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147

가을걷이

가을걷이                                                             김철이  가을걷이란 농부들이 일년내내 고생하며 농사지은 곡식을 거두어들인다는 개념만이 아니라 인생살이 전반에 걸쳐 해당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의 의견을 조정하여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정치인은 민생정치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 사업을 계획하고 관리하여 운영하는 본분을 지닌 사업가는 그 본분에 걸맞게 회사가 나날이 번창해 나아가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직에 몸담은 공직자라면 청렴한 공직 생활의 가을걷이에 풍작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주관하는 여주인 역할을 해내야 하는 가정주부라면 가사에 충실하고 가족사에 ..

松竹♡수필 2024.11.10

혈세(血洗)

혈세(血洗)                                           김철이  인성을 지닌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나 계획이 무산되면 실패라고 치부해 버리고 그 일을 쉽사리 포기해 버린다. 반면에 자기가 구상했던 일이나 계획이 이루어져야만 성공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의 생각이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진 다음에야 비로소 더 큰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바로 포기의 섭리다. 참고 희생하며 기다려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대변해 주는 단편적 이야기다. 목재를 다루는 기술이 남달리 뛰어난 도 목수와 그의 제자가 함께 큰 숲을 지나갔다. 그들이 크고 아름다운 떡갈나무 기슭을 지나갈 즘 도 목수가 제자에게 물었다."너는 무엇 때문에 저 나무가 저렇게 거대할 정도로 ..

松竹♡수필 2024.08.29

하나 된 국론

하나 된 국론                                                            김철이  어느 날 시각장애인 한 사람과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인 한 사람이 아주 험한 길에 동시에 도착하였다. 그때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에게 자기를 좀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지체장애인이 대답했다. "내가 어찌 이 몸으로 당신을 도와줄 수 있겠소? 성치 못한 다리로 혼자 걷기도 버거울 지경인데", 이어 지체장애인이 이런 제안을 했다. "만일 당신이 나를 업고 간다면, 난 당신의 눈이 되어 장애물을 맞닥뜨릴 때마다 미리 일러줄 수 있소. 그러면 내 눈이 당신의 눈이 되고, 당신의 발이 내 발이 되는 셈이지요." "거 좋은 생각이구려."  곧이어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의 등에 업었다...

松竹♡수필 2024.06.27

무거운 짐일수록

무거운 짐일수록                                                  김철이  잘 났건 못났건 세상 사람들은 크기와 무게의 차이가 있을 뿐 자의든 타의든 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때 짐이란 시야에 어떠한 형태로 비추어지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책임(責任), 통고(痛苦), 비탄(悲歎), 수심(愁心) 등의 모든 정신적 부담의 요소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물론 사람들이 나날이 마주하는 삶 중의 멍에와 굴레 자체도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멍에는 무거운 짐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지렛대 역할도 해준다. 멍에는 우마(牛馬)가 우차(牛車)나 마차(馬車)를 끌 때 우마의 목덜미에 씌워서 짐의 무게 하중도 줄여주는가 하면 행여 실수로 낭떠러지 혹은 가파르고 비탈진..

松竹♡수필 2024.04.30

새롭게 새롭게

새롭게 새롭게 김철이 2023년 계묘년 한 해는 정말 다사다난했고 우여곡절이 숱했던 해였다. 아픔도 많았고 다툼도 많았지만, 양심 밑바닥에서 절절히 우러나는 뉘우침은 접하기 힘든 한 해였다. 생각과 말과 행위는 물론 손놀림 발걸음조차도 진실로 뉘우치는 모습은 접하질 못했다. 2023년 계묘년 한 해만 살 것이 아니니만큼 지난해의 오류를 마중물 삼아 2024년 갑진년 한 해만큼은 한번 범했던 오류는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 한 가정주부가 마트에서 간고등어 네 마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네 식구가 먹을 반찬으로 요리해 밥상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 간고등어를 꺼내 구우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간고등어가 온 데 간 데가 없고 전날 자신이 신고 외출했던 구두 두 짝이 사이..

