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986

뽑기 | 저서_향수 중에서

뽑기                     松竹 김철이  해님은매일 거듭해 뽑기를 하시나 보다 인생들삶의 뽑기 통 속에 든제 몫의 인생살이들을제각기 갈고랑이로 걸어매일매일 세상 밖으로 뽑아내듯 사계절나무껍질 속에 숨은예쁜 잎눈 여린 꽃눈들은백색 햇살 갈고랑이로 걸어제 모양 제 향기로 뽑아낸다. 나무껍질 밖으로 이끌려 나온잎눈 꽃눈들눈이 시리도록 부신지곁눈질 어슴푸레 실눈을 뜬다.

작품 발표작 2025.03.02

햇살 좋은 날 | 저서_향수 중에서

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앞마당 빨랫줄 위에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어머니 속치마 밑자락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뽀송뽀송 말라가던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

작품 발표작 2025.02.23

씨감자의 소망 | 저서_향수 중에서

씨감자의 소망                          松竹 김철이  한 해 네 번토실토실 감자알 줄에 매달고감자밭 주군으로되살아날 씨감자가 되길 소망하네 칼집을 받아상처를 몸소 입어야 하고상처로 혈서를 쓰듯손가락, 하나 깨물어 피의 흔적만 내는상흔이 아니라 신앙 바라기 순교자도 아니건만두서너 군데멀쩡한 몸뚱이온전히 절단당해야 하지 상처 깊은 몸미련도 하나 없이 푹 썩혀새싹도 틔우고새 줄기 곧게 내리고햇감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연년이감자밭 이랑마다고이고이 묻힐 거야

작품 발표작 2025.02.16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

얼음꽃                         松竹 김철이   동장군 칼바람은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베고 스치는데현신現身도 없는 넋이 되어켜켜이 엉겨 붙었지. 고작 나흘을 피고 질 거라면차라리 피지나 말지,가지에 맺은 정 품기도 전에사온四溫의 제물이 된 채몇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네 물에서 왔으니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깨달음인지대자연 섭리 순응順應하여물길 따라 아래로만 흐르더라. 더부살이 몸에 익은 듯남의 줄기 빌려 싹눈 뜨고남의 가지 끝에 꽃눈 뜨니꽃잎은 영혼 없는 냉기로 불어혹한 속 화신으로 머물러 핀다.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953

작품 발표작 2025.02.13

개나리 | 저서_향수 중에서

개나리                    松竹 김철이  앙증맞은 향기가질투와 시새움으로 다가와칼바람 꼿꼿한한겨울 무너뜨린 승리로봄날을 내어준다. 솟아오른 어린순 따라흐트러진 여리디여린 줄기 따라삐죽빼죽쫓고 쫓기는 그 넋두리 시절은 을씨년스러운데꽃으로 앞서 나와누가 숨어 숨어볼까 봐잎사귀 등 뒤에 조롱조롱 업힌 채몰래몰래 화들짝 피워괜스레 부려보는 소박한 객기 봄날은 알 테지두드러지게 곱고 밝은 표정으로놀란 듯 피워내는 노란 꽃망울이시기의 화신만은 아니란 걸

작품 발표작 2025.02.09

함박눈 | 시인뉴스 포엠

함박눈                                松竹 김철이  철철이 잎새에 맺었던 정좀체 잊지 못해메마른 가지 사방으로 뻗치는데빈 가지 고이 어르듯이둥개둥개 내려앉아 꽃상여를 태운다. 잡초로 무성했던 산등성이애써 찾는 건산짐승 발 시린 발자국뿐이니잎눈도 꽃눈도 뜨지 않고한달음에 자박자박 꽃동산을 이뤘지 소소한 일상들이요리조리 모여 피던 산촌산새들 울음소리만 뜨덤뜨덤 쌓일 적에밤새 아린 발자취 위로고을마다 고운 꽃수를 땀땀이 놓더군. 고된 뱃일에 엉킨 그물처럼소박한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힌 어촌밀물 썰물만 들락인 줄 알았더니물새들 물고 온 걸까뱃전에 몰래 타고 희끗희끗 꽃가마로 삼더라.     함박눈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953

