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19

벌떡 일어난다

벌떡 일어난다나는 요즘 벌떡 일어납니다어둠이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집니다그 사이로 비행기가 날아갑니다방향을 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갈라진 어둠은 곧 닫힙니다나는 거기에 갇힙니다벌건 핏물이 올라옵니다거기 사람 맞습니까또 아침입니다정말 이렇게 사는 게맞습니까- 손미의 시집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에 실린  시 〈불면〉 중에서 -* '푸른 뱀'의 새해가 밝았습니다.쉽게 잠들 수 없고, 겨우 잠이 들었어도 가위에눌린 듯 벌떡벌떡 일어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아침은 오고또 다른 하루,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됩니다.과거가 현재를 도와주고, 죽은 자가산 자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말이 새삼 가슴을 칩니다.

고도원 편지 2025.01.01

진실을 말하는 용기

진실을 말하는 용기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진실을 말하는 데는 큰 용기가필요합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 지혜, 정의,절제를 네 가지 주요 덕목으로 꼽았고, 그중 가장중요한 것은 바로 용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용기가다른 덕목들을 지켜주는 근간이라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용기 없이는 다른 덕목을일관되게 실천할 수 없고, 자신에게중요한 가치를 지켜낼 수도없습니다.-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의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중에서 -* 용기는 때로손해와 희생을 초래합니다.진실을 말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용기 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래서눈앞의 위기가 보이는 순간에 돌아서고 마는 것입니다.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용기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

고도원 편지 2024.12.30

삐죽삐죽 올라온 흰머리

삐죽삐죽 올라온 흰머리흐릿해진 거울을손바닥으로 문지르자살이 내려 주름이 두드러진 얼굴과삐죽삐죽 올라온 흰머리가 보였다.진은 거울의 표면을 닦으며 내일은 염색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생활은 엉망이 될 것이고 이 삶은 어딘가,예상하지 못한 곳으로쓸려가버릴 것이다.- 서유미의 《밤이 영원할 것처럼》 중에서 -* 어느 날 문득,흰머리가 보였을 때 마음이 묘하게 신산해집니다.이런 날이 왔구나 싶고, 염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도 하게 됩니다. 늘어나는 흰머리에 자꾸만거울을 쳐다보게 됩니다. 염색을 해서 일시적으로검게 물들여도 기세 좋게 흰머리는 또 올라올것이고, 에라~~그래. 함께 살자 생각하니오히려 마음이 편해 집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27

역경을 이긴다

역경을 이긴다나에게역경을 이긴다는 의미는현재를 인정하고, 역경에 당당히 맞서고그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 또한현재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현실적인목표를 설정하고, 절대로 포기하지않으면서, 나에게 맡겨진 운명을사랑하는 것이다.-유창옥의 《희망 디자이너 유창옥》 중에서 -* 역경이 닥쳐 왔다는 건삶이 내게 전할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역경에 굴복해패배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역경을 이겨내어불굴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무언가 깨달아야할 것이 있어 잠시 멈추게 하는 하늘의선물일 수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26

천국에 대한 생각

천국에 대한 생각천국에 대한 생각은 논리를 거부한다.내 마음속에서 천국은 사랑과 동의어이며나는 희망의 존재를 믿는다.- 리사 밀러의 《헤븐》 중에서 -* 천국은논리도 과학도 아닙니다.전적으로 믿음의 세계입니다.저는 천국을 믿는 사람입니다.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믿었기 때문입니다.부모의 믿음을 따라 천국이 있다고 믿는 것이두 분에 대한 저의 사랑이자희망의 표현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25

느린 산책

느린 산책느린 산책은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며과열된 세상에서 결핍된, 시간이라는 선물을선사한다. 타인이 내게 내어주는 시간은언제나 소중한 선물이다. 지금은 나미브사막의 폭풍우처럼 희소해졌지만누군가에게 한 시간 혹은 하루동안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의 《인생의 의미》 중에서 -* 느린 산책은발걸음만 느리게 걷는 것이 아닙니다.몸도, 뇌도, 마음도 느리게 하는 것입니다.생각에 쫓기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숨이 가빠집니다. 천천히, 고요히, 깊이 숨쉬며발과 땅이 만나는 것을 지켜보는 느린 산책은나를 만나는 시간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23

