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창세 31,3)
냉담해 보신 경험이 있으실까요? 저는 약 10년 동안 냉담자였습니다. 어릴 적 세례를 받은 이후 아무 생각 없이 드리던 미사가 의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급기야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결국 냉 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발로 성당에 돌 아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저는 현재 청년 성서 전담사목부의 교구봉사자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께서 어떻게 저를 당신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셨는지 나 누고자 합니다.
2021년 여름, 지병이 있으셨던 친할머니께서 돌아 가셨습니다. 가족들 모두 천주교 신자이기에 자연스레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준비되었습니다. 냉담자였던 저 는 장례미사를 위해 고해성사를 봐야 했고 얼떨결에 냉담을 풀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례미사 이후로 다시 냉담자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모르던 본당 신부님께서 한 달 동안 매일 미사 중에 할머니를 기억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조문객으로 오신 신자분들,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 연도를 해 주시 고 함께 기도해 주시는 모습에 위로받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만이라도 가능한 날에 미사를 드려보기로 했습니 다. 당시 저의 목표는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다니기였 습니다. 그런데 하필 신부님의 눈에 들어버려 청년성서 창세기 그룹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룹봉 사자는 세종에 살면서도 매주 천안에 오셨고 심지어 연수 봉사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그룹봉 사자의 노력과 더불어 연수봉사자들의 사랑과 연수 안 에서의 여러 프로그램들로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분의 용서와 사랑도 체험할 수 있 었습니다. 저를 기다리신 하느님께서는 제가 당신께로 갈 수 있도록 사제를 통해 길을 인도해 주셨고, 사랑을 베풀고 실천한 말씀의 봉사자들을 통해 저를 다시 불러 주셨습니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외면하던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적절한 상황과 사람들로 당신의 사 랑을 느끼게 해 주신 하느님께 큰 감동과 죄송함을 느꼈 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 었습니다. 이후 저의 지난날들을, 특히 힘들고 어려웠 던 때를 곰곰이 돌이켜보았습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드러난 것은 냉담자였던 저조차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지켜주신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제 삶은 이전과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나의 액 세서리였던 묵주 팔찌로 이제는 묵주기도를 드립니다. 또 매일 아침 출근길에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고 힘과 위안을 얻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일들로 또다시 하느님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계시고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이미 체험했기에 그분을 영영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의 품 안에 돌아올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사랑으로 맞이해 주십니다. 우리가 잠시 방황하는 때가 생기더 라도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잊지 않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에도 함께하고 계십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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