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470

말씀의 이삭 | 사람 사이의 하느님

사람 사이의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저와 함께하심을 드러내 보 여 주시곤 합니다. 아내에게 반해 한국으로 온 저는 춘천에서 공부를 마 친 후,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 다. 하지만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쌌습니다. 학생이었던 저에게 모아 놓은 돈이 있 을 리 없었죠. 막막하기만 하던 그때, 춘천에서 같이 공부 하던 친구가 서울에 사는 이모 댁에서 지내게 해 주었습 니다. 저는 친구도 친구지만 이모님이 이해되지 않았습니 다. 조카랑 함께 지내는 것도 아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카 친구’를 받아주시다니! ‘왜?’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 습니다. 하지만 제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요? 당장 ..

세대간 소통 2025.02.18

누룩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 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 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 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 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 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 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

세대간 소통 2025.02.15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빅 픽처

하느님의 빅 픽처  돌아보니 인생의 절반 가까이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 다. 곧 있으면 반평생을 한국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겠네 요. 솔직히, 한국에 이렇게 오래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저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과학 분야 에 관심이 많아서 과학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이탈리아 는 낮 12시면 학교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 이 아주 많습니다. 그 시간에 저는 주로 축구를 하거나 베 이스 기타를 연주했는데, 특히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다 양한 분야를 책으로 접하고 습득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데, 당시에 저는 오만하게도 혼자 공부해서 안 되는 공부는 거의 없 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책을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 ..

세대간 소통 2025.02.11

누룩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영적돌봄가 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연다. ‘주님 병자 들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 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할까요?’ 떨리는 간절함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아픈 이들을 만난다.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끔 나지막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주 조심스레... “저~기... 수녀님 이곳에 오면 한... 얼마 정도 있다 죽게 되나요?”,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렸지요. 어떤 분은 한 2~3일 생각하고 오시 지만 대세를 받고, 과거 삶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내 려놓고 새로운 결심으로 매일을 산다고 고백하시며,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셔서 세 례성사까지 받고 재입원하여 지금도 잘 견디고 ..

세대간 소통 2025.02.08

말씀의 이삭 | 스며들 듯 오신 하느님

스며들 듯 오신 하느님  안녕하세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한국에 산 지 올해 로 18년 차 되는 ‘알베르토 몬디’입니다. 많은 분이 아시 듯 이탈리아 국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톨릭을 믿어 왔습 니다. 여전히 한국 문화에 불교와 유교 문화가 남아있듯, 이탈리아 문화에는 가톨릭 문화가 짙게 묻어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름’입니다. 한국 가톨릭 신자분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알베르 토 씨는 세례명이 뭐예요?”입니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 을 때는 세례명이 무엇인지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 다. 이탈리아에서는 세례명이라는 것이 따로 없기 때문이 죠. 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성인(聖人) 이름 중 에 하나를 정해서 이름으로 지어줍니다. 그러니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이름이 곧 세..

세대간 소통 2025.02.04

누룩 | 이 겨울의 시간

이 겨울의 시간  조용히 강의실에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전동휠체어 를 미끄러지듯 밀고 들어와 맨 앞줄에 착석했다. 팔십 이 넘은 연세에도 눈빛만은 빛났으나 고개를 들지 않 았다. 매번 원고를 제출했으나 원고 분량이 길고 도대 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이 백지에 툭툭 떨어져 도로 위에 나뒹 구는 낙엽처럼 부스러지고 있었다. 그 원고들을 첨삭 할 때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니 다른 수강생들은 첨삭시간을 갉아먹는 노인에게 보내는 시선이 따가웠 고, 노인의 눈은 나를 아프게 했다. 노인은 태어나면서 다리를 못 썼다. 초등학교도 가 기 전에 그는 구두닦이가 되었다. 구두가 어설프게 닦 이면 어른들 중에는 화를 내거나 구두통을 걷어차기 도 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

세대간 소통 2025.02.01

서울대교구)청소년 특집 |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은?  청소년 시절, 저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공 부도 운동도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항상 중 간 정도여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죠. 남들 앞에 나서 는 것도 주목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초, 중, 고등 학교 시절 반장이나 회장 같은 임원도 한 번 맡아본 적 이 없었습니다. 키도 체격도 늘 평균 정도를 유지하는 조용한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당에만 오면 저는 무언가 특 별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시 작한 전례부에서는 그저 앞에 나와 또박또박 기도문을 읽고 내려왔을 뿐인데 큰 칭찬을 받았고, 매주 성당에 빠지지 않고 나가기만 해도 선생님들과 신부님의 사랑 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 오면 저를 필요로 하는..

