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집 375

조약돌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조약돌                      松竹 김철이  수천 수백 년을달고 달아도 수양이 덜 됐는지돌은 여태도물속에 잠겨 정신 수련을 한다. 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아직도 밀물 썰물의 배려 속에서몸을 씻는다.세상에 드러낼 마음을 닦는다. 흘러간수천수만 년이 아니라닥쳐올 수천수만 년을 위해물돌이 성화에 혼을 씻는다. 늘 외로운 고뇌 살이물살에 쓸리고발길에 차여도드넓은 바닷물에 넋을 닦는다.

개인♡시집 08:09:24

짱돌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짱돌               松竹 김철이  드맑은 물이랑 속에 잠겨드러날 듯 말 듯출렁대는얼룩무늬 짱돌 하나 귀갓길에 데려가야지무심코 바위 위에 올려놓고잠시 한눈파는 사이어디로 밀렸는지 흔적이 없었네 이름표라도 달아줄걸동분서주 반나절 찾아 헤매도어느 한 곳그 돌멩이 간 곳이 없었지 가만가만혹여 유년 시절 그 돌멩이세월여류에 흘려보낼내 젊은 날의 청춘은 아니었음인지.

개인♡시집 2025.03.16

하얀 민들레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하얀 민들레                          松竹 김철이  네 고향 금수강산 어쩌다 떠났는지제철은 널렸는데네 모양 네 향기는한철 넋조차 피지를 않느냐 세상은 무기 없는 전쟁판이라길섶마다 은근슬쩍 퍼질러 핀노란 민들레 역겨워피워도 피워도 상처뿐인속세 살이 훨훨 벗어던졌을 테지 어제나 저제나안달복달 목 빼고 둘러봐도외래종 득세만 그득 필 뿐희디흰 그 절개, 찾을 길 없어라. 백의민족 품이 그립지도 않더냐희게 피어희게 시들 잡초의 혼이라도네 본향 영영 떠나지 말고삼천리 방방곡곡 홀씨로 날갯짓해주렴

개인♡시집 2025.03.09

뽑기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뽑기                     松竹 김철이  해님은매일 거듭해 뽑기를 하시나 보다 인생들삶의 뽑기 통 속에 든제 몫의 인생살이들을제각기 갈고랑이로 걸어매일매일 세상 밖으로 뽑아내듯 사계절나무껍질 속에 숨은예쁜 잎눈 여린 꽃눈들은백색 햇살 갈고랑이로 걸어제 모양 제 향기로 뽑아낸다. 나무껍질 밖으로 이끌려 나온잎눈 꽃눈들눈이 시리도록 부신지곁눈질 어슴푸레 실눈을 뜬다.

개인♡시집 2025.03.02

햇살 좋은 날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앞마당 빨랫줄 위에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어머니 속치마 밑자락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뽀송뽀송 말라가던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

개인♡시집 2025.02.23

씨감자의 소망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씨감자의 소망                          松竹 김철이  한 해 네 번토실토실 감자알 줄에 매달고감자밭 주군으로되살아날 씨감자가 되길 소망하네 칼집을 받아상처를 몸소 입어야 하고상처로 혈서를 쓰듯손가락, 하나 깨물어 피의 흔적만 내는상흔이 아니라 신앙 바라기 순교자도 아니건만두서너 군데멀쩡한 몸뚱이온전히 절단당해야 하지 상처 깊은 몸미련도 하나 없이 푹 썩혀새싹도 틔우고새 줄기 곧게 내리고햇감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연년이감자밭 이랑마다고이고이 묻힐 거야

개인♡시집 2025.02.16

개나리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개나리                    松竹 김철이  앙증맞은 향기가질투와 시새움으로 다가와칼바람 꼿꼿한한겨울 무너뜨린 승리로봄날을 내어준다. 솟아오른 어린순 따라흐트러진 여리디여린 줄기 따라삐죽빼죽쫓고 쫓기는 그 넋두리 시절은 을씨년스러운데꽃으로 앞서 나와누가 숨어 숨어볼까 봐잎사귀 등 뒤에 조롱조롱 업힌 채몰래몰래 화들짝 피워괜스레 부려보는 소박한 객기 봄날은 알 테지두드러지게 곱고 밝은 표정으로놀란 듯 피워내는 노란 꽃망울이시기의 화신만은 아니란 걸

개인♡시집 2025.02.09

그 목련꽃이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그 목련꽃이                            松竹 김철이  쪼끄만 둥지 속 새알들을그 누가지독한 혹한 속에 보듬어 주었는지껍질은 그새또 누가 쪼아 주었는지 거듭해 어느 누가 부추겼나,껍데기 속으로 깨고저렇게 가득 부리를 다듬게 했는지가지마다 뽀얗게 눌러앉아새끼 새들이 조잘댄다. 괜스레 빈 허공 쪼아도 보고봄바람 화사하게 불 때마다덜 여문 깃털 털어보다꽁지깃 쫑긋 치켜세워서투른 날갯짓 우왕좌왕이다. 어느덧 계절풍 떠날 걸음걸음알아나 차린 듯이

개인♡시집 2025.02.02

낮달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낮달                  松竹 김철이  대낮은 중천인데지난밤 못다 바친 절개일까,화장기 없는 민얼굴로보일 듯 말 듯 행색이 가련하다. 창공을 허황히 떠도는 충절잘 보이고 싶은 심정, 간절하나꾸며본들 무엇하리하루살이 낮을 향한 풋사랑인걸 까마귀 동정하고바람 한 자락 연민을 품어도임 향한 짝사랑 떨칠 수 없으니수절 열녀 신세 면할 수 없네 칭송 자자한 밤 달을 닮고 싶었나.진종일 민낯으로 떠돌아도무심한 곁눈질뿐모름지기 참사랑은 야월(夜月)의 몫이더라

