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768

붓꽃

붓꽃 松竹 김철이 칠팔월 푸르름은세상천지 푸른 물 들일 것 같은데실눈 뜨고 잠시 둘러보니세상은 온통 먹구름 빛이다. 덜 가진 자먹고살려 숨 쉴 틈 없이 허덕대고더 가진 자더 가지려 잠잘 새 없이 억억대니사계절 가슴팍엔 먹물이 들더라 그 누가 기워 갚으리나날이 커져만 가고매 순간 자라만 가는이 악순환을 나부터 내려놓고나부터 벗어놓는 세상사 그리워서텅 빈 채 버려질내 넋의 빈터에한 송이 붓꽃 심어보리라

松竹일반시 2025.05.04

철쭉꽃 필 때면

철쭉꽃 필 때면 松竹 김철이 연지곤지 단장하고올림머리 목련잠木蓮簪꽂으신 내 어머니열일곱 새색시 적에꽃가마 올라 넘던 철쭉 고개철쭉꽃 송이송이 불붙는 꽃바다였다는데 편찮으신 외할머니 뵈려어머니 등에 업혀 동동걸음치던 그날엔찌르륵 뚜르르 풀벌레 울음마저불그레 발그레 철쭉 꽃물이 들었었지 시방도 봄이면그 고개엔 철쭉꽃 새순이 돋고산철쭉 산불로 흐드러져산에도 들에도 꽃불로 번질 테지 평생을 가슴앓이 곰삭혀 사신 어머니두견새 물어올 슬픈 사연만큼이나 숱한 사연넋의 가슴에 꽁꽁 쟁여 허위허위 가셨네. 지금도 그 철쭉 고개엔진홍빛 철쭉은 제철에 만개하리유년 시절 추억 앓이 태산 같으니흘러간 세월 불러 모아 오월의 철쭉 시를 읊는다.

松竹일반시 2025.05.01

아카시아꽃

아카시아꽃 松竹 김철이 봄의 끝자락 오월에도소담스러운 함박눈이 내린다. 아득히 먼 잔가지 끝까지켜켜이 쌓이는 그리움은임 향한 뭉게구름 닮은 축복일세 도도히 옮겨 퍼지는 그 향기는내 철부지 시절제아무리 거듭해 먹어도 물리지 않던부모님 사랑 같은정겨운 내 고향 내음이네 동장군 떠나신 지이미 오래전인데꽃눈이 소담스레 내린다. 겨울도 새봄도 다 떠나보내고오뉴월 상흔 기워 갚으려아카시아 하얀 우정으로봄비 줄기 따라소복소복 내려 쌓인다.

松竹일반시 2025.04.27

담쟁이

담쟁이 松竹 김철이 이사 간 순희네빈집 돌담 층계 삼아초록 발톱도롱뇽 떼를 지어푸른 혀를 날름대며꿈틀꿈틀 햇살을 업어 나른다. 앞다리를동글동글 감으며뒷다리를우쭐우쭐 뻗으며 솔바람 부추기듯살랑살랑 불 때마다연초록 진초록 비늘이 후드득앞다퉈 출렁대다가눈이 부시게 푸르다. 하루 이틀 커가던푸른 넋이 어느새담벼락 전체를 독차지하더라

松竹일반시 2025.04.20

능소화

능소화                           松竹 김철이  무슨 사연 지녔길래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데뒷벽 숨어 오르는가,가냘픈 넝쿨손 검푸른 피멍이 들도록 고해성사라도 할 참인지사제관 창틀을 붙잡고목매 애원하듯나날이 창안을 기웃거린다. 들창을 지나고어느새 벽을 지나서올해는 첨아(檐牙) 밑까지 올랐는데내년 여름엔 어디만큼 오를지 천국을 향해높다랗게 솟은 종탑으로안간힘 다해뻘뻘 오뉴월 기어오른다. 두 눈 뻔히 뜨고세상 불의 다 보고도 모르쇠로침묵하는 인간사참회의 기회 연년이 베풀기 위하여

