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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값어치

松竹/김철이 2023. 5. 9. 15:09

삶의 값어치

 

                                                                        김철이

 

 

간혹 우리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세상을 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내 삶의 값어치를 한층 더 소중히 여기곤 한다. 아무리 하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책이 든다 하여도 내 삶의 값어치는 당사자인 내가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 몫은 우리를 세상에 살게 한 조물주의 몫이므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꼴값을 충실히 해내야 하지 않을까!

 

한 나라의 왕이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때 거울 속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가 불쑥 뛰쳐나오더니 생뚱맞은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자네,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

왕이 답했다.

“남들보다 잘나고 남보다 능력이 많아서 왕이 됐지요.”

이 말을 들은 거울 속 사내가

“이 세상에서 자네보다 능력 있고 자네보다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자네는 아는가?”

라며 거듭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자네는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

“내 아내가 뛰어나기 때문에 왕이 되었지요.”

“이 세상에 자네 아내보다 뛰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자네는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

왕은 쉬지 않고 거듭 이어지는 거울 속 사내의 질문에 곤혹스러웠다. 끈질기고 거듭된 거울 속 사내의 질문에 왕의 온몸에서 진땀이 흘러내렸고 입으로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거울 속 사내의 질문은 아랑곳없이 계속 이어졌다.

“자네는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

결국 왕은 두 손 들고 말았다.

“제게 자랑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저 하늘이 내린 드높은 은혜 덕분이지요.”

왕의 입 밖으로 진솔한 고백이 나오자마자 그제야 비로소 사내가 거울 속으로 되돌아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삶의 모범 답안을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이다.

 

드넓고 깊은 강가에 숱한 낚시꾼들이 늘어져 앉아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낚시 아이스박스는 거의 비어 있었다. 많은 낚시꾼이 이구동성으로 왜 이렇게 고기가 입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멀리 떨어져 홀로 낚시하다가 다시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들어가 낚시를 하던 한 청년이 큰 낚시 아이스박스에 큼직한 대어를 그득 채우고 무거운 듯 어깨에 낚시 아이스박스를 비스듬히 둘러맨 채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낚시 아이스박스에 한 마리의 물고기도 담지 못한 많은 사람이 놀라며 잡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다지도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까?"

청년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빙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한층 더 궁금해진 사람들이 다시금 물었다.

"도대체 그 신기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청년은 그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뭐, 별거 아닙니다.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삶에 적용되는 법칙이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등에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선천적 척수장애를 지닌 한 여자아이의 삶의 체험담을 전해 들은 바 있는데 그 아이는 열일곱 살이 되기까지 집 문밖을 나서본 적이 없었다. 자기 자신이 창피해서였다. 그 아이가 자신이 장애를 지닌 몸에 얼마나 큰 열등감을 지녔던지 부모는 학교에 보낼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그러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그 집을 찾아온 수녀님이신 이모님의 설득에 힘입어 난생처음으로 십칠 년 만에 성당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그날은 때마침 일요일이라 교중미사가 진행 중이었고 신부님의 강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께 30분 정도 시간을 드릴 테니 성당 건물 밖에 나가셔서 성당 마당이든 성당 뒤편의 동산이든 어디든지 나가서 지금 하느님께서 여러분 각자에게 무엇을 깨닫게 해 주시는지 귀를 기울여 듣고 다시금 들어보십시오."

소녀도 더불어 나갔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성당 마당의 의자나 동산 자락 나무 아래에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람들 대면하기를 몹시 꺼리며 힘들어했던 소녀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은 곳을 찾다가 한적한 곳을 골라 앉게 되었다. 무심코 앉다 보니 쓰레기통 곁이었다.

 

"아~ 난 어딜 가나 쓰레기구나."

소녀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또래의 한 소년이 다가오더니 쓰레기통을 손으로 이리저리 들추며 무언가를 찾는 것이었다. 소녀는 용기를 내서 난생처음으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어 쓰레기통을 왜 뒤지는 거예요?"

"캔이나 종이를 찾고 있어요."

"그런 걸 찾아서 뭘 하려고요?"

"이런 걸 폐품 수집소로 가지고 가면 돈이 되거든요. 팔아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편찮으신데 약 사드리려고요."

 

그 순간 소녀는 소년의 순간적 행동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 쓰레기도 쓸모가 있구나. 나 같은 쓰레기도, 저렇게 쓸모없이 보이는 쓰레기를 팔아서 노인들의 약값을 할 수 있다면 그동안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여겨왔던 나 같은 척수장애인도 병들어 누워있는 사람들의 약이 될 수 있겠구나."

소녀는 마음속으로 큰 결단을 내린 후로부터 평생을 양로원이나 요양원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복되고 가슴 벅찬 삶을 쟁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비록 연약하고 부족해도 삶의 존재 이유를 깨닫는다면 나보다 더 부족하고 연약한 이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봉사하며 참삶의 향기를 드넓게 펼쳤으면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