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松竹/김철이 2025. 2. 15. 12:38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 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 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 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 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 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 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다시 교리교사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때 교리교사란 아버지의 부르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 다. 그렇게 나를 다시 불러주심에 감사하며, 또 ‘봉사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청하면서 기쁘게 교리교사 활동을 했다.

 

그런데 2019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고통이 닥쳤 다. 28살이었던 큰딸 실비아가 희귀 질환으로 인해 30 대 후반에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 다. 하느님을 원망하고 자책도 했지만, 주일학교 전례 와 중고등부를 혼자 맡고 있던 나는 아이들을, 그리고 하느님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분께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하느님께서는 어느덧 내 마음에 실비아가 걷지 못할 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 는 생각을 들게 해 주셨다. 그리고 이러한 ‘기도’와 ‘감 사’의 힘은 힘든 코로나 시기를 지냈음에도 다시 주일 학교가 똘똘 뭉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는 선생님들 덕분에 주일학 교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감사와 격려의 말을 아 끼지 않으신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교만 하지 않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봉사해야겠다고 생각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느 님께서 나를 부르셨으니, 내가 할 일은 그분의 사랑을 믿고 또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일 테다. 오늘 도 나처럼 때로 고민하고 때로 흔들리겠지만 다시 아 이들 곁으로 돌아가 기쁘게 빛나고 있을 모든 ‘천국의 별’들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