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997

능소화 | 저서_향수 중에서

능소화                           松竹 김철이  무슨 사연 지녔길래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데뒷벽 숨어 오르는가,가냘픈 넝쿨손 검푸른 피멍이 들도록 고해성사라도 할 참인지사제관 창틀을 붙잡고목매 애원하듯나날이 창안을 기웃거린다. 들창을 지나고어느새 벽을 지나서올해는 첨아(檐牙) 밑까지 올랐는데내년 여름엔 어디만큼 오를지 천국을 향해높다랗게 솟은 종탑으로안간힘 다해뻘뻘 오뉴월 기어오른다. 두 눈 뻔히 뜨고세상 불의 다 보고도 모르쇠로침묵하는 인간사참회의 기회 연년이 베풀기 위하여

작품 발표작 2025.04.13

벚꽃 | 시인뉴스 포엠

벚꽃                          松竹 김철이  배산盃山은 엎은 술잔높이 떠받들어 축배 들 채비로 검푸른데속 모르는 꽃샘추위희끗희끗 때늦은 눈발로 중턱을 뒤덮고가지마다 앞다퉈 앙가슴을 부풀린다. 삼사월이 빚어낸 걸작품한 잎 두 잎 짬짬이 엮어 내리더니골목골목 들락날락새봄 소식 꽃잎 뿌려 소소히 전한다. 산도 들도 화사하니시절은 경치 고운 호시절이라연년이 못다 쓴 사연올 봄엔 점점이 다 적을 심사인지꽃바람에 실린 꽃비로 쏟아져 내린다. 산과 들에 도깨비불로 무수히 날리는데저 불은 그 누가 끌는지 몰라도수수방관하는 자들만이환호와 갈채로 앞다투어 맞는다.    벚꽃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7178

작품 발표작 2025.04.10

산새 | 저서_향수 중에서

산새                     松竹 김철이  이건 내 나무그건 네 나무제 나무 따로 갖지 않아서아무 나뭇가지 아무 곳에나 앉아날개를 접고 이건 내 먹이그건 네 먹이제 곳간 따로 갖지 않아서배고프고 지치면언제 어디서든배불리 먹고 마신다. 수백 마리 이웃해 살아도산자락 잘라 담장 쌓지 않고수천 마리 이웃해 살아도창공을 토막 내 따로 나누지 않는산과 같고하늘 같은 산새들의 넉넉함 그 덕일까,산새들의 날갯짓은 늘 가볍다.초목 빽빽한 숲속에서도세상사 들어찬 하늘에서도몸짓이 비호처럼 늘 가볍다.

작품 발표작 2025.04.06

개나리 | 시인뉴스 포엠

개나리                            松竹 김철이  아직은 이른 듯한데어느새 눈웃음 가득히 담아새봄 아씨 읊어 내리는샛노란 봄 이야기 귀 쫑긋 드러나 보세 무엇이 그리도 급하셨나.잎새 하나 입지 않고부랴부랴 달려 나온 네 잎의 꽃잎옷 벗은 가지마다 봄옷을 지어 입히더라. 감당할 수 없는 웃음 웃음들더는 참을 수 없어소쩍새 울음보마저 웃음보로 기워내니야밤에도 꽃은 켜켜이 피누나 상춘객 걷는 봄맞이 길길잡이 자청하여 몇 걸음 앞질러 가며생동하는 기쁨을 봄노래로 엮어봄 뜰에 노릇노릇 피는 웃음꽃이어라     개나리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7178

작품 발표작 2025.04.03

풀물 | 저서_향수 중에서

풀물                     松竹 김철이  보이는 가사도들리는 곡조도 모두풀빛의 노래 노래로우쭐우쭐 춤추는 봄 겨우살이 아팠던새싹들이 마냥 웃으며아지랑이 동아줄 삼아쫄랑쫄랑 오르는 봄 풀물 드는 봄엔마냥 슬퍼도 울지를 말자버선발로 맞아줄저 푸르른 산이 들이 있으니 그 설렘이행여 잠시 내리다 그칠봄비로 시들어도마냥 풀물들 가슴이 되자

작품 발표작 2025.03.30

조약돌 | 저서_향수 중에서

조약돌                      松竹 김철이  수천 수백 년을달고 달아도 수양이 덜 됐는지돌은 여태도물속에 잠겨 정신 수련을 한다. 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아직도 밀물 썰물의 배려 속에서몸을 씻는다.세상에 드러낼 마음을 닦는다. 흘러간수천수만 년이 아니라닥쳐올 수천수만 년을 위해물돌이 성화에 혼을 씻는다. 늘 외로운 고뇌 살이물살에 쓸리고발길에 차여도드넓은 바닷물에 넋을 닦는다.

작품 발표작 2025.03.23

행복의 의미_(수필)한비문학

행복의 의미                                                                   김철이  세상사 인간들의 행복은 시야에 드는 것보다는 들지 않은 것이 더욱 값지고 귀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라야 좌우 시야각이 180~210도, 상하 시야각이 120도 안팎이라 극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지만, 시야로 확인할 수 없는 범위는 전체적이고 무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무게도 크기도 무한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범위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아울러 사람들은 입만 사랑이고 시를 쓰는 시인 중에도 시의 문맥을 사랑 타령으로 도배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은 헛사랑이 아니라 참사랑일 텐데 그들에게 시야로 확인할 수 있는 참사랑의 크..

