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련꽃이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그 목련꽃이 松竹 김철이 쪼끄만 둥지 속 새알들을그 누가지독한 혹한 속에 보듬어 주었는지껍질은 그새또 누가 쪼아 주었는지 거듭해 어느 누가 부추겼나,껍데기 속으로 깨고저렇게 가득 부리를 다듬게 했는지가지마다 뽀얗게 눌러앉아새끼 새들이 조잘댄다. 괜스레 빈 허공 쪼아도 보고봄바람 화사하게 불 때마다덜 여문 깃털 털어보다꽁지깃 쫑긋 치켜세워서투른 날갯짓 우왕좌왕이다. 어느덧 계절풍 떠날 걸음걸음알아나 차린 듯이 개인♡시집 2025.02.02
낮달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낮달 松竹 김철이 대낮은 중천인데지난밤 못다 바친 절개일까,화장기 없는 민얼굴로보일 듯 말 듯 행색이 가련하다. 창공을 허황히 떠도는 충절잘 보이고 싶은 심정, 간절하나꾸며본들 무엇하리하루살이 낮을 향한 풋사랑인걸 까마귀 동정하고바람 한 자락 연민을 품어도임 향한 짝사랑 떨칠 수 없으니수절 열녀 신세 면할 수 없네 칭송 자자한 밤 달을 닮고 싶었나.진종일 민낯으로 떠돌아도무심한 곁눈질뿐모름지기 참사랑은 야월(夜月)의 몫이더라 개인♡시집 2025.01.26
산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산 松竹 김철이 눈꽃 피는 고향을 서성이며아무것도 바라지 않고늘 웅숭깊은 아버지 거대한 가슴팍이다품에 안기면남녀노소 응석받이가 되니 싫증이라도 낼까 봐춘삼월 나뭇가지 물 올리고물오른 대지 잡초 깔아잘난 놈 못난 놈 죄다 품어 안는다. 칠팔월 복더위에 지칠까 봐검푸른 초목 그늘 지우고건들바람 바람잡이 삼아구슬땀 부채질에 좋은 시절 흘려보내니드높은 어머니 은혜 같더라 낙관도 비관도 아니 하고침묵으로 배부른 구시월 엮어내며곱디고운 춤사위로겸허히 머리 숙이는 뭇 생명의 안식처로다. 개인♡시집 2025.01.19
소래기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소래기 松竹 김철이 재빠른 어머니 손놀림 따라팍팍 폭폭보리쌀 쌀뜨물품어 안고 달래고 얼레다뽀얀 쌀 물 흘려 이별을 고하더라 어느 봄날바람난 봄나물 꼬셔 들여너른 품속 쓸어안고갖은양념 찰떡궁합 중매쟁이 자청하네! 인간미 넘치던 시절두레 밥상 상머리에 온 가족 둘러앉아찬 보리밥 한 덩어리시래기 콩나물 더불어 비벼놓고너 한술 나 한술 떠먹이던 모정 같아라. 찬거리 궁하던 시절껍질도 채 벗지 않은 콩나물 콩소복이 눌러앉아 배설물 배설할 적콩나물 밑받침 역할 능히 했었지 개인♡시집 2025.01.12
향수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향수(鄕愁) 松竹 김철이 코흘리개 시절순수했던 그 내음 코끝에 맴도는데고달픈 세상사 무뎌진 감성은물러난 세월에 얹힌다. 동편에 해 뜰 적에하루살이 나팔꽃여린 넝쿨손으로 높다란 하늘 타던그 모습 눈앞에 아롱거린다. 옆 동네 마실 가던 날논두렁 얼룩빼기 황소가멍에 걸고 환대하듯 우렁차게 울던 울음이여태 귓전에 머문다. 무슨 사연 그리 많아드넓은 하늘가에 구슬펐던 뻐꾸기 노래가사 한 획 바뀌지 않고수십 년째 헷갈리고 애잔하다. 서편에 해 질 무렵꽃노을은 곱기만 한데두 날개에 생의 짐을 통째 실은 듯기러기 날갯짓에 삶의 무게가 무겁다. 개인♡시집 2025.01.05
