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신앙시 105

개똥 | 2024년 4월 신앙시

개똥 김철이 비안네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허물어지는 듯한 아픔도 사흘 만에 꿋꿋이 딛고 되사신 내 임이여 그 숱한 상처 죄다 어디다 감추시고 그 허다한 흉터 어디에 숨기시고 두 팔 펼쳐 제게 주실 참사랑만 고심하시나요. 당신 배고파 허덕일 적에 내 배만 불리기 급급했고 당신 목말라 쓰러질 적에 내 목만 축이기 여념 없었는데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감내하며 십자가 지고 골고다 언덕 오르실 적도 성혈이 흘러 강을 이룰 적도 애써 외면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길섶에 예사로 굴러다닐 개똥만도 못할 제 영혼 어루만져 주시며 날 닮으라고 하셨나요. 보소서 제 영혼 받아주신 드높은 은혜 기워 갚으려고 어눌한 사랑 내어드리오니 날 도와 당신 성심 영광 받으소서

松竹신앙시 2024.04.01

증거자 | 2024년 3월 신앙시

증거자 김철이 비안네 이듬해 겨울 혹한에 얼어 죽은 뿌리그루에도 새싹이 새파랗게 돋듯이 말라비틀어진 가지 끝 잔가지마다 새순이 솟고 연분홍 새잎이 눈부십니다. 허허벌판 하찮은 풀포기도 거듭 되살리시고 어둠도 몸소 이겨내시며 죽음마저 물리쳐 부활하신 예수님 깊은 잠에 빠진 제 신심 속 말라비틀어진 제 신앙도 당신과 더불어 되살리고 싶사오니 당신이 되살아나신 동굴 속 기적으로 이슬 머금은 풀포기로 부활하게 하소서 유연한 믿음 향기 나날이 풍겨내게 하시고 연년이 부활의 증거자 되게 하소서

松竹신앙시 2024.03.01

선교 | 2024년 2월 신앙시

선교 김철이 비안네 태어나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한눈팔지 않고 늘 하늘만 떠받들며 살아가는 세상 갖은 나무들은 제각기 주님을 흠숭할 하나의 성전이다. 수다스러운 기도 떠벌리고 내세우는 봉사 떠들썩한 찬미 찬양은 없어도 그 틈바구니에 들면 왠지 숙연해져 마음가짐을 여미게 한다. 세속적 갖은 욕심 물거품이 되듯 순식간에 흔적이 없고 드맑아지는 영혼 속 내 몸가짐에 새로운 신앙이 싹튼다. 더없이 거룩하고 고결한 곳 나무 성전. 사물이 벌벌 떠는 한겨울 시절에 잎 내주고 빈 가지들뿐인 나뭇가지에 홀연히 날아와 앉은 이름 모를 새 두 마리 묵상에 빠진 듯 지저귐도 작은 움직임도 없이 숨마저 멎을 듯한 침묵 속에 깊디깊은 묵도에 잠기더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교 살이 훠이훠이 날아간다.

松竹신앙시 2024.02.01

거듭나는 신앙 | 2024년 1월 신앙시

거듭나는 신앙 김철이 비안네 엄동설한 칼바람에 살이 터지고 눈보라에 뼈가 녹아도 두 팔 펼쳐 참사랑 내어주신 내 임을 따르리 해도 하나 달도 하나 꽃피고 잎이 져도 하나이신 십자가 우러러보리라 낮이 저물고 밤이 깊어도 값없는 짝사랑 철철이 내주시고 나날이 피와 살로 내 영혼 살리신 주바라기로 살겠네 내 육신 죽어 한 줌의 흙으로 되돌아갈지라도 한순간 뒤돌아보지 않고 외나무다리 홀로 걸으리라

松竹신앙시 2024.01.01

탄생 | 2023년 성탄 맞이 신앙 시

탄생 김철이 비안네 드높은 권세에 만백성 오금이 저리는데 큰 별 하나 세상 곳곳 밝히려 뜬다. 그 누가 빛이고 그 누가 어둠인지 도무지 아리송한 세상사 한 줄기 빛이 되려나 그늘진 잡초밭 햇살이 되고 양 짓 녘 화초밭 비구름 내리려 고사리손 안 먹구름 햇볕도 쟁여 넣었지 타고날 운명 비운인지 풍운인지 알 순 없지만 십자가 못 박는 소리 앞선 길잡이로 들리누나 잡새도 활개 치고 물살도 마냥 자유로운데 네 모퉁이 참사랑에 얽매일 운명이라 첫울음조차 마냥 슬프도다.

