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까마귀 松竹 김철이 새 아침 해 뜰 녘에 초가삼간 추녀마루단정한 길손 하나 문안 인사 정중한데집주인 왕소금 뿌려 재수 없다 도래질 겉모습 검다 하여 속 모습도 검을까 봐만나는 표정마다 돌아서며 외면하니새 머리 조아려 변명 늘어놓는 까마귀 松竹동시조 2025.01.21
성에(2) 성에(2) 松竹 김철이 성에 낀 유리창을도화지 삼아서는 시린 손 호호 불며온화한 우리 엄마 큰 사랑 그려 넣으니풍선처럼 부풀죠 유리창 도화지에손가락 물감 삼아 유순한 우리 아빠큰 은혜 색칠하니 우리 집 곱게 물들어알록달록 곱지요 松竹동시조 2024.11.19
단풍 단풍 松竹 김철이 예쁘고 곱다거니칭송이 풍년인데 가으내 흩날리면짓밟힐 낙엽 조각 청소부 비에 쓰레기늦가을날 말썽꾼 갖가지 대롱대롱떠날 날 낼모렌데 아쉬움 울긋불긋계곡물 물들이고 욕심이 가을날마다생억지로 뒹구네 松竹동시조 2024.10.22
게 게 松竹 김철이 폼나게 걷고 싶어 게딱지 등짐 지고진종일 걸어봐도 옆걸음 신세인걸드넓은 백사장 애민 화풀이를 하네요. 평생을 걸어봐도 옆걸음 살이라서야무진 결심으로 모래밭 걸어본들한숨만 수평선 너머 줄행랑을 치네요. 松竹동시조 2024.09.24
모깃불 모깃불 松竹 김철이 여름밤 평상 깔고초저녁 삼보 나와 마른풀 밑에 깔고추진 풀 위에 덮어 연기로 쫓아주면은모기떼는 줄행랑 한여름 모기 극성나날이 커가는데 당할 수 없었으니악동들 궁리 끝에 모깃불 피워놓고서잔별들과 놀았죠 松竹동시조 2024.08.20
매미 매미 松竹 김철이 매미채 등 뒤 감춰 나무 밑 다가서서매미채 밀어 올려 날쌔게 덮쳤더니채 안에 남아 노는 건 말매미의 울음뿐 오뉴월 삼복더위 더운 줄 모르는 듯온 여름 바락바락 드높이 슬프더니가을볕 홀로 남는 건 저녁매미 슬픔뿐 松竹동시조 2024.07.23
아이스케이크 아이스케이크 松竹/김철이 매미채 둘러메고온 산을 누비다가 들어선 동내 안팎반겨준 얼음과자 시원한 여름살이로온 여름을 즐겼죠 둥근 판 돌려가며행운을 바랐더니 맞춘 건 꽝이라서한 개만 받아 들고 돌아선 해 질 무렵이옛 시절에 머물죠 松竹동시조 2024.06.18
달팽이 달팽이 松竹 김철이 봄 텃밭 고추 잎새 달팽이 할아버지등에다 이동 둥지 통짜로 옮겨 얹고구슬땀 뻘뻘 흘리며 홀로 이사 가네요. 먹이도 많을 텐데 봄 텃밭 버려놓고무엇을 찾아갈까 사계절 변함없이등짐을 지고 살면서 혼자 잘 도살지요. 松竹동시조 2024.05.21
고무신 고무신 松竹 김철이 띠 빵빵 띠띠빵빵 자동차 달려간다. 앞자리 소금쟁이 뒷자리 장구애비 개울가 물길을 따라 큰 강 구경 떠난다. 치익 폭 칙칙폭폭 급행차 달려간다. 운전사 미꾸라지 조수는 게아재비 시냇가 철길을 삼아 여름 여행 간단다. 松竹동시조 2024.04.09
악어새 악어새 松竹 김철이 드넓은 해변가에 먹을 것이 그리 없나 포식자 이빨 사이 들락날락 먹고 사니 바닷물 눈물 흘리듯 아래로만 흘러요. 무섭지 않은가 봐 하루 종일 목숨 걸고 포식자 입속으로 밀물 썰물 드나들 듯 겁 없는 날갯짓으로 하루살이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4.03.19
멧돼지 멧돼지 松竹 김철이 호랑이 떠난 동네 이리떼가 주인이듯 호랑이 쉬러 간 새 산중마을 차지하고 대식가 본색 드러내 미움 사는 꿀꿀이 소문난 욕심쟁이 이곳저곳 쏘다니며 자기네 안방인 양 조롱박이 열리듯이 제 새끼 낳아 기르니 눈총 맞는 다산왕 松竹동시조 2024.02.27
갈치 갈치 松竹 김철이 마파람 불어올 적 남해안 소금물에 갈지자 헤엄치는 은비늘 눈부셔도 다가올 운명은 통째 바닷물에 쟁여요. 은비늘 번쩍이며 들어선 어물전이 낯설어 어리둥절 둘러본 틈 사이에 몸값은 하늘을 뚫듯 용트림을 하지요. 松竹동시조 2024.01.23
펭귄 펭귄 松竹 김철이 뭇 동물 황제라는 이름표에 걸맞게도 매서운 남극 살이 연미복을 차려입은 매무새 걸맞지 않게 뒤뚱 걸음 우습죠. 남극의 신사답게 물바람숲 등에 지고 춥지도 않은 건지 검정 양복 흰 노타이 멋 내다 떨면서 통째 엉거주춤 걷지요. 松竹동시조 2023.12.19
소쩍새 소쩍새 松竹 김철이 외로워 우는 걸까, 대답 없는 메아리가 야밤을 들락날락 바위틈을 메우는데 밤바람 동무 삼아서 하룻밤을 놀더라 밤하늘 말벗 삼아 노래 짓는 야경꾼이 밤이슬 연필 삼고 밤 허공을 종이 삼아 밤 노래 짓는 틈새에 하룻밤이 짧단다 松竹동시조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