없어라. 백의민족 품이 그립지도 않더냐희게 피어희게 시들 잡초의 혼이라도네 본향 영영 떠나지 말고삼천리 방방곡곡 홀씨로 날갯짓해주렴 松竹일반시 2025.03.08
경칩驚蟄 경칩驚蟄 松竹 김철이 겨울잠 곤히 자던 개구리울음주머니 크게 연 하품 소리에땅속에 단잠 자던 곤충들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언 땅 뚜껑을 여누나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녹지 못했나,잔설은 여태도 누리에 노니는데행여 다칠세라산수유 조심스레 샛노란 얼굴을 내밀더라. 나무껍질 속 침실 삼아 몇 달을 잤는데도무당벌레 허청걸음 여전하고꽃샘바람 심술이 머무는 그곳마다홍매화 연분홍 미덕이 서려 있구나 버들 빛도 새로워라,주인 맞을 제비 둥지 잡초가 새파랗고옷 벗은 나뭇가지 새싹이 돋을 적에얼음 풀린 냇물도 서로 어깨 걸어 흐른다. 松竹일반시 2025.03.05
뽑기 뽑기 松竹 김철이 해님은매일 거듭해 뽑기를 하시나 보다 인생들삶의 뽑기 통 속에 든제 몫의 인생살이들을제각기 갈고랑이로 걸어매일매일 세상 밖으로 뽑아내듯 사계절나무껍질 속에 숨은예쁜 잎눈 여린 꽃눈들은백색 햇살 갈고랑이로 걸어제 모양 제 향기로 뽑아낸다. 나무껍질 밖으로 이끌려 나온잎눈 꽃눈들눈이 시리도록 부신지곁눈질 어슴푸레 실눈을 뜬다. 松竹일반시 2025.03.02
햇살 좋은 날 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앞마당 빨랫줄 위에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어머니 속치마 밑자락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뽀송뽀송 말라가던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 松竹일반시 2025.02.23
씨감자의 소망 씨감자의 소망 松竹 김철이 한 해 네 번토실토실 감자알 줄에 매달고감자밭 주군으로되살아날 씨감자가 되길 소망하네 칼집을 받아상처를 몸소 입어야 하고상처로 혈서를 쓰듯손가락, 하나 깨물어 피의 흔적만 내는상흔이 아니라 신앙 바라기 순교자도 아니건만두서너 군데멀쩡한 몸뚱이온전히 절단당해야 하지 상처 깊은 몸미련도 하나 없이 푹 썩혀새싹도 틔우고새 줄기 곧게 내리고햇감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연년이감자밭 이랑마다고이고이 묻힐 거야 松竹일반시 2025.02.16
얼음꽃 얼음꽃 松竹 김철이 동장군 칼바람은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베고 스치는데현신現身도 없는 넋이 되어켜켜이 엉겨 붙었지. 고작 나흘을 피고 질 거라면차라리 피지나 말지,가지에 맺은 정 품기도 전에사온四溫의 제물이 된 채몇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네 물에서 왔으니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깨달음인지대자연 섭리 순응順應하여물길 따라 아래로만 흐르더라. 더부살이 몸에 익은 듯남의 줄기 빌려 싹눈 뜨고남의 가지 끝에 꽃눈 뜨니꽃잎은 영혼 없는 냉기로 불어혹한 속 화신으로 머물러 핀다. 松竹일반시 2025.02.13
