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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5. 1. 5. 08:20

 

향수(鄕愁)

 

                         松竹 김철이

 

 

코흘리개 시절

순수했던 그 내음 코끝에 맴도는데

고달픈 세상사 무뎌진 감성은

물러난 세월에 얹힌다.

 

동편에 해 뜰 적에

하루살이 나팔꽃

여린 넝쿨손으로 높다란 하늘 타던

그 모습 눈앞에 아롱거린다.

 

옆 동네 마실 가던 날

논두렁 얼룩빼기 황소가

멍에 걸고 환대하듯 우렁차게 울던 울음이

여태 귓전에 머문다.

 

무슨 사연 그리 많아

드넓은 하늘가에 구슬펐던 뻐꾸기 노래

가사 한 획 바뀌지 않고

수십 년째 헷갈리고 애잔하다.

 

서편에 해 질 무렵

꽃노을은 곱기만 한데

두 날개에 생의 짐을 통째 실은 듯

기러기 날갯짓에 삶의 무게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