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松竹/김철이 2025. 2. 8. 12:05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영적돌봄가 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연다. ‘주님 병자 들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 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할까요?’ 떨리는 간절함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아픈 이들을 만난다.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끔 나지막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주 조심스레... “저~기... 수녀님 이곳에 오면 한... 얼마 정도 있다 죽게 되나요?”,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렸지요. 어떤 분은 한 2~3일 생각하고 오시 지만 대세를 받고, 과거 삶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내 려놓고 새로운 결심으로 매일을 산다고 고백하시며,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셔서 세 례성사까지 받고 재입원하여 지금도 잘 견디고 계십 니다.” 하니 질문한 보호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렇듯 마음먹기에 많은 것이 좌우되고 있는 생사의 갈림길 현장에 나는 서 있다.

 

이곳은 죽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암이라는 병을 통해 삶을 완성하는 곳, 죽음을 향해 온전히 달려가는 희망의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먼저 출발하 는 희망의 학교이다.

 

며칠 전 임종실에서 극진한 돌봄을 받으시고 평안히 눈을 감으신 환자와 이별의 마음을 달래는 나에게 사 위 되시는 분께서 “수녀님 늘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면 서 힘들지 않으세요?”라며 의아해하길래 “이렇게 곱 고 평안히 가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지요. 마지막 임종 에 저희가 함께 동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하 니 모여 있던 가족 모두는 진심으로 감사했노라며 흐 느끼는 눈물로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호스피스 완화병동은 기쁨과 슬픔, 아픔과 고통을 배우기 위해 입학하는 희망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그 래서 죽음도 행복한 축복임을 깨닫고 배우는 희망학 교이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행복도 배우고 나누는 희망학교, 희망바다에서 삶의 완성을 향한 희망의 돛 을 올리도록 하자.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선물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자유가 은총임을 깨달을 때 희망에 찬 벅찬 기 쁨으로 내일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다.

 

항암 후유증과 함께 무력감, 깊은 절망감과 우울감 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 환우들과 가족들을 만나 면서 나는 온 마음으로 환대하고, 위안을 드린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 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 니다.”(2코린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