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1306

틈을 만들어 주자

틈을 만들어 주자  고대 페르시아를 떠올릴 때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고급 양탄자입니다.페르시아의 장인들은 양탄자를 만들 때한 올 한 올 손으로 만들어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정교한 문양과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자연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 특징이며,중세 시대부터 왕실과 귀족들의 권위를 나타내는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이렇게 어마어마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뽐내는예술과 문화의 결정체에도 잘 찾아보면반드시 흠이 있기 마련입니다.흥미롭게도 페르시아 양탄자에서 발견되는 흠은,혼신의 힘을 다해 양탄자를 제작하던 장인이일부러 남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이는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 없다고 여기는그들의 장인 정신과 철학이 담긴흠이었던 것입니다.그리고 사람들은 이를‘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고부릅니다..

작은 이야기 2025.04.14

우리의 삶도 ‘그렝이질’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도 ‘그렝이질’이 필요합니다  흙바닥 위에 세운 기둥은 상식적으로깨지고, 썩고, 미끄러워지기가 쉽습니다.당연히 오래가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그래서 예로부터 집을 지을 때는먼저 터를 고르고 땅을 다져 기초를 튼튼히 한 후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습니다.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돌들의 모양은울퉁불퉁 제멋대로이기 마련입니다.톱과 대패를 이용해서 만든 나무 기둥의단면은 평평해집니다.그러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기 위해서단단한 돌을 어렵게 평평하게 깎는 것보다옛 장인들은 더 깎기 쉬운 나무 기둥의 단면을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단면과 꼭 맞도록깎아내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이제는 잘 쓰지 않는 우리 고유의 건축 용어로‘그렝이질(그레질)’이라고 합니다.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못이나 접착제를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작은 이야기 2025.04.11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썩지 않는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없듯이자존심의 포기 없이는 생의 꽃봉오리를맺을 수 없습니다.분명 이 세상은, 자존심도 지키고목적도 달성하는 그런 어리석은공간이 아닙니다.모름지기 우리는낮과 밤을 동시에 보낼 수 없으며,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길 수 없습니다.밤의 어둠을 지나야아침의 찬란함이 찾아오고,여름의 장마를 지나야가을의 들판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부디 자신 안에 있는 자존심을 꺾으십시오.흙과 태양과 비와 바람이 저절로 원하는꽃을 가꾸어 갈 것입니다.그러니 옳고 그름이 분명할 때도 침묵하십시오.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는 똑똑함보다옳고 그른 것 모두를 포용하는 어리석음이오히려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내 잘못도 내 탓이고,당신 잘못도 내 탓이며세상 잘못..

작은 이야기 2025.04.10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학교가 끝나고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향해숨이 멎을 정도로 열심히 달렸습니다.고 3 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그렇게 버스 정류장을 향해 내달리는 것으로풀곤 했습니다.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전력 질주하여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얼굴에 안경이 끼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학교는 이미 너무 멀어져 있었고,평소에도 안경이 없으면 버스 번호판이 안 보여가까이 있어야지만 알 수 있을 정도로시력이 좋지 않았습니다.마침, 버스 정류소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안경 쓴 여학생이 있어 조심스럽게말했습니다.“저기 정말 미안한데,오빠가 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데,30번 버스가 오는지 봐줄 수 있겠니?”잠시 내 눈치를 살피며 생각하던 여학생은“예”라고 대답했고, 나는 고맙다는..

작은 이야기 2025.04.09

가족은 그런 것 같습니다

가족은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래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동생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집 근처에 학교가 있어 걸어 다녔던 저와는 달리동생은 학교가 멀어 버스를 타고 통학을해야만 했습니다.그래서 동생은 늘 어머니가 차비를 주셨는데어느 날 동생이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까지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다음 날도 어김없이 동생에게 차비를 주는어머니에게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차비 주지 마세요. 버스는 타지도 않아요.우리 집 생활도 빠듯한데 거짓말하는 녀석한테왜 차비를 줘요.”하지만 어머니는 먼 길을 걸어 다니는동생이 안쓰러우셨는지 내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동생에게 차비를 쥐여주며 말했습니다.“오늘은 꼭 버스 타고 가거라!”그 차비가 뭐라고 전 엄마한테왜 내 얘긴 듣지도 않냐며 툴툴대기일쑤였..

작은 이야기 2025.04.08

대학 등록금

대학 등록금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가난했던 시절,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일화로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이가 있습니다.바로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김기두 씨입니다.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모아둔 등록금을 가족들 생활비로 사용하면서대학교 입학을 포기해야 했었습니다.등록금 납부 기한 당일이 되어도어머니가 돈을 마련하지 못했으니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하지만, 그는 대학에 안 가도 성공할 수 있다며애써 웃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습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어머니께 돈이 마련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알고 보니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우시는어머니의 사연을 들은 동료 공장 직원들이십시일반 돈을 모아 등록금을 마련해준 것이었습니다.어머니는 등록금을 들고 학교로 향했지만이미 등록금 마감 시간이 임박한상황..

작은 이야기 2025.04.04

노인의 4고(四苦)

노인의 4고(四苦)  4가지 고통이라는 뜻의 줄임말로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무위고(無爲苦)가 있습니다.4고(四苦) 가운데 무위고는하는 일이 없어 느끼는 고통으로하루, 이틀도 아닌 긴 시간을 할 일 없이지내며 느끼는 ‘무료함’이란 감정으로비롯된 감정입니다.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줄고,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또한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줄면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됩니다.이렇게 인간관계가 좁아지면활동이 줄고 마음이 위축되어 외로움이 깊어져,급기야는 몸과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결국 노년을 괴롭게 하는4고의 가장 첫 시작은 ‘할 일 없음’에서일어나는 현상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지금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감사하고 즐거워하는 삶을 살..