松竹신앙시 2023.12.01

위령성월(慰靈聖月) | 2023년 11월 위령성월 신앙 시

위령성월(慰靈聖月) 김철이 비안네 세상 모든 삶과 죽음을 관장자여! 은혜로운 이즈음 내 앞서 이승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세속에 머물러 앞길 닦는 육신들을 위해 기도하며 뒤서 죽어갈 내 죽음을 묵상하게 하소서 저물어 가는 가을 길 잃은 낙엽은 서릿바람에 갈팡질팡 이승과 저승 사이 자신만 위하며 산 넋들이 우왕좌왕 제 몫 다한 실과들 죄다 뿌리로 거듭 앉듯이 제 영혼 속에 생멸을 되새기게 하소서 춘삼월 꽃이 피고 가을철 꽃이 지듯이 인생도 늙어 황혼길 접어드니 산 자랑 물리치며 살아온 삶터에 죽을 자랑 늘어놓게 하소서

松竹신앙시 2023.11.01

하나 되게 하소서 | 2023년 묵주기도 성월 맞이 신앙시

하나 되게 하소서 김철이 비안네 돌고 돌아 제자린데 쉰여덟 알이 빛으로 영영 우리 마음에 머물게 하소서 평생을 살아도 깨지고 말 질그릇인데 우리 평생 환희 꽃 몸소 가꾸게 하소서 즐거움만 찾아 헤맸는데 아픔을 깨우쳐 주셨으니 예수 고통 삶 속 습관처럼 나누게 하소서 상처는 당신 갖고 영광은 우리게 주셨으니 이웃 사랑 무한 영광으로 깨닫게 하소서 줄줄이 엮어주신 참사랑 이웃에 나눠주고 천국 살이 가는 날까지 주님 안에 하나 되게 하소서

松竹신앙시 2023.10.01

주바라기 | 2023, 순교자성월 맞이

주바라기 김철이 비안네 소나무 가지마다 까마귀 울음이 절절한데 누굴 향한 바람이고 무얼 위한 희생인지 걸음마다 핏빛일세 능지처참도 두렵지 않고 군문 효수도 무섭지 않은데 참수인들 무섭고 두려울 손가 임은 그대들 안에 계신걸 해바라기 해를 향해 피고 달맞이꽃 달을 향해 피듯이 골백번 죽고 거듭 고쳐 죽어도 그대들 영혼 주를 향해 피겠네 순교 터 곡소리가 가을걷이 풍년가로 울려 퍼지니 저희 빈 영혼 속에 순교 믿음 골고루 심어주소서

松竹신앙시 2023.09.01

참사랑 꾸러미

참사랑 꾸러미 김철이 비안네 참사랑 찾아 한평생 오르막 내리막 허덕이다가 마음에 담은 건 부질없는 욕심뿐이더라 허황한 심정 달랠 길 없어 병아리 물 머금듯 눈물 가득 담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천 년 전 하늘 가신 내 어머니 날 오라 손짓하네 육신에 진 무거운 짐 벗어놓고 영혼에 묶인 욕심 보따리 하나하나 풀어 내려놓고 어머니 천국 살이 얼마나 좋든가요 세속 살이 억억대는 당신 아들딸들 손마다 마음마다 참사랑 꾸러미 쟁여주시고 몽소승천(蒙召昇天) 그 길 일러주소서

松竹신앙시 2023.08.01

계시

계시 김철이 비안네 기나긴 겨울 내내 알몸으로 동장군 칼바람 몸소 맞으며 꿋꿋이 섰던 나뭇가지 메마름에 연초록빛 작디작은 새싹들이 몰래몰래 고개를 내민다. 한자리 가만히 멈추어 있는 듯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듯 앙증맞고 곰살맞은 가녀린 초목들 하룻밤을 살고 또 하룻낮을 살고 지고 살고 지고 갓난쟁이 옹알이 자라듯 조붓조붓 새 생명을 피운다. 조심성 많고 참을성 많은 명의 힘을 조심조심 몸소 보여준다. 세상이여 보라 봄마다 새롭게 되살 그 임의 드높은 계시를