내 생애 이력서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내 생애 이력서 松竹 김철이 세월아, 등 떠밀어잰걸음 재촉 말아라.너무 속히 달려 원성도 못 했는데왜 거듭거듭 내 인생 등 뒤에서날 떠밀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인생사라서죽자고 살자고 욕심부려 돈 불려도둘러메고 걸머지고 갈 길도 아닐 거라죄다 털고 한세상을 살았더니내 인생 이력서는 잔주름뿐이네 얼굴엔 온통 잔주름이 자리 잡고전신에 노을이 피어올라도마음엔 십팔 세 소년기라시상은 탈 쓰고 광대 패로 되살아어절씨구 춤추누나 나 얼마나 더 살아입에 긴 막대 물고 새처럼 쪼아댈지누구 하나 모를 일이지만시심을 판소리 고수로 불러일으켜천상 소리 꿈꿀 테다. 개인♡시집 2024.10.27
추억 앓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추억 앓이 松竹 김철이 농촌도 아니었건만춘삼월 호랑나비 춤사위 따라악동들 겨울을 벗고냇둑을 거슬러 졸졸거려 흘렀지 등골에 구슬땀 흘러도한줄기 소나기에황령산 계곡을 걸쳐 무지개 뜨니동네 꼬마들 탄성 하늘을 찔렀네 오곡백과 무르익을 즘개구쟁이 동심도 무르익어볏줄기 하나씩 뽑아 들고벼메뚜기 엮으러 논두렁 탔지 온돌방 자리끼 뼈가 생길 즘에기와집 처마 끝에 고드름 문 발이 드리우고손가락 색연필로 유리창 도화지에성에꽃 곱게도 피웠네 인간미 절로 풍기는그 시절로 되돌아갈 쥐구멍이라도 뒤지리 개인♡시집 2024.10.20
채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채무 松竹 김철이 몇천 년을 살 것도 아닌데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면했고보릿고개 넘던 시절도 이미 넘었건만왜 그리도아프고 시렸을까. 울 아배삼베 적삼 등에구슬땀 마를 날이 없었지넷째 놈 병고 살이 대신 사시느라 울 어매모시 저고리 고름에피눈물 가실 날이 없었지자식 놈 병치레 몸소 겪으시느라 몇백 년 더 살아양친 은혜 갚고 또 갚은들한순간 신발 끈 묶긴데은혜 갚을 부모 없으니빚쟁이 된 이 몸은 대체 어쩌라고 개인♡시집 2024.10.13
감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감 松竹 김철이 세상 만인들아!속 보이는 사랑 타령 장구채 내려놓고속 모를 사랑 소리 북채도 내려놓고감의 사랑법인생사 접목하여 살아감세 순교자의 삶인가한겨울 혹한을 견디어사오월 연노랑 꽃 순으로 돋아하늘만 우러러 숨어 핀댔지 악동들 주전부리 감으로청춘 팔이 하다가손돌바람 극성부릴 시월이 오면살 깎이는 고통 감수하고군문 효수당하는 순교자처럼 곶감 걸이 달리네 죽은 자 넋 노리는 저승사자 된 양연미복 까치 군침만 흘리는데붉은 영혼 다 내주고진홍빛 빈 껍질 덩그러니 빈 가지에 걸친다. 개인♡시집 2024.10.06
술타령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술타령 松竹 김철이 기뻐 한잔 슬퍼 한잔외롭고 괴로워서 또 한잔권커니 잣거니 비우다 보니술잔도 비고내 청춘 곡간도 텅 비더라 술 인심 좋던 그 시절마을 어귀 평상 깔고이웃사촌 술벗 삼아 곡조도 어정 걸음가사도 갈지자걸음 입술을 타지 막차는 어서 가자 고래고래 기적을 울리는데선술집잔술집 촛불도 비웃듯 촛농을 흘리는데탁자 위에 희로애락 풀어놓고뜨덤뜨덤 몇 자락씩 첫닭이 울겠네 인생 시름 흥에 겨워낯선 주정뱅이 춤을 추어도어디선가 들은 듯한우리 노래 우리 곡조일세 개인♡시집 2024.09.29