세대간 소통 2025.01.31

말씀의 이삭 | 내가 너를 사막으로 불러내 너에게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내가 너를 사막으로 불러내 너에게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안토파가스타는 아타카마 사막 한켠에 세워진 도시입 니다. 사막과 바다가 접해 있어 비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척박한 바위와 흙모래 위에 세워졌기에 낯설고 삭막한 곳 이기도 합니다. 이 공동체에 저를 파견하면서 원장 수녀 님이 하신 말씀은,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하게 적응하기 위해 마음을 쓰라는 당부였습니다. 수녀님의 염려와는 달 리 부드러운 선과 다양한 색깔로 시시각각 변하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막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저의 삶은 매 순간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저는 공동체에서 서로 연배가 비슷한 두 분의 칠레 수 녀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40년을 넘게 함 께 살아오면서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삶 의 체험도 비슷하여..

세대간 소통 2025.01.28

누룩 | 우리가 사랑할 때

우리가 사랑할 때   “먹을 식량이 없어 아이들이 쓰러지고 있어요.” 절박 한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아프리카 말라위 카피리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11월 우기임에도 계 속되는 가뭄에 심어 놓은 옥수수는 말라죽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는 등 가뭄과 홍 수 피해가 동시에 일어났다. 일찍이 없던 기상이변에 따른 재앙이라며 주민들은 울부짖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뭄과 홍수,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폭력과 테러,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으로 내몰고 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 소서’라고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와는 전혀 딴 세 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를 다니면서 상상..

세대간 소통 2025.01.25

청소년 특집 | 세상 모든 청소년들이 예수님 사랑의 포도주가 되게 하소서

세상 모든 청소년들이 예수님 사랑의 포도주가 되게 하소서  작년 이맘때 여자 친구를 선배에게 빼앗겨 공황장 애가 오고 자해를 하던 친구가 제 권고로 다시금 교회 에 나가면서 예수님을 깊이 체험하였습니다. 그 뒤 병 원도 안 다니고, 약도 다 끊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고 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친구들과 싸우고 학교에 적응 을 못 해 자퇴했던 친구가 지금은 자기보다 약한 친구 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예수님을 믿으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검정고시도 합격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자기 것만 챙기기에 바빴던 친구가 이제는 거리의 가난하 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법을 배웠고, 지역 아동센터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 급식 봉사와 돌봄 봉 사를 합니다. 또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도 없이 살았던 이 친구가 이제는 목사님..

세대간 소통 2025.01.23

말씀의 이삭 | 다니엘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다니엘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안토파가스타에서 처음 그 아이를 알게 되 었는데, 그때 다니엘의 나이는 네 살이었습니다. 호기심으 로 반짝이는 두 눈에, 똘똘함이 가득한 귀여운 꼬마였습니 다. 다니엘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바오로 딸 서원에 찾아와 수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도 보며 우리에게 아주 반가운 손님이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 을 하는 엄마와 아빠 때문에 할머니의 손에 자란 다니엘은 말하는 폼이나 생각하는 것이 또래들과는 달리 의젓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한동안 뜸하던 그가 어느 날, “수녀님, 저 복사됐어요.”라며 찾아왔습니다. 빛나는 눈엔 기쁨이 가 득 찼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매일 미사에 오던 다니엘에게 특별히 복사단 입단을 허락하셨고, 다니엘은 신자들..

세대간 소통 2025.01.21

누룩 |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1월 WYD 한국 대표단은 WYD 상징물인 십 자가와 성모님 성화를 포르투갈 청년들로부터 받아오 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7일간 로마 순례를 다녀왔 습니다. 우리가 전달받을 WYD 상징물 중 하나인 나 무 십자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는 뜻에 따라 약 40년 동안 세계를 돌 며 젊은이들의 열정과 함께했습니다. 성모님의 성화 는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셨던 성모님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어려움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의미로 선물해 주며 두 번째 상징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11월 24일 마침내 두 가지 상징물을 성 베드로 대성 당에서 전달받았을 때 이제 한국 청년들이 열정을 이 어받아 뛰어갈 차례라..

세대간 소통 2025.01.18

말씀의 이삭 | 빅토르 할아버지

빅토르 할아버지  빅토르 할아버지는 길에서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생김 새조차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길게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 큰 키에 바짝 마른 두 발에는 신발도 없었습니다. 7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피노체트 독재 정 권 시절 정보 경찰 출신으로 민주 인사들에게 고문을 가 하던 경찰이었다는 것, 그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자가 되 어 10년을 넘게 떠돌아다니며 지낸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같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을 쳐다보며 웃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가끔 기분이 나빠지면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가는 이들 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통에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친 구도, 강아지도 할아버지를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저를 보면 “중국 공산주의자..

세대간 소통 2025.01.14

누룩 | 우리와 같으신 그분

우리와 같으신 그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라는 그리스도교. 이천 년 넘도록 이어진 신앙의 전통. 그 오랜 세월 동안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라온 이들 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토록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이 들이 자신들이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그리스 도라 불리는 이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신앙하며, 이분 으로 인하여 절망의 어둠에서 일어나 희망의 빛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 어 세상의 계산기와는 맞지 않는 온전히 새로운 형태 의 삶에 투신하기도 하며, 그렇게 이 신앙의 전통을 키 워 왔다. 그분의 무엇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이토 록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주님 세례 축일을..

세대간 소통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