작은 이야기 2025.04.02

진실을 기록할 용기

진실을 기록할 용기  3·1 만세운동의 역사를 전 세계에알린 한 사람이 있습니다.바로 영국 출신 캐나다 선교사,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석호필)입니다.그는 만세운동이 시작된 첫날부터 카메라를 들고현장을 기록했습니다.특히 일본 군경이 제암리에서만세운동에 참가한 주민들을 예배당에 가둔 뒤 불태우고총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그는 그 참혹한 현장을 직접 찾아가사진을 남겼습니다.소아마비로 다리와 팔이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그는 자신의 목발과 구두 밑창에 필름을 숨겨해외로 전달하며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고발했습니다.우리가 오늘날 접하는 3·1 운동의많은 사진은 바로 그가 찍은 것입니다.석호필 선교사는 경성 감옥에 갇힌세브란스 간호사 노순경을 면회하던 중,여자 옥사 8호실에 갇힌 한 소녀를 만나 위로했는데,그 소녀..

작은 이야기 2025.03.28

마즈(MARS)의 성공 철학

마즈(MARS)의 성공 철학  세계 1위 초콜릿 브랜드 마즈(MARS)는스니커즈(SNICKERS), 몰티져스(Maltesers),트윅스(Twix), 엠앤엠즈(m&m’s), 밀키웨이(Milky Way)를 만든세계적인 기업입니다.마즈는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으로10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으며,현재 회장인 ‘폰 플랭클린 마즈’는 예일대 졸업식 이후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비밀주의를 고수하기로 유명합니다.이는 상품명이 곧 브랜드이자 기업명인미국을 대표하는 경쟁사 허쉬(HERSHEY)나프리미엄 브랜드 기라델리(GHIRARDELLI)와굉장히 대비되는 부분입니다.이런 마즈가 2024년 연 매출은약 600억 달러(약 80조 원)에 달하며,이는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

작은 이야기 2025.03.27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우리는 지루함을 느낄 때마다 변화를 원합니다.더 나은 삶을 꿈꿀 때도, 재능을 발전시키고 싶을 때도새로움을 추구합니다.새로운 것들은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익숙함을 뒤흔들며 다가옵니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우리는 변화를 원하면서도 정작 기존의 틀을깨는 것은 두려워합니다.새로워지고 싶으면서도 기존에 해오던익숙한 것들을 놓지 못하는 것이죠.새로운 도전은 늘 혼란을 동반합니다.안정적으로 유지해 오던 일상이 흐트러지고,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며, 행동반경의 변화가 생기는 등불필요해 보이는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생기는 것입니다.어쩌면 변화에 불편함이 따르는 것은당연한 이치일 수 있습니다.우리에게는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낯선 길보다는 익숙한 길로 돌아가고자 하는본능이 더 크기 ..

작은 이야기 2025.03.26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오래 전 따뜻한 봄날 동네 앞 개울을딸과 함께 산책한 적이 있습니다.개울 근처에는 돌미나리가 푸르게 돋아났고,버들강아지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그렇게 논둑길을 따라 걷던 중,작은 물웅덩이에서 올챙이 떼를 발견했습니다.걸음을 멈추고 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보고 있을때딸이 조용히 물었습니다.“아빠, 올챙이는 커서 왜 개구리만되는 거예요?”딸 아이는 올챙이가 새도 되고,물고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답을 내려 말했습니다.“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그래요?”순간 웃음이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그 말이 참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아무리 많은 개구리 알이 있어도결국 모두 올챙이가 되고,아무리 많은 올챙이가 있어도 마침내개구리가 되는 것.그것밖..

작은 이야기 2025.03.24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  밤새 펑펑 내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아침,푸르렀던 들판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선 듯새하얀 들판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두툼한 솜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진 듯온 세상이 조용한데 뭐가 그리 좋은지 참새들만이새하얀 들판 위에서 짹짹 소리를 내며신나 있었습니다.‘다들 조용한데, 너희들만 신이 났구나!’마음속으로 꾸중하듯 한마디를 하고길을 걷다가 마음속을 스치는 생각에아차 싶어 걸음을 멈췄습니다.참새들은 펑펑 내린 눈 때문에신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밤새 내린 눈으로들판에 모든 것이 파묻히자먹을 것을 잃어버린 참새들이 먹을 것을 찾느라야단이었던 것입니다.눈 덮인 들판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참새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보이는 대로 판단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때..

작은 이야기 2025.03.21

늙은 죄수의 사랑

늙은 죄수의 사랑  프랑스 소설가이자 해군 장교였던피에르 로티의 ‘늙은 죄수의 사랑’의줄거리입니다.평생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한늙은 장기수가 있었습니다.처음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면회를 왔지만,나중에는 아무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오직 고독만이 그의 유일한 벗이되어 버렸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감옥 창살 너머로참새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그는 참새에게 빵부스러기를 주기 시작했고매일 찾아오는 참새에게 처음으로 정이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그는 멀리 있는 바다의 외딴섬 감옥으로이송되게 되었습니다.참새와 떨어지기 싫었던 그는나뭇가지와 철사 부스러기를 이용해서조그마한 조롱을 만들어 참새를 가두었습니다.그리고 조롱을 가슴에 몰래 품고는외딴섬으로 가는 배에 탔습니다.하..

작은 이야기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