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33

마디와 마디 사이

마디와 마디 사이그리움은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선 하나 그으면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둥치 없어진 자리엔흰 구름이 들어선다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못 갖춘 마디마디와 마디 사이-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  시 〈마디〉 전문에서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합니다.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2.05

이유없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

이유없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지금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은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있는 것인가? 아무 잘못 없어 보이는 사람이왜 저런 끔찍한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가?대체 이 세상에서는 왜 악과 불의와,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고통이 존재하는가?- 송민원의 《지혜란 무엇인가》 중에서 -* "왜 이유없는 고통이 존재하는가?"오랜 인류 역사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하늘에 묻고 울부짖었던 절규의 물음이었습니다.하지만 인류 중에 그 누구도 끝내 답을 얻지못했습니다. 다만 오늘도 그 답을 찾아길을 갈 뿐입니다. 고통 속에서도자기 길은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2.03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나는 나를 좋아한다.이렇게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뭐야? 엄청난 나르시시즘인데!","아, 기분 나빠!"라는 식으로 밉상으로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자기긍정감이라는말이 커다란 붐을 일으켜 본인 스스로를사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사람들이 이해하게 됐다.- 요시카와 미쓰히데의 《나는 매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 중에서 -* '자기 사랑'은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가?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 할 때 꼭 거쳐가야 할과정입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어떤답도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생애 마지막까지나와 함께 할 이는 바로 나입니다.영원한 동반자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1.31

순간 몰입

순간 몰입앞으로 한 발, 또 한 발,주문을 외우듯 신체가 움직이는순간에만 몰입하면서 에너지를 쓰다 보면하루 동안 피로와 불안한 마음도 평온해질 것이다.단단하게 다져진 몸과 마음으로, 당신이 하고 싶고좋아하는 모든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쭉 이어나가기를 응원한다."계속해보죠, 남는 게 체력이니까!"- 정김경숙의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중에서 -* 걷기 하나만 잘 반복해도튼튼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결심과 꾸준함입니다.처음 마음먹은 것을 꾸준히 계속하면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좋아집니다. 여기에명상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걷는순간순간에 몰입하는 것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1.24

외모와 목소리

외모와 목소리가끔 외모만 보고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외모가 아닌 목소리만으로 상대의 성격을파악할 때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느낌이 다르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감과비호감을 목소리만 듣고 결정하는 오류를범한다. 하지만 종종 이미지와 목소리가생각했던 대로 일치하는 때도생기니 정답은 없다.- 김기화의 《그설미》 중에서 -* 관상은 타고나지만인상은 살면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아무리 귀한 상을 지녔다고 해도 늘 울상이거나성난 얼굴이면 일이 잘 풀릴 수 없습니다. 인상, 관상보다심상(心相)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목소리 또한 그렇습니다.타고난 고운 소리도 성내는 말, 비난하는 말, 불평불만의말을 하는 목소리가 고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외모와목소리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1.22

누구나 복잡하구나

누구나 복잡하구나겉으로는마냥 밝고, 씩씩하고, 늘 웃고,당차 보이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그럴 때마다 반전처럼 놀라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누적되다 보니 아, 사람이란 결코 단면 같은 존재는아니구나, 누구나 복잡하구나, 누군가 단순하게만보인다면 그것은 내가 그에 대해 빙산의일각밖에 모른다는 뜻이구나, 하는 걸뼛속 깊이 알게 되었다.- 정지우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 중에서 -* 사람은 결코 겉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사람의 내면은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참으로많은 다양성이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성품도 있지만, 자라 온 환경과 주변 인물들도 많은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단편적으로판단하면 큰일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말고그 안의 깊은 호..

고도원 편지 2025.01.20

산책이 사람을 똑똑하게 만든다

산책이 사람을 똑똑하게 만든다산책을영적으로, 또 지적으로 나아가기 위한수단으로 여긴 사상가는 니체만이 아니다.다윈도 집 주변에 정기적으로 산책을 하는 길이있었고 그 길에 샌드워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와동시대를 살았던 찰스 디킨스 역시 런던의 한적한밤거리를 걸으며 연재 중인 소설을 구상했다.스티브 잡스도 걷기가 사람을 더 똑똑하게만든다는 확신으로 미국 애플 캠퍼스에  산책로와 러닝 트랙을 만들었다.-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의 《인생의 의미》 중에서 -* 옹달샘에도 네 개의 산책길이 있습니다.용서의 길, 화해의 길, 사랑의 길, 감사의 길.저도 시시때때로 이 길을 걸으며 고요함을 찾고아침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산책은 몸을 건강하게할 뿐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우주의 지혜를받아들이기에 좋은 습관입니다. ..