소나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소나무 松竹 김철이 시절 비는 어정버정 내리는데태풍 걸음걸음마다 눈길이 모이고조급해진 텃새 울어도본체만체 꼿꼿이 허공만 탄다. 넌 보았지정 많고 인간미 넘치던 시절을솔방울 땅에 굴러도순박함이 가지에 걸려 웃었네 사계는 퇴색되어도넌 푸르던 그 자리 머물고잎사귀 한 잎 퇴색 없이박해받는 이 늘 푸르게 품어주길 숱한 비바람 널 흔들 적에푸른 초심 변하지 말고뭇 나뭇가지 시들고 메말라도너만은 늘 그 자리 녹색의 꿈을 꿔다오 개인♡시집 2024.09.22
시간 속의 고독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시간 속의 고독 松竹 김철이 떠나갈 시절못내 아쉬움이 남는데물들 나뭇잎가지에 맺은 정에 검푸르다. 만나고 헤어짐은 대자연 섭리어디로 가고 또 어디로 오는 걸까오가는 열차 기적소리 드높다만이별만은 외롭더라 가로등 어김없이 밤을 밝히지만왠지 외로워이름 모를 풀벌레몇 소절 노래로 밤 허공을 달래네 초가을 달빛은밝아도 영영 을씨년스러운데간혹 비추어진 별빛은드맑던 옛 시절 그리워 고독이 물든다, 개인♡시집 2024.09.15
청국장(淸麴醬)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청국장(淸麴醬) 松竹 김철이 천사백 년 전고려장 이름표 붙이고 태어나천사백 년을코흘리개로 살아온 개구쟁이 사시사철희멀건 콧물 빼물고방방곡곡 두루 다니며갖은 사랑 한 몸에 받더라 유년 시절눈썰매 지지다시린 손 호호 불며 들어선 안방아랫목 차지하던 얄미운 고 녀석 그날이 오늘인 양어느새 건강식품으로 개명하고현대인 전신을 파고드는 꼴일랑눈꼬리 시어 못 보겠네 개인♡시집 2024.09.08
콘크리트 숲 사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콘크리트 숲 사이 松竹 김철이 불그스레뒷짐 진 계절 허리 펴고 쉴 적에세월을 닮은 노파앞서 놓쳐버린 청춘을 애써 잡으려는 듯지팡이 없이 대로를 누빈다. 시선이 멈춘 그곳엔인적이 드물고맞은편 아파트 층층이유령이 출몰할 듯 정적만 흐른다. 또래 두 동심은무엇이 그리도 심각한지올지 오지 않을지도 모를세상 갖은 걱정 다 품은 듯표정마다 발그스레 인생사 짓는다. 꼿꼿이 선 빌딩 숲 사이노인은 느릿느릿 한가롭고아이들 고함은 고막을 찢는데풍광은 쫓겨가듯 심히 을씨년스럽다. #콘크리트숲사이 #4부_인생은노름판 #저서 #삶의고해중에서 #제4시집 개인♡시집 2024.09.01
세월 2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세월 2 松竹 김철이 해 뜨는 아침인 양간신히 출발점에 선유아기 인생들 내몰아세상을 온통 뒤뚱거리게 한다. 인생은 긴데하루살이 삶을 살릴 심사인지혈기 넘친 청년기 부추기더니두려움 죄다 내려놓고천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약삭빠른 출새 길 찾게 하더니이간질 도가 넘어숱한 장년기 등 돌리게 한다. 서산 넘어꽁지 빠지게 달아날가을 햇살 붙잡듯 애가 타는노년기 서글픈 손에 손에마지막 급행열차 차표를 쥐여준다. 개인♡시집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