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신앙시

모정(2024 가톨릭복지회 성모의 밤 봉헌 시)

松竹/김철이 2024. 5. 13. 20:19

모정

 

                              김철이 비안네 

 

 

평생을 하루같이, 하루를 평생 같이

해바라기 해 보듯이

달맞이꽃 달 보듯이

병들고

마음 다친 자식 행여 상할세라

전전긍긍 인고의 세월 살아내신

어머니 참사랑을 애써 모른 척 외면했었는데

 

어머니 세상 떠나신 지

언 몇십 년

이름만 들먹여도

가슴 먹먹한 모정 찾아

밤이면 밤마다 꿈길에서마저 허우적허우적

 

잡힐 리 없고

만져질 리 없는 모성애 구하려고

하루에도 열두 번

허공만 멍하니 올려다보길 수십 년

 

공허한 영혼 채워질 리 없고

육신은 광야에 내몰린 탕아 신세였는데

 

믿음의 꽃 영혼에 피고

참사랑 육신에 움틀 적에

만개한 오월의 하늘 아래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천상의 모성

성모 어머니! 당신의 다정한 음성이더이다

 

비오니

모르쇠로 회피했던 숱한 세월

은총의 어머니

푸른 망토로 너그러이 감싸시고

당신 성심 모성애로 받아들여 공경하는

저희 영혼이

천상 엄마 성심 속에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처럼

풋풋한 잎새들로 사시사철 돋아나게 하옵소서

 

저희에게 나누어주신 드높고 값없는 은혜

기워 갚으려고

저희 이곳에 함께 하였사오니

 

비록

표현이 어눌하고

몸가짐이 못내 더디더라도

하나하나의 발걸음 귀히 보시고

송이마다 갖은 정성 담아 바쳐 올리는

저희 넋의 꽃

부디 받아 거절치 마옵소서

 

계절은 시들어도

어머니 성심은 시들지 않기에

간청하오니

저희 일상생활 속에

어머니 참사랑 피어 영영 시들지 않게 하옵소서

 

 

※모정, 

이 시는

 

가톨릭 신앙을 지녔지만

몸과 마음의 장애를 지닌 탓에

매년 5월이면 반복하여 거듭 맞이하는 성모성월의

성모성심이 부족한 몇몇 가톨릭 지체장애인 복지회 회원을 위해

필자와 비슷한 처지로 생활해 나아가는

복지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에 빗대어 쓴 작품입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 자녀들을 슬하에 둔 채

갖가지 가슴앓이로 숱한 인고의 세월을 살아내신

복지회 회원들의 육 적 어머니들의 한 맺힌 생애를 그린 글이며

한편 이러한 어머니들의 곰삭은 상처를 능히 알면서도

어머님께서 나약한 모습 아파하는 자신의 표정들을 보시고 더욱 슬퍼하실까 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 참사랑을 애써 외면했었다는 하소연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함께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어머님을 피눈물로 보내드리고

어눌한 주먹질로 제 가슴을 몇천 번 치고 또 처 봐도 시원치 않아

숱하게 방황하며 모정을 찾아 헤맸지만 찾길 리 없었으며

육신이 지쳐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기도에 전념하던 중

천상 어머니의 음성인 성모님의 다정하고 애틋한 음성을 들은 바 있는

필자의 개인적 신앙체험이자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