松竹일반시 2025.04.13

벚꽃

벚꽃                          松竹 김철이  배산盃山은 엎은 술잔높이 떠받들어 축배 들 채비로 검푸른데속 모르는 꽃샘추위희끗희끗 때늦은 눈발로 중턱을 뒤덮고가지마다 앞다퉈 앙가슴을 부풀린다. 삼사월이 빚어낸 걸작품한 잎 두 잎 짬짬이 엮어 내리더니골목골목 들락날락새봄 소식 꽃잎 뿌려 소소히 전한다. 산도 들도 화사하니시절은 경치 고운 호시절이라연년이 못다 쓴 사연올 봄엔 점점이 다 적을 심사인지꽃바람에 실린 꽃비로 쏟아져 내린다. 산과 들에 도깨비불로 무수히 날리는데저 불은 그 누가 끌는지 몰라도수수방관하는 자들만이환호와 갈채로 앞다투어 맞는다.

松竹일반시 2025.04.10

산새

산새                     松竹 김철이  이건 내 나무그건 네 나무제 나무 따로 갖지 않아서아무 나뭇가지 아무 곳에나 앉아날개를 접고 이건 내 먹이그건 네 먹이제 곳간 따로 갖지 않아서배고프고 지치면언제 어디서든배불리 먹고 마신다. 수백 마리 이웃해 살아도산자락 잘라 담장 쌓지 않고수천 마리 이웃해 살아도창공을 토막 내 따로 나누지 않는산과 같고하늘 같은 산새들의 넉넉함 그 덕일까,산새들의 날갯짓은 늘 가볍다.초목 빽빽한 숲속에서도세상사 들어찬 하늘에서도몸짓이 비호처럼 늘 가볍다.

松竹일반시 2025.04.06

개나리

개나리                            松竹 김철이  아직은 이른 듯한데어느새 눈웃음 가득히 담아새봄 아씨 읊어 내리는샛노란 봄 이야기 귀 쫑긋 드러나 보세 무엇이 그리도 급하셨나.잎새 하나 입지 않고부랴부랴 달려 나온 네 잎의 꽃잎옷 벗은 가지마다 봄옷을 지어 입히더라. 감당할 수 없는 웃음 웃음들더는 참을 수 없어소쩍새 울음보마저 웃음보로 기워내니야밤에도 꽃은 켜켜이 피누나 상춘객 걷는 봄맞이 길길잡이 자청하여 몇 걸음 앞질러 가며생동하는 기쁨을 봄노래로 엮어봄 뜰에 노릇노릇 피는 웃음꽃이어라

松竹일반시 2025.04.03

풀물

풀물                     松竹 김철이  보이는 가사도들리는 곡조도 모두풀빛의 노래 노래로우쭐우쭐 춤추는 봄 겨우살이 아팠던새싹들이 마냥 웃으며아지랑이 동아줄 삼아쫄랑쫄랑 오르는 봄 풀물 드는 봄엔마냥 슬퍼도 울지를 말자버선발로 맞아줄저 푸르른 산이 들이 있으니 그 설렘이행여 잠시 내리다 그칠봄비로 시들어도마냥 풀물들 가슴이 되자

松竹일반시 2025.03.30

조약돌

조약돌                      松竹 김철이  수천 수백 년을달고 달아도 수양이 덜 됐는지돌은 여태도물속에 잠겨 정신 수련을 한다. 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아직도 밀물 썰물의 배려 속에서몸을 씻는다.세상에 드러낼 마음을 닦는다. 흘러간수천수만 년이 아니라닥쳐올 수천수만 년을 위해물돌이 성화에 혼을 씻는다. 늘 외로운 고뇌 살이물살에 쓸리고발길에 차여도드넓은 바닷물에 넋을 닦는다.