松竹♡수필 2024.03.26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4부 추운 겨울 우리는…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4부 추운 겨울 우리는… 김철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어야 할 인생길의 출발점에서 한 시절 동심(童心)으로 살아야 한다. 동심은 호발성(好發性)이 어느 시기보다 왕성할 뿐만 아니라 평생 쌓는 추억 양의 80% 이상을 동심의 시기에 체험하는 것인데 동심의 시기에 추억이 덜한 이들은 불행한 사람이라는 속언도 있지만, 이 속언이 속언에 불과하지 않다는 증명을 전하는 필자(筆者)의 동심 행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노는 시기는, 때와 철을 가리지 않듯이 나의 유년 시절은 놀기 위한 시기였다. 여니 또래의 아이들이 정규 과정을 통해 학업(學業)을 익혀갈 때 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부모님의 자율지도(自律指導)와 독학(獨學)으로 인생의 도..

松竹♡수필 2023.12.30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3부 굴렁쇠 구르던 길에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3부 굴렁쇠 구르던 길에 김철이 옛날 설화 속에 등장하는 한 위인이 죽어 저승엘 갔더니 염라대왕이 말하기를 “너는 이승에서 살면서 추억은 얼마나 쌓았느냐?”고 묻더란다. 가난하고 궁핍한 세상사 하루하루 사느라 가슴에 찌든 상처만 그득할 뿐 아름답게 여겨지는 추억거리가 별로 없었던 위인이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으니, 눈치를 챈 염라대왕이 “처지를 탓하는 건 핑계일 뿐 추억 쌓기에 실패한 너는 영혼으로 사는 우리 저승에서도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이승으로 되돌아가서 충분히 추억 쌓기를 한 후 다시 온다면 받아 주마” 는 약속을 했다는 것인데 저승의 영혼들 증언에 의하면 그 후 그 위인이 저승엘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록 설화 속 이야기이..

松竹♡수필 2023.11.08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2부 여름밤아, 함께 다방구 하자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2부 여름밤아, 함께 다방구 하자 김철이 인생은 추억 쌓기란 말도 있듯이 한번 왔다 한번 가는 인생길에 되새김질할 몇 소절 추억거리가 없다면 먼 훗날 돌아가야 할 길, 노잣돈은 그 누가 챙겨주리. 나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5060 시대 연산2동 철도관사 코흘리개 악동들은 이러한 인생살이 진리를 어린 나이에 미리 체험하고 깨달았던 것 같다. 먹거리 부족하고 놀잇감 부족했던 그 시절 내 동무 악동들은 요즈음 아이들처럼 “무엇하며 노냐?”며 엄마 아빠 치맛자락 붙잡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칭얼거리지 않았으며 “무엇으로 뭐 하며 놀까?” 고민하지 않았다. 길어야 서른 치 반 넘으면 서른 근 반밖에 안 되는 저들 몸이 놀잇감이었고 저들이 몸 붙여 노는 곳..

松竹♡수필 2023.09.26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1부 그 시절 악동들 지금은 어디에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1부 그 시절 악동들 지금은 어디에 김철이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추억이 가장 많은 시절이 유년 시절이라고들 하는데 어린 시절 가정사에 따라서 유년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도 있고 반대로 가난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로 인해 떠올리기조차 싫은 시절이 유년 시절이라 마음 아파하는 이도 있지만, 추억의 저장고라 일컫는 유년 시절을 재조명하려 한순간 추억여행을 떠나려 한다. 먹거리 대풍시대(大豊時代)와 놀잇감 홍수시대(洪水時代)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성장시켜 주었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놀이를 잠시 잊은 듯싶다. 무심히 흘려보냈던 세월에 면구함을 전하며 선로 따라 멀어진 추억의 놀잇감을 불러 본다. 기차놀이는 신기한 것을 따라..

松竹♡수필 2023.06.27

삶의 값어치

삶의 값어치 김철이 간혹 우리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세상을 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내 삶의 값어치를 한층 더 소중히 여기곤 한다. 아무리 하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책이 든다 하여도 내 삶의 값어치는 당사자인 내가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 몫은 우리를 세상에 살게 한 조물주의 몫이므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꼴값을 충실히 해내야 하지 않을까! 한 나라의 왕이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때 거울 속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가 불쑥 뛰쳐나오더니 생뚱맞은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자네,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 왕이 답했다. “남들보다 잘나고 남보다 능력이 많아서 왕이 됐지요.” 이 말을 들은 거울 속 사내가 “이 세상에서 자네보다 능력 있고 자네..

