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482

말씀의 이삭 | 벼랑의 끝자락에서

벼랑의 끝자락에서  《그림으로 보는 복음 묵상》 책에 담긴 성화로 전국 순 회전을 계획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부득이하게 연기해야 만 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가슴 저린 때였지요. 1 년여 시간이 흐른 다음, 그동안 그렸던 주보 표지화를 비 롯해 새로운 작품 몇 점과 브론즈로 만든 14처로 ‘현존’이 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인류 전체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고난의 순간에도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작품 속 200명의 군상을 그리던 중 갑자기 심한 갈증과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과로와 당뇨 체질 때문일 거라 가볍게 여기며 병원에 갔는데 췌장암이라는 청천벽 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췌장 쪽은 초기에 발견하기 힘든데 1기에 발견된 것은 행운이라고 ..

세대간 소통 12:33:04

누룩 |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몇 년 전부터 17세기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알폰소 바뇨니(1568-1640)가 저술한 한문서학서 『사말론四末論』을 번역하고 있다. 한문서학서는 명나 라 말부터 서양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전교활동을 전개 하면서 천주교 교리와 서양 문명에 관한 지식을 담아 한문으로 저술한 책이다. 이러한 한문서학서들이 조 선에 전래되었고,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들 서적에 대 한 연구를 통해 천주교를 이해하고 신앙에까지 이르 게 되어 한국천주교회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사말론은 천주교의 사말 교리를 적어 놓은 것이다. 요리문답으로 교리를 배운 옛 신자들은 ‘사말’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생 소할 것이다. 사말은 사람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네 ..

세대간 소통 2025.03.22

말씀을 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 |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창세 31,3)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창세 31,3)  냉담해 보신 경험이 있으실까요? 저는 약 10년 동안 냉담자였습니다. 어릴 적 세례를 받은 이후 아무 생각 없이 드리던 미사가 의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급기야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결국 냉 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발로 성당에 돌 아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저는 현재 청년 성서 전담사목부의 교구봉사자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께서 어떻게 저를 당신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셨는지 나 누고자 합니다. 2021년 여름, 지병이 있으셨던 친할머니께서 돌아 가셨습니다. 가족들 모두 천주교 신자이기에 자연스레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준비되었습니다. 냉담자였던 저 는 장례미사를 위해 고해성사를 봐야 했고 얼떨결에 냉담을 풀게 되었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5.03.21

청소년 특집 |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 5,8)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 5,8)  저는 ‘서울아지트’라는 곳에서 버스를 몰며 사목하 다가, 청소년 시기를 힘겹게 보내는 친구들을 통해 알 게 된 것이 있어요. ‘사랑의 힘’이죠. ‘사랑의 힘’은 똑 똑한 아이들을 더 똑똑하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만들 죠. 그래서 어른이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안 정적인 마음으로 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충분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 하면 똑똑한 아이들마저 어리석게 사는 것을 자주 봤 습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자기중심적이고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무관심, 몰이 해, 방임, 지속적인 언어폭력, 폭행 등을 겪게 되면 어 린 씨앗은 자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

세대간 소통 2025.03.20

말씀의 이삭 | 그림으로 읽는 복음

그림으로 읽는 복음  하느님께서 돌리시는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 작은 점들 이 모여 우주를 밝힙니다. 제가 그림을 시작한 것도, 인체 를 그리게 된 것도, 우연히 흙 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분 의 섬세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깨닫습니다. 묵주 기도 책을 시작으로 사순 묵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인도, 아프리카 여행길, 사도 바오로, 이육사, 에밀 타케 신부님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이르기까지 무던히도 다 양한 주제를 담은 책 작업으로 주님께서는 저를 혹독하게 훈련시키셨습니다. 그림과 조각으로 쉼 없이 달린 저는 마침내 신약성경 을 주제로 3년에 걸쳐 여러 교구 주보 표지에 들어갈 그 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림으로 읽는 복음! 말씀 자체 이신 주님을 담아내는 성경 속 여행은 방대한 대서사시였 ..

세대간 소통 2025.03.18

누룩 |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올해는 교회의 희년 정신으로 모든 창조세계가 본래 의 자리, 생명의 자리로 돌아가는 은총의 해이자, 『찬 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입니 다. 전 세계에서 전쟁이 멈추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 아가는 기쁨의 희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삶의 존 엄성을 회복하는 자비의 희년, 공장 옥상에서 고공 농 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로 당당하게 돌아가는 희망의 희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 엇보다 자연 생태계가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억압으 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을 다시금 노래하는 희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어릴 적, 저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동네 반찬가게 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오거나, 기름집에서 식용유..

세대간 소통 2025.03.15

말씀의 이삭 | 어머니의 묵주기도

어머니의 묵주기도  고즈넉한 새벽, 경주 남산 자락의 화실 창에도 봄기운 이 내립니다. 일흔의 나이에도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제 가 8남매 중 막내여서일까요? 그리움의 자락을 잡고 제 삶에서 사랑의 근원이 되어 주셨던 어머니 얘기를 시작하 려 합니다. 어머니는 관절염으로 30년 동안 걸어 다닐 수 없으셨 기에 삶 자체가 온통 기도였습니다. 결혼 조건으로 남편 과 한 첫 번째 약속이 엄마랑 함께 사는 것이었죠. 일찍 부모님을 여윈 남편도 아이들에게 할머니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 열망이 컸던 터라 어머니는 저희 집의 구심 점이 되셨습니다. 성모상 앞에 촛불을 밝히고 미소를 지 으며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방은 작은 성소였지요. 제가 어리던 시절 23명이나 되는 대가족을 건사하시 며, 그 작은 체구로 모든 ..