개인♡시집 2025.01.26

산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산                       松竹 김철이  눈꽃 피는 고향을 서성이며아무것도 바라지 않고늘 웅숭깊은 아버지 거대한 가슴팍이다품에 안기면남녀노소 응석받이가 되니 싫증이라도 낼까 봐춘삼월 나뭇가지 물 올리고물오른 대지 잡초 깔아잘난 놈 못난 놈 죄다 품어 안는다. 칠팔월 복더위에 지칠까 봐검푸른 초목 그늘 지우고건들바람 바람잡이 삼아구슬땀 부채질에 좋은 시절 흘려보내니드높은 어머니 은혜 같더라 낙관도 비관도 아니 하고침묵으로 배부른 구시월 엮어내며곱디고운 춤사위로겸허히 머리 숙이는 뭇 생명의 안식처로다.

개인♡시집 2025.01.19

소래기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소래기                     松竹 김철이  재빠른 어머니 손놀림 따라팍팍 폭폭보리쌀 쌀뜨물품어 안고 달래고 얼레다뽀얀 쌀 물 흘려 이별을 고하더라 어느 봄날바람난 봄나물 꼬셔 들여너른 품속 쓸어안고갖은양념 찰떡궁합 중매쟁이 자청하네! 인간미 넘치던 시절두레 밥상 상머리에 온 가족 둘러앉아찬 보리밥 한 덩어리시래기 콩나물 더불어 비벼놓고너 한술 나 한술 떠먹이던 모정 같아라. 찬거리 궁하던 시절껍질도 채 벗지 않은 콩나물 콩소복이 눌러앉아 배설물 배설할 적콩나물 밑받침 역할 능히 했었지

개인♡시집 2025.01.12

향수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향수(鄕愁)                          松竹 김철이  코흘리개 시절순수했던 그 내음 코끝에 맴도는데고달픈 세상사 무뎌진 감성은물러난 세월에 얹힌다. 동편에 해 뜰 적에하루살이 나팔꽃여린 넝쿨손으로 높다란 하늘 타던그 모습 눈앞에 아롱거린다. 옆 동네 마실 가던 날논두렁 얼룩빼기 황소가멍에 걸고 환대하듯 우렁차게 울던 울음이여태 귓전에 머문다. 무슨 사연 그리 많아드넓은 하늘가에 구슬펐던 뻐꾸기 노래가사 한 획 바뀌지 않고수십 년째 헷갈리고 애잔하다. 서편에 해 질 무렵꽃노을은 곱기만 한데두 날개에 생의 짐을 통째 실은 듯기러기 날갯짓에 삶의 무게가 무겁다.

개인♡시집 2025.01.05

내 생애 이력서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내 생애 이력서                            松竹 김철이  세월아, 등 떠밀어잰걸음 재촉 말아라.너무 속히 달려 원성도 못 했는데왜 거듭거듭 내 인생 등 뒤에서날 떠밀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인생사라서죽자고 살자고 욕심부려 돈 불려도둘러메고 걸머지고 갈 길도 아닐 거라죄다 털고 한세상을 살았더니내 인생 이력서는 잔주름뿐이네 얼굴엔 온통 잔주름이 자리 잡고전신에 노을이 피어올라도마음엔 십팔 세 소년기라시상은 탈 쓰고 광대 패로 되살아어절씨구 춤추누나 나 얼마나 더 살아입에 긴 막대 물고 새처럼 쪼아댈지누구 하나 모를 일이지만시심을 판소리 고수로 불러일으켜천상 소리 꿈꿀 테다.

개인♡시집 2024.10.27

추억 앓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추억 앓이                        松竹 김철이  농촌도 아니었건만춘삼월 호랑나비 춤사위 따라악동들 겨울을 벗고냇둑을 거슬러 졸졸거려 흘렀지 등골에 구슬땀 흘러도한줄기 소나기에황령산 계곡을 걸쳐 무지개 뜨니동네 꼬마들 탄성 하늘을 찔렀네 오곡백과 무르익을 즘개구쟁이 동심도 무르익어볏줄기 하나씩 뽑아 들고벼메뚜기 엮으러 논두렁 탔지 온돌방 자리끼 뼈가 생길 즘에기와집 처마 끝에 고드름 문 발이 드리우고손가락 색연필로 유리창 도화지에성에꽃 곱게도 피웠네 인간미 절로 풍기는그 시절로 되돌아갈 쥐구멍이라도 뒤지리

개인♡시집 2024.10.20

채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채무                   松竹 김철이  몇천 년을 살 것도 아닌데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면했고보릿고개 넘던 시절도 이미 넘었건만왜 그리도아프고 시렸을까. 울 아배삼베 적삼 등에구슬땀 마를 날이 없었지넷째 놈 병고 살이 대신 사시느라 울 어매모시 저고리 고름에피눈물 가실 날이 없었지자식 놈 병치레 몸소 겪으시느라 몇백 년 더 살아양친 은혜 갚고 또 갚은들한순간 신발 끈 묶긴데은혜 갚을 부모 없으니빚쟁이 된 이 몸은 대체 어쩌라고

개인♡시집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