松竹신앙시 2023.07.01

불쏘시개 | 2023년 예수성심성월 맞이 신앙시

불쏘시개 김철이 비안네 낡아빠진 속옷까지 다 내어주고 가시느라 남은 건 저흴 향한 짝사랑이었던가요 저흴 향한 참사랑이었던가요. 임께서 물려주신 드높은 가르침은 도리질에 애써 눈 가리고 귀 막았으니 얼마나 외롭고 슬프셨을까. 한평생 살아본들 모두가 허상이고 허울 좋은 개살군데 내 영혼 굶주림은 외면하고 내 육신 배 불리기에 급급했네! 핏물로 혈서를 쓰듯 우릴 향해 매 순간 흘러내리는 임의 성혈은 세상사 때 묻고 더럽혀진 우리 마음을 드맑게 씻어 내릴 옥수로고 일천 년을 산다 한들 예수성심 닮을 수 있으리오만 성체 영한 우리 가슴이 임을 닮아 영영 꺼지지 않을 참사랑 불쏘시개로 살게 하소서

松竹신앙시 2023.06.01

간구 (2023. 가톨릭복지회 성모의 밤 봉헌 시)

간구 김철이 비안네 드맑고 화사한 오월의 하늘 아래 맞이한 어머니의 달 어둔한 손길마다 장미꽃 피워 담고 어눌한 마음마다 소박한 희생 담아 어머니 성심에 안겨드리오니 부족하다 마시고 받아주소서 저희 사랑 예수님을 닮았는지 상처뿐인 저희 생을 굽어살펴 주소서 나날이 사지가 뒤틀리고 매시간 온몸이 쑤셔올 때 우리 죄로 십자가 드높이 매달리신 예수 성심 우러러보게 하소서 시간마다 다짐하고 순간마다 서약한들 미물 같은 저희 아픔 태산으로 가로막고 태산 같은 예수 고통 미물로 느껴지니 저희 믿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어머니 성심에 투정밖에 내어드릴 것 없는 저희 영혼 텃밭에 참사랑 참믿음 참 평화가 뿌리내리게 하소서 먼 훗날 예수 성심 저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나하나 쓸어안고 손에 손에 천국 열쇠 내리시게 어머니 ..

松竹신앙시 2023.05.16

감사함

감사함 김철이 비안네 임이시여! 하찮은 제게도 은혜의 순간순간을 베풀어 주신 나날에 감사하게 하소서. 하루를 거듭해 주신 것에, 아름다운 대자연 드넓게 펼쳐주신 것에, 이웃을 고요한 감정으로 우러르게 하신 것에 영영 식지 않을 열망으로 감사하게 하시고, 더불어 값없는 사랑과 조건 없는 용서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느껴보게 하신 것에 영원한 생명을 허락해 주시며 열망과 소망으로 다가서게 하신 것에 눈물 쏟아 늘 감사하게 하소서. 임이시여! 감사하는 속마음에서 절로 우러난 참 평화를 이웃끼리 나누게 하소서. 임께서 베풀어 주신 평화의 미소를 통해 세상천지 은밀히 불어 넘치는 참사랑이 살아 숨 쉼을 이웃이 능히 깨닫게 하소서

松竹신앙시 2023.04.11

밑거름|2023년 성요셉 성월 맞이

밑거름 김철이 비안네 눈이 부셔서일까. 응달에 숨어 향기 없는 꽃으로 피어 이천 년을 늘 시들지 않았네! 친족 슬하 아들도 아니건만 뭘 바라고 피웠을까. 십자가 가지마다 돋는 건 희생이요 피눈물뿐인걸 밤이면 억새도 우는데 앙가슴 부여잡고 시시때때로 솟는 눈물샘 틀어막은 채 평생을 사셨으니 살아도, 살아도 허황한 빈터뿐인 우리 영혼의 텃밭에 잡초 몇 포기 걷어내시고 밑거름 돼 주구려

松竹신앙시 2023.03.03

자제

자제 김철이 비안네 주님! 저는 매 순간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합니다. 당신이 주신 재능인데 소생의 재능인 양 이웃에 드러내 존경받으려 하고, 소생이 지닌 지식 노출하여 너보다 나은 나 자신을 돋보이려 합니다. 부질없을 이 마음 삶의 보람이란 망상에 더더욱 조급해집니다. 주님! 매 순간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행실이 당신 가실 그 길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고 아울러 천박한 망념임을 깨닫게 하소서. 표출하려는 삶이 얼마나 얄팍하고 초조한 영역임을 알게 하시고, 참 아름다움은 고의로 분출하지 않아도 이미 드러나 생동하는 존재임을 절절히 깨닫게 하소서. 동심은 드러냄이 없이도 절로 아름답고, 산골짜기 야생화는 꼭꼭 숨어도 드밝고 드맑은 아름다운 진리 잃지 않게 하소서. 주님! 소생이 자신을 표출하기 위..

松竹신앙시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