개나리 개나리 松竹 김철이 앙증맞은 향기가질투와 시새움으로 다가와칼바람 꼿꼿한한겨울 무너뜨린 승리로봄날을 내어준다. 솟아오른 어린순 따라흐트러진 여리디여린 줄기 따라삐죽빼죽쫓고 쫓기는 그 넋두리 시절은 을씨년스러운데꽃으로 앞서 나와누가 숨어 숨어볼까 봐잎사귀 등 뒤에 조롱조롱 업힌 채몰래몰래 화들짝 피워괜스레 부려보는 소박한 객기 봄날은 알 테지두드러지게 곱고 밝은 표정으로놀란 듯 피워내는 노란 꽃망울이시기의 화신만은 아니란 걸 松竹일반시 2025.02.09
함박눈 함박눈 松竹 김철이 철철이 잎새에 맺었던 정좀체 잊지 못해메마른 가지 사방으로 뻗치는데빈 가지 고이 어르듯이둥개둥개 내려앉아 꽃상여를 태운다. 잡초로 무성했던 산등성이애써 찾는 건산짐승 발 시린 발자국뿐이니잎눈도 꽃눈도 뜨지 않고한달음에 자박자박 꽃동산을 이뤘지 소소한 일상들이요리조리 모여 피던 산촌산새들 울음소리만 뜨덤뜨덤 쌓일 적에밤새 아린 발자취 위로고을마다 고운 꽃수를 땀땀이 놓더군. 고된 뱃일에 엉킨 그물처럼소박한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힌 어촌밀물 썰물만 들락인 줄 알았더니물새들 물고 온 걸까뱃전에 몰래 타고 희끗희끗 꽃가마로 삼더라. 松竹일반시 2025.02.06
그 목련꽃이 그 목련꽃이 松竹 김철이 쪼끄만 둥지 속 새알들을그 누가지독한 혹한 속에 보듬어 주었는지껍질은 그새또 누가 쪼아 주었는지 거듭해 어느 누가 부추겼나,껍데기 속으로 깨고저렇게 가득 부리를 다듬게 했는지가지마다 뽀얗게 눌러앉아새끼 새들이 조잘댄다. 괜스레 빈 허공 쪼아도 보고봄바람 화사하게 불 때마다덜 여문 깃털 털어보다꽁지깃 쫑긋 치켜세워서투른 날갯짓 우왕좌왕이다. 어느덧 계절풍 떠날 걸음걸음알아나 차린 듯이 松竹일반시 2025.02.02
낮달 낮달 松竹 김철이 대낮은 중천인데지난밤 못다 바친 절개일까,화장기 없는 민얼굴로보일 듯 말 듯 행색이 가련하다. 창공을 허황히 떠도는 충절잘 보이고 싶은 심정, 간절하나꾸며본들 무엇하리하루살이 낮을 향한 풋사랑인걸 까마귀 동정하고바람 한 자락 연민을 품어도임 향한 짝사랑 떨칠 수 없으니수절 열녀 신세 면할 수 없네 칭송 자자한 밤 달을 닮고 싶었나.진종일 민낯으로 떠돌아도무심한 곁눈질뿐모름지기 참사랑은 야월(夜月)의 몫이더라 松竹일반시 2025.01.26
산 산 松竹 김철이 눈꽃 피는 고향을 서성이며아무것도 바라지 않고늘 웅숭깊은 아버지 거대한 가슴팍이다품에 안기면남녀노소 응석받이가 되니 싫증이라도 낼까 봐춘삼월 나뭇가지 물 올리고물오른 대지 잡초 깔아잘난 놈 못난 놈 죄다 품어 안는다. 칠팔월 복더위에 지칠까 봐검푸른 초목 그늘 지우고건들바람 바람잡이 삼아구슬땀 부채질에 좋은 시절 흘려보내니드높은 어머니 은혜 같더라 낙관도 비관도 아니 하고침묵으로 배부른 구시월 엮어내며곱디고운 춤사위로겸허히 머리 숙이는 뭇 생명의 안식처로다. 松竹일반시 2025.01.19
소망 반 걱정 반 소망 반 걱정 반 松竹 김철이 지난해 첫날이구동성 입 모아 만복을 빌어주었건만복을 빌어줄 적에마음 한 귀퉁이 쟁여놓았던지나라 안은 온통 아귀다툼네 그르니내 그르니 삿대질 판이었지 배신과 배척 속에신음하는 민초民草 한숨만 늘고민생고 죽음의 제를 넘듯 허덕이는데높은 자리 나리님들 뒷짐 지고양반걸음제 밥그릇 챙기기에 안달복달 새해도 밝았으니신년엔 내 미락 네 미락하지 말고네 탓도 내 탓내 탓도 내 탓으로 돌려산산이 흩어진 민심 한곳에 모아태평성대 한번 옹골차게 이루어 봄세 돈 많고 잘난 자 두 번 살고돈 없고 못난 자 한번 산다더냐저승 갈 적 후회 말고이승 살 적 하루살이 삶 살아나 보게 松竹일반시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