고도원 편지 2025.01.17

사람을 남기는 장사

사람을 남기는 장사처음 장사를 해 보지만이곳에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남들보다 먼저 문을 열고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으면망할 일은 없는 것이 장사 같다.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보다사람을 남겨야 한다.- 최요한의《시를 쓰고 커피를 볶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요?》중에서 -* 장사든 뭐든성공 비결은 단순한 것에 있습니다.부지런함입니다. 한 발 먼저, 한 번 더 챙기면적어도 망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그 '목적'에 있습니다. 이문을 남기는 것이야말로장사의 기본이지만 궁극의 목표가 돈이 아니라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할 때 더 큰 성공,더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1.15

부끄러움

부끄러움부끄러움을 아는 것은사람에게 아주 중요하다.교묘하게 기교나 재주를 부리는 자들은수치심을 쓸 줄 모른다. 부끄러워할 줄모르는 점이 남과 같지 않은데,어떻게 남과 같을 수있겠는가?- 조윤제의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말했습니다.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미워하는 마음입니다. 한마디로 올바름에서 벗어난 것을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무엇이 바르고 의로운 것인지분별하고, 의롭지 않은 것을 경계하고 부끄러워할 줄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게가장 절실한 덕목일듯 싶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5.01.13

차를 마시며 '나'로 향한다

차를 마시며 '나'로 향한다차를 마실 때'색, 향, 미'의 관점으로 즐기라.찻잎을 바라보고 건잎의 향을 맡는다.뜨거운 물로 한 번 예열한 다구에 건잎을넣고 흔들어서 다시 향을 맡아본다. 우려낸 찻물의색을 관찰하고 젖은 찻잎의 향을 맡는다. 찻잔의따스한 온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차의 맛을음미하는 과정까지, 그렇게 오감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고민은 잊히고외부로 향한 나의 안테나는점점 '나'로 향한다.- 박지혜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중에서 -  * 차를 마시는 것은단지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한 모금 한 모금 차를 마시면서 나를 바라보고,'밖'으로 향한 마음의 시선을 '나'로 향하게 하는시간이기도 합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지금이 순간의 차 한 잔이 내 인생에 단 한 번이자마지..

고도원 편지 2025.01.10

역사의 신(神)

역사의 신(神)이따금 신은자유로울 수 없는액체의 감옥을 만든다.신의 사랑이 있는 곳에는빗소리 하나에도 신의 언어가 있다.젖은 꽃잎 하나에도 신의 손길이 있다.- 최요한의 《시를 쓰고 커피를 볶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요?》 중에서 -* 신이 깃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요?사람이 보기에 어두워 보이는 구석에도, 방향 없이흘러가는 것 같은 역사의 강물에도 신이 계십니다.신은 어둠과 빛을, 불과 물을, 차가움과따스함을 모두 만드셨습니다.올바른 방향을 위해서.

고도원 편지 2025.01.08

오고 가고

오고 가고사람들 오고 간다한 사람 오고 한 사람 가고또 한 사람 오고 또 한 사람 간다다른 한 사람 오고 다른 한 사람 가고또 다른 한 사람 오고 또 다른 한 사람 가고밤,검은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린다- 문재규의 시집 《달을 물어 나르는 새》에 실린  시 〈오고 가고〉 중에서 -* 모든 것은 오고 갑니다.기꺼이 왔다가는 이내 가 버립니다.숨도 들어왔다가 나가고, 계절도 왔다가는 가고,사랑하는 사람도 왔다가는 갑니다.밤도 왔다가 갑니다.새벽이 옵니다.

고도원 편지 2025.01.06

겨울 밥상의 푸른색

겨울 밥상의 푸른색겨울 밥상에푸른색을 가미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강낭콩이나 꼬투리째 먹는 청대 완두 무침은그렇다 치고 고야 두부를 섞은 쑥갓이나 냉이무침이 꽤 괜찮다. 미리 불려둔 고야 두부를 뜨거운물에 잘 삶아 식힌 후 물기를 꼭 짜서 가늘게 채를친다. 이것을 식초, 간장, 설탕, 미림과 함께 조린다음, 식혀서 참기름으로 버무린다. 여기에 데친쑥갓이나 냉이를 잘게 채썰기 해 섞는다.색감도 무척 보기 좋고, 건조식품과계절의 흙이 어울린, 풍미가좋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미즈카미 쓰토무의 《흙을 먹는 나날》 중에서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말이 있습니다. 겨울 밥상에 푸른색이 놓이는정경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입맛이 다셔집니다.밥상의 미학입니다. 이왕이면 건강한 아름다움,'사람 살리는' 밥상에..

고도원 편지 2025.01.03

벌떡 일어난다

벌떡 일어난다나는 요즘 벌떡 일어납니다어둠이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집니다그 사이로 비행기가 날아갑니다방향을 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갈라진 어둠은 곧 닫힙니다나는 거기에 갇힙니다벌건 핏물이 올라옵니다거기 사람 맞습니까또 아침입니다정말 이렇게 사는 게맞습니까- 손미의 시집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에 실린  시 〈불면〉 중에서 -* '푸른 뱀'의 새해가 밝았습니다.쉽게 잠들 수 없고, 겨우 잠이 들었어도 가위에눌린 듯 벌떡벌떡 일어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아침은 오고또 다른 하루,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됩니다.과거가 현재를 도와주고, 죽은 자가산 자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말이 새삼 가슴을 칩니다.

고도원 편지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