작품 발표작 2025.02.06

그 목련꽃이 | 저서_향수 중에서

그 목련꽃이                            松竹 김철이  쪼끄만 둥지 속 새알들을그 누가지독한 혹한 속에 보듬어 주었는지껍질은 그새또 누가 쪼아 주었는지 거듭해 어느 누가 부추겼나,껍데기 속으로 깨고저렇게 가득 부리를 다듬게 했는지가지마다 뽀얗게 눌러앉아새끼 새들이 조잘댄다. 괜스레 빈 허공 쪼아도 보고봄바람 화사하게 불 때마다덜 여문 깃털 털어보다꽁지깃 쫑긋 치켜세워서투른 날갯짓 우왕좌왕이다. 어느덧 계절풍 떠날 걸음걸음알아나 차린 듯이

작품 발표작 2025.02.02

낮달 | 저서_향수 중에서

낮달                  松竹 김철이  대낮은 중천인데지난밤 못다 바친 절개일까,화장기 없는 민얼굴로보일 듯 말 듯 행색이 가련하다. 창공을 허황히 떠도는 충절잘 보이고 싶은 심정, 간절하나꾸며본들 무엇하리하루살이 낮을 향한 풋사랑인걸 까마귀 동정하고바람 한 자락 연민을 품어도임 향한 짝사랑 떨칠 수 없으니수절 열녀 신세 면할 수 없네 칭송 자자한 밤 달을 닮고 싶었나.진종일 민낯으로 떠돌아도무심한 곁눈질뿐모름지기 참사랑은 야월(夜月)의 몫이더라

작품 발표작 2025.01.26

산 | 저서_향수 중에서

산                       松竹 김철이  눈꽃 피는 고향을 서성이며아무것도 바라지 않고늘 웅숭깊은 아버지 거대한 가슴팍이다품에 안기면남녀노소 응석받이가 되니 싫증이라도 낼까 봐춘삼월 나뭇가지 물 올리고물오른 대지 잡초 깔아잘난 놈 못난 놈 죄다 품어 안는다. 칠팔월 복더위에 지칠까 봐검푸른 초목 그늘 지우고건들바람 바람잡이 삼아구슬땀 부채질에 좋은 시절 흘려보내니드높은 어머니 은혜 같더라 낙관도 비관도 아니 하고침묵으로 배부른 구시월 엮어내며곱디고운 춤사위로겸허히 머리 숙이는 뭇 생명의 안식처로다.

작품 발표작 2025.01.19

소망 반 걱정 반 | 시인뉴스 포엠

소망 반 걱정 반                          松竹 김철이  지난해 첫날이구동성 입 모아 만복을 빌어주었건만복을 빌어줄 적에마음 한 귀퉁이 쟁여놓았던지나라 안은 온통 아귀다툼네 그르니내 그르니 삿대질 판이었지 배신과 배척 속에신음하는 민초民草 한숨만 늘고민생고 죽음의 제를 넘듯 허덕이는데높은 자리 나리님들 뒷짐 지고양반걸음제 밥그릇 챙기기에 안달복달 새해도 밝았으니신년엔 내 미락 네 미락하지 말고네 탓도 내 탓내 탓도 내 탓으로 돌려산산이 흩어진 민심 한곳에 모아태평성대 한번 옹골차게 이루어 봄세 돈 많고 잘난 자 두 번 살고돈 없고 못난 자 한번 산다더냐저승 갈 적 후회 말고이승 살 적 하루살이 삶 살아나 보게     소망 반 걱정 반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