松竹♡수필 2023.05.09

가문의 토끼띠 이야기

가문의 토끼띠 이야기 김철이 토끼는 예로부터 유순하고 꾀가 많아 지혜와 슬기의 표상으로 불린다.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鼈主簿傳)을 살펴보면 토끼가 왜 꾀가 많으며 지혜와 슬기의 표상으로 불리는지 쉽게 접할 수 있다. 별주부전에서 용왕은 자신의 병을 치료할 특효약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를 육지로 보낸다. 자라는 갖은 감언이설로 토끼를 회유해 간신히 용궁으로 모셔가듯 데리고 간다. 토끼는 뒤늦게 자라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 간을 노리는 자가 하도 많아 평소에는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산속 깊숙이 숨겨놓고 다닌다는 터무니없고 교묘한 핑계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판소리계 소설 속 토끼의 순간적 모습이지만 토끼가 얼마만큼 꾀가 많고 연민한 동물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松竹♡수필 2023.02.27

겨울 문턱에서

겨울 문턱에서 김철이 국제통화기금과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순위 세계 10위라더니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두루 살펴보면 여전히 빈곤층 사람들의 신음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흉년이 들어 식량이 모자라면 울며 보채는 아이들만 먹이게 되므로 아이들은 배부르게 먹어도 어른들은 애써 참으며 굶주림에 시달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으로 “흉년에 어미는 굶어 죽고 아이는 배 터져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피부로 느끼는 추위가 한층 더한 올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니 이 속담이 저절로 가슴을 파고들어 아픈 마음을 더더욱 아프게 한다. "가난과 차별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 이억 육백만 명"이라는 유네스코 통계가 예견하듯 경제성장 세계 10위라는 선진국 호칭을 듣는 이즘에도 삶의..

松竹♡수필 2022.12.21

엄마의 베갯잇

엄마의 베갯잇 김철이 어떤 이와 연을 맺고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조언으로 “그가 없는 긴 생을 사느니 그와 함께하는 짧은 생을 택하겠어요. 그가 없으면 사랑도 없으니까요.”라는 비비안 리의 명언이 돋보이듯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날이 급속도로 발전해 나아가는 세상 걸음을 따라 때로는 종종걸음으로 때로는 허깨비걸음으로 뛰고 걷느라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물건 중에 그 소중함을 잊고 생활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일상생활 체험담을 통해 무심히 지나친 우리의 일상을 되돌려 반성하며 어떤 인연이 남긴 그 무엇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지를 평생을 두고 영혼 다이어리에 새겨보도록 하자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첫날 오랜만에 반가운 제자들의 모습을 보자 자신이 가르치는 아..

松竹♡수필 2022.11.15

스마트폰 좀비(스몸비) 시대 이대로 좋은가?

스마트폰 좀비(스몸비) 시대 이대로 좋은가? 김철이 스몸비란?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사람을 좀비에 빗대어 일컫는 용어인데 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주위에 집중하지 않고 느리게 걷는 보행자를 통칭하는 속어(俗語)다. 산만한 보행자의 행동거지는 각종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들은 도심지 주요 안전의 위협 대상으로 보도되는가 하며 요사이 게임이나 SNS 등에 중독되어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면서 보행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사례가 많아 스몸비라 총칭하고 스마트폰에 침체한 이들을 가르쳐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스몸비족이라고 빗대어 부르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병(神病)에 넋이 빼앗겨 가고 있다는..

松竹♡수필 2022.10.18

탱자나무 울타리

탱자나무 울타리 김철이 흔히들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고 한다. 내 나이 예닐곱 시절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는 뜻에 관해 며칠을 두고 부모님께 번갈아 가며 수십 차례 질문했던 적이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질문을 한다 싶어 엉뚱하다는 생각과 당돌하다는 생각이 드셨든지 처음엔 건성건성 대답해 주셨는데 내가 워낙 한 가지 궁금증에 꽂히면 그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꼬치꼬치 물으며 파고드는 성격이라 두 분이 며칠을 두고 내 나이에 걸맞은 대답 해주어야 하나를 놓고 고심하던 중 하루는 아버지께서 퇴근 걸음에 온화한 얼굴빛을 띠며 현관문을 들어서셨다. 아버지께선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날 불러 무릎에 앉히셨다. “철아! 너, 며칠 전에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는 뜻에 관해 물었지?” “예!” “이 말의 뜻은 이 아..

松竹♡수필 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