세대간 소통 2025.03.11

열두광주리 |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메리놀병원 탄생의 토대 ‘메리놀의원’메리놀수녀회는 1950년 4월 15일 부산시 중구 대 청동 현재 가톨릭센터 자리에 가톨릭이념을 이어받아 무료진료소를 개설하여 진료를 실시하였고, 5월 1일 정식으로 의원 개설 허가를 받아 ‘메리놀의원’으로 명 명하고 부산지역 최초의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역할 을 담당하였습니다. 커지는 병원 규모, 천주교부산교구로 병원 운영권 이양한국전쟁 직후 당시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및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설 확충과 더불 어 전문 의료인들을 양성하여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새 병원 건립 계획을 마련하고 실현한 것이..

세대간 소통 2025.03.08

청소년 특집 | 식사 전 기도의 용기

식사 전 기도의 용기  몇 년 전, 원하던 회사에 취업을 하고 팀 발령을 받 아 처음으로 팀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식 사 전 기도를 바치는 것이 습관이었지만, 저는 왠지 모 르게 성호를 긋는 것이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모든 것 이 눈치 보이는 첫 직장에서, 혹시나 성호를 크게 그었 다가 누군가에게 거부감이라도 줄까 걱정했던 것입니 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팀 선배가 먼저 성호를 그었 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용기가 생겨 따라서 긋고 식사 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끝내니 다른 팀 원들이 저에게 성당에 다니는지 물어보더니 자연스레 성당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팀장님의 어 머니께서도 성당을 다니고 계셨고, 다른 팀원도 가톨 릭 신앙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긴장했던 첫 식사 자..

세대간 소통 2025.03.06

말씀의 이삭 | 메테오라에서 만난 예수님

메테오라에서 만난 예수님  누구에게나 쿵쿵 가슴 뛰게 했던 일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15년 전, 사도 바오로의 길을 따라 그리스와 튀르키예로 떠났던 성지순례가 그랬습니다. 성 지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슴 뛰었던 장소는 그리스의 메테 오라였습니다. 황량한 벌판에 돌연 솟아오른 듯한 거대하 고도 기묘한 바위 기둥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 심장 이 뛰고 피가 용솟음치는 것 같았습니다. 좁은 바위 위에 아찔하게 세워져 있거나 깍아지른 절벽 위에 붙어 있는 수도원은 경이롭고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바위 사이 구 름다리 형태의 계단을 올라 마주한 트리니티 수도원은 짜 릿함의 극치였습니다. 아름다운 이콘화로 꾸며진 성당 내 부는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신적인 공간으 로 다가왔습니다. ‘왜 ..

세대간 소통 2025.03.04

누룩 | ‘나’ & ‘우리 함께 together’

‘나’ & ‘우리 함께 together’  어릴 적 저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성당 에 갔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토요일이 기다려졌는 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름 신앙학교, 성탄 예술제, 성월마다 열리는 행사들, 그리고 예수님을 만 나러 가는 길이 설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성당에 가 면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안함을 느 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쁨을 덜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교회 밖에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아 지고,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신앙적 환 경이 변화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 다. 물론 교리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 램을 준비하고, 즐거운 신앙생활을..

세대간 소통 2025.03.01

말씀의 이삭 | 예수님을 몰랐더라면

예수님을 몰랐더라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 고가 떨어졌습니다. ‘제1형 당뇨병’이라는 선고였죠. 췌장 에서 인슐린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병을 말하는데 유 년기에 많이 발생하여 ‘소아 당뇨’라고도 불리고,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도 불립니다. 유전도 아니고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 없는 이 병을 처음 선고받았을 때는 눈 앞이 깜깜했습니다. 당시 저의 나이는 25살이었습니다. 한창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이런 병에 걸리다니! 받아 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많이 먹거나, 술, 담배를 하거나, 생활 습관이 문제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 인슐 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음식을 조절하며 살아야 하고, 합 병증을..

세대간 소통 2025.02.25

누룩 | 예수님 깨우기

예수님 깨우기  언론사에서 일한 지 30년이 됐습니다. 많은 일이 있 었지만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은 처음입니다. 정쟁이 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찬반이 거칠어지는 광 장의 흥분을 틈타 냉소와 분노, 독선 같은 어둠의 힘들 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정치 이야 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고 진영의 논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지금의 갈등을 보편 된 공동체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 민이 깊어졌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일행을 태운 배가 돌풍에 휩싸였 을 때 제자들은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풍랑을 잠재우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제 자들이 닻과 돛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깨우는 그 순간 이 기적의 시작입니다. 알량한 지식과 경험의 완고함..

세대간 소통 2025.02.22

말씀의 이삭 | 사람 사이의 하느님

사람 사이의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저와 함께하심을 드러내 보 여 주시곤 합니다. 아내에게 반해 한국으로 온 저는 춘천에서 공부를 마 친 후,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 다. 하지만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쌌습니다. 학생이었던 저에게 모아 놓은 돈이 있 을 리 없었죠. 막막하기만 하던 그때, 춘천에서 같이 공부 하던 친구가 서울에 사는 이모 댁에서 지내게 해 주었습 니다. 저는 친구도 친구지만 이모님이 이해되지 않았습니 다. 조카랑 함께 지내는 것도 아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카 친구’를 받아주시다니! ‘왜?’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 습니다. 하지만 제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요? 당장 ..

세대간 소통 2025.02.18

누룩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 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 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 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 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 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 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

세대간 소통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