작품 발표작 2025.03.20

짱돌 | 저서_향수 중에서

짱돌               松竹 김철이  드맑은 물이랑 속에 잠겨드러날 듯 말 듯출렁대는얼룩무늬 짱돌 하나 귀갓길에 데려가야지무심코 바위 위에 올려놓고잠시 한눈파는 사이어디로 밀렸는지 흔적이 없었네 이름표라도 달아줄걸동분서주 반나절 찾아 헤매도어느 한 곳그 돌멩이 간 곳이 없었지 가만가만혹여 유년 시절 그 돌멩이세월여류에 흘려보낼내 젊은 날의 청춘은 아니었음인지.

작품 발표작 2025.03.16

춘분春分 | 시인뉴스 포엠

춘분春分                           松竹 김철이  채 떠나지 못한 꽃샘추위 들녘에 서성이고혹한 사슬 풀린 전답은 들뜨는데조급해진 농심부지깽이 힘을 꾸어 봄보리 갈기 열중이다. 밤낮 길이도 같고추위도 더위도 비등하니신명 난 벌 나비 춤사위 주체할 길 없는데보리 노름빚에 설늙은이 동사했다네 마파람 타고 봄기운 솔솔 불어올 적에춘삼월 꽃소식 얼기설기 피어나고봄볕 따사로우니뭇 생명 만개한 새봄을 나누더라. 농작물 훔쳐먹던 쥐와 새 몰아내려볶은 콩 드셨고구름 몇 점으로 흉 풍작을 점쳤으니조상님들 드높은 슬기 따를 자 그 누구더냐      춘분春分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7060

작품 발표작 2025.03.13

하얀 민들레 | 저서_향수 중에서

하얀 민들레                          松竹 김철이  네 고향 금수강산 어쩌다 떠났는지제철은 널렸는데네 모양 네 향기는한철 넋조차 피지를 않느냐 세상은 무기 없는 전쟁판이라길섶마다 은근슬쩍 퍼질러 핀노란 민들레 역겨워피워도 피워도 상처뿐인속세 살이 훨훨 벗어던졌을 테지 어제나 저제나안달복달 목 빼고 둘러봐도외래종 득세만 그득 필 뿐희디흰 그 절개, 찾을 길 없어라. 백의민족 품이 그립지도 않더냐희게 피어희게 시들 잡초의 혼이라도네 본향 영영 떠나지 말고삼천리 방방곡곡 홀씨로 날갯짓해주렴

작품 발표작 2025.03.09

경칩驚蟄 | 시인뉴스 포엠

경칩驚蟄                            松竹 김철이  겨울잠 곤히 자던 개구리울음주머니 크게 연 하품 소리에땅속에 단잠 자던 곤충들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언 땅 뚜껑을 여누나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녹지 못했나,잔설은 여태도 누리에 노니는데행여 다칠세라산수유 조심스레 샛노란 얼굴을 내밀더라. 나무껍질 속 침실 삼아 몇 달을 잤는데도무당벌레 허청걸음 여전하고꽃샘바람 심술이 머무는 그곳마다홍매화 연분홍 미덕이 서려 있구나 버들 빛도 새로워라,주인 맞을 제비 둥지 잡초가 새파랗고옷 벗은 나뭇가지 새싹이 돋을 적에얼음 풀린 냇물도 서로 어깨 걸어 흐른다.  경칩驚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7060

작품 발표작 2025.03.05

뽑기 | 저서_향수 중에서

뽑기                     松竹 김철이  해님은매일 거듭해 뽑기를 하시나 보다 인생들삶의 뽑기 통 속에 든제 몫의 인생살이들을제각기 갈고랑이로 걸어매일매일 세상 밖으로 뽑아내듯 사계절나무껍질 속에 숨은예쁜 잎눈 여린 꽃눈들은백색 햇살 갈고랑이로 걸어제 모양 제 향기로 뽑아낸다. 나무껍질 밖으로 이끌려 나온잎눈 꽃눈들눈이 시리도록 부신지곁눈질 어슴푸레 실눈을 뜬다.

작품 발표작 2025.03.02

햇살 좋은 날 | 저서_향수 중에서

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앞마당 빨랫줄 위에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어머니 속치마 밑자락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뽀송뽀송 말라가던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

작품 발표작 2025.02.23

씨감자의 소망 | 저서_향수 중에서

씨감자의 소망                          松竹 김철이  한 해 네 번토실토실 감자알 줄에 매달고감자밭 주군으로되살아날 씨감자가 되길 소망하네 칼집을 받아상처를 몸소 입어야 하고상처로 혈서를 쓰듯손가락, 하나 깨물어 피의 흔적만 내는상흔이 아니라 신앙 바라기 순교자도 아니건만두서너 군데멀쩡한 몸뚱이온전히 절단당해야 하지 상처 깊은 몸미련도 하나 없이 푹 썩혀새싹도 틔우고새 줄기 곧게 내리고햇감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연년이감자밭 이랑마다고이고이 묻힐 거야

작품 발표작 2025.02.16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

얼음꽃                         松竹 김철이   동장군 칼바람은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베고 스치는데현신現身도 없는 넋이 되어켜켜이 엉겨 붙었지. 고작 나흘을 피고 질 거라면차라리 피지나 말지,가지에 맺은 정 품기도 전에사온四溫의 제물이 된 채몇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네 물에서 왔으니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깨달음인지대자연 섭리 순응順應하여물길 따라 아래로만 흐르더라. 더부살이 몸에 익은 듯남의 줄기 빌려 싹눈 뜨고남의 가지 끝에 꽃눈 뜨니꽃잎은 영혼 없는 냉기로 불어혹한 속 화신으로 머물러 핀다.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953

작품 발표작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