松竹일반시 2025.03.22

짱돌

짱돌               松竹 김철이  드맑은 물이랑 속에 잠겨드러날 듯 말 듯출렁대는얼룩무늬 짱돌 하나 귀갓길에 데려가야지무심코 바위 위에 올려놓고잠시 한눈파는 사이어디로 밀렸는지 흔적이 없었네 이름표라도 달아줄걸동분서주 반나절 찾아 헤매도어느 한 곳그 돌멩이 간 곳이 없었지 가만가만혹여 유년 시절 그 돌멩이세월여류에 흘려보낼내 젊은 날의 청춘은 아니었음인지.     #짱돌

松竹일반시 2025.03.16

춘분春分

춘분春分                           松竹 김철이  채 떠나지 못한 꽃샘추위 들녘에 서성이고혹한 사슬 풀린 전답은 들뜨는데조급해진 농심부지깽이 힘을 꾸어 봄보리 갈기 열중이다. 밤낮 길이도 같고추위도 더위도 비등하니신명 난 벌 나비 춤사위 주체할 길 없는데보리 노름빚에 설늙은이 동사했다네 마파람 타고 봄기운 솔솔 불어올 적에춘삼월 꽃소식 얼기설기 피어나고봄볕 따사로우니뭇 생명 만개한 새봄을 나누더라. 농작물 훔쳐먹던 쥐와 새 몰아내려볶은 콩 드셨고구름 몇 점으로 흉 풍작을 점쳤으니조상님들 드높은 슬기 따를 자 그 누구더냐

松竹일반시 2025.03.13

하얀 민들레

하얀 민들레                          松竹 김철이  네 고향 금수강산 어쩌다 떠났는지제철은 널렸는데네 모양 네 향기는한철 넋조차 피지를 않느냐 세상은 무기 없는 전쟁판이라길섶마다 은근슬쩍 퍼질러 핀노란 민들레 역겨워피워도 피워도 상처뿐인속세 살이 훨훨 벗어던졌을 테지 어제나 저제나안달복달 목 빼고 둘러봐도외래종 득세만 그득 필 뿐희디흰 그 절개, 찾을 길 없어라. 백의민족 품이 그립지도 않더냐희게 피어희게 시들 잡초의 혼이라도네 본향 영영 떠나지 말고삼천리 방방곡곡 홀씨로 날갯짓해주렴

松竹일반시 2025.03.08

경칩驚蟄

경칩驚蟄                            松竹 김철이  겨울잠 곤히 자던 개구리울음주머니 크게 연 하품 소리에땅속에 단잠 자던 곤충들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언 땅 뚜껑을 여누나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녹지 못했나,잔설은 여태도 누리에 노니는데행여 다칠세라산수유 조심스레 샛노란 얼굴을 내밀더라. 나무껍질 속 침실 삼아 몇 달을 잤는데도무당벌레 허청걸음 여전하고꽃샘바람 심술이 머무는 그곳마다홍매화 연분홍 미덕이 서려 있구나 버들 빛도 새로워라,주인 맞을 제비 둥지 잡초가 새파랗고옷 벗은 나뭇가지 새싹이 돋을 적에얼음 풀린 냇물도 서로 어깨 걸어 흐른다.

松竹일반시 2025.03.05

뽑기

뽑기                     松竹 김철이  해님은매일 거듭해 뽑기를 하시나 보다 인생들삶의 뽑기 통 속에 든제 몫의 인생살이들을제각기 갈고랑이로 걸어매일매일 세상 밖으로 뽑아내듯 사계절나무껍질 속에 숨은예쁜 잎눈 여린 꽃눈들은백색 햇살 갈고랑이로 걸어제 모양 제 향기로 뽑아낸다. 나무껍질 밖으로 이끌려 나온잎눈 꽃눈들눈이 시리도록 부신지곁눈질 어슴푸레 실눈을 뜬다.

松竹일반시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