작품 발표작 2025.01.16

소래기 | 저서_향수 중에서

소래기                     松竹 김철이  재빠른 어머니 손놀림 따라팍팍 폭폭보리쌀 쌀뜨물품어 안고 달래고 얼레다뽀얀 쌀 물 흘려 이별을 고하더라 어느 봄날바람난 봄나물 꼬셔 들여너른 품속 쓸어안고갖은양념 찰떡궁합 중매쟁이 자청하네! 인간미 넘치던 시절두레 밥상 상머리에 온 가족 둘러앉아찬 보리밥 한 덩어리시래기 콩나물 더불어 비벼놓고너 한술 나 한술 떠먹이던 모정 같아라. 찬거리 궁하던 시절껍질도 채 벗지 않은 콩나물 콩소복이 눌러앉아 배설물 배설할 적콩나물 밑받침 역할 능히 했었지

작품 발표작 2025.01.12

신년 기도 | 시인뉴스 포엠

신년 기도                                 松竹 김철이  신년엔 좀체 서두르지 않고드맑은 눈동자드맑은 영혼으로세상을 드맑게 할 물 한 종지 긷게 하소서 기원하는 초목이 되고새날을 몸짓하는 새의 날갯짓 되어늘 비상과 하강하며엇박자가 아닌정박자 노래를 읊는 악기로 살게 하소서 새해엔 절대 게으르지 않고드밝은 소망드밝은 희망으로만인을 좀 더 귀히 여길 넋으로 살게 하소서 몇 획의 글로슬픈 이 눈물을 씻어주고몇 행의 시로아픈 이 가슴을 조곤조곤 쓸어줄천생天生글 꾼으로 쟁여 들게 하소서    신년 기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860

작품 발표작 2025.01.09

향수 | 저서_향수 중에서

향수(鄕愁)                          松竹 김철이  코흘리개 시절순수했던 그 내음 코끝에 맴도는데고달픈 세상사 무뎌진 감성은물러난 세월에 얹힌다. 동편에 해 뜰 적에하루살이 나팔꽃여린 넝쿨손으로 높다란 하늘 타던그 모습 눈앞에 아롱거린다. 옆 동네 마실 가던 날논두렁 얼룩빼기 황소가멍에 걸고 환대하듯 우렁차게 울던 울음이여태 귓전에 머문다. 무슨 사연 그리 많아드넓은 하늘가에 구슬펐던 뻐꾸기 노래가사 한 획 바뀌지 않고수십 년째 헷갈리고 애잔하다. 서편에 해 질 무렵꽃노을은 곱기만 한데두 날개에 생의 짐을 통째 실은 듯기러기 날갯짓에 삶의 무게가 무겁다.

작품 발표작 2025.01.05

빈손_(수필)한비문학

빈손                                                김철이  세상을 두 번 사는 사람 하나 없듯 부자건 가난하건 잘 났건 못났건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벌거벗고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 마냥 쟁이고 쌓는 걸 보면... 오십여 년 전 부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데 삼십 대 중반에 남편을 잃고 4남매를 여자 혼자의 몸으로 키우며 갖은 고생 다 하며 사시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임종이 가까워지자 떨어져 생활하던 4남매가 본가에 다 모였다. 그때 어머니가 둘러앉은 자녀들을 올려다보며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런데 평생 다이아몬드 반지 한번 껴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원통하구나” 이 말을..

작품 발표작 2024.12.31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

겨울 허깨비                              松竹 김철이  지금 여기볏단이 누렇게 영글어 누웠던 흔적뿐일걸 잘 훑어보면행여 탈곡기 가출한 알곡들이 뒹굴지 모름이라고먹이 훑는 참새들을 위한 헌신으로혹한을 몸소 절절히 맞으며논바닥 한가운데기꺼이 홀로 서서 알림판이 되리라 겨울 꼭두각시시방 이곳나그네새 허덕허덕 이삭 줍던 자취뿐인걸 뒤 훑어보면간혹 벼쭉정이 속에 숨겨진 낟알들도 있음이라고무작정 먹이만 훑어대는콩새들을 위한 봉사로허허벌판 논두렁 칼바람 무릅쓰고논바닥 고지판으로 꿋꿋이 서리니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741

작품 발표작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