은하수가 보인다

은하수가 보인다한 치 앞도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이어야볼 수 있는 은하수를 그리면서 생각했다.어쩌면 칠흑같이 캄캄한 인생이라야 보이는내 인생의 은하수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안온할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지친 하루에도 때가 되면찾아갈 집과 가족이 있는 것이라든지 외로운 싸움을하는 중에도 몇 마디 말로 내 편을 들어줄 친구가있는 것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하고살 이유가 있다는 것에감사하기로 했다.- 이기주의 《그리다가, 뭉클》 중에서 -* 칠흑 같은 어둠이 있기에별이 빛나고 은빛 은하수가 보입니다.계곡이 깊다는 것은 봉우리가 높다는 뜻도 됩니다.인생도 역사도 깊은 절망의 계곡과 굴곡이 있기에더 높은 희망의 봉우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진흙 속에서 청정한 연꽃이 피어나고,불행은 행운의 전반부라는 것을..

고도원 편지 2024.12.20

종이책의 향기

종이책의 향기종이책을 선택하라.디지털 매체보다 종이책이어휘 습득, 문장 이해, 응용력 향상에더 효과적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주의가 자주 분산되기 때문이다.- 김대식의 《독서의 뇌과학》 중에서 -* 종이책은 향기가 있습니다.그 향기는 묘하게 안정감을 줍니다.책장을 넘기는 소리, 손끝에 느껴지는 질감도종이책이 주는 매력입니다. 특히 오래된종이책에는 아름답게 나이 든 사람처럼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18

'역사의 신'은 살아 있다

'역사의 신'은 살아 있다고통 없는 죽음이콜링인 줄 알았나? 아니야.고통이 극에서 만나는 거라네.그래서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지.니체가 신을 제일 잘 알았다고 말일세.신이 없다고 한 사람이 신을 보는 거라네.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신을 못봐.-김지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역사의 진전은언제나 엄청난 고통을 수반합니다.그 고통이 너무 커서 '신은 없다'라고 외치는 순간,바로 그때 '역사의 신'은 비로소 움직입니다.극도의 고통은 극도의 환희로 바뀌고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던 역사는새로운 희망의 창공으로날아오릅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16

내가 받았던 타인의 사랑

내가 받았던 타인의 사랑내가 받았던타인의 사랑을 새삼 느껴본다.그들의 사랑을 함부로 버린 적도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 속에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과연 나는 내가 가진모든 것을 준 적이 있었던가. 그들에게 받은사랑을 내가 진정으로 감사하다고느꼈던가.- 나태주, 이영문의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중에서 -* 받았던 사랑을 떠올리면,그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묻게 됩니다.'나는 내 모든 것을 다해 타인을 사랑했는가?''받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했는가?'이 질문은 지금 내 곁에 있는사랑을 더 깊이, 더 귀하게느끼게 해줍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13

실루엣만 남은 사람

실루엣만 남은 사람눈 코 입 손발 다 지우고이름과 목소리도 몸이 되어 실루엣만 남은 사람보지 못해도 걷지 못해도 어디로 가는가아무리 멀어도 꿈이라면 닿으려나아무리 지워도 꿈이라면 보이려나- 이운진의 《당신은 어떻게 사랑을 떠날 것인가》 중에서 -* 실루엣만 남은 사람인데너무도 그리워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꿈에 나타날까 겁나는 사람이 있고꿈에도 그리운 사람이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11

꼬리 자르기, 다리 자르기

꼬리 자르기, 다리 자르기서울 도심에 나타나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벌레는특이한 행동을 합니다. 천적이 나타나 공포감에휩싸이면 처음엔 가사 상태에 빠지지만, 잡히면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다리를 자르고 도망갑니다. 방아깨비도마찬가지입니다. 천적에게 잡히면기다란 뒷다리를 끊어내고도망칩니다.- 정부희의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중에서 -* 위기 때 도마뱀은 꼬리를,대벌레는 다리를, 방아깨비는 아예 뒷다리를자르고 달아납니다. 목숨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선택입니다. 우리도 가끔은 수족을 잘라낼 때를마주합니다. 존재 전체를 살리기 위해 과감히자신의 몸에 메스를 대야 합니다. 그마저때를 놓치면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