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스며들 듯 오신 하느님

松竹/김철이 2025. 2. 4. 13:38

스며들 듯 오신 하느님

 

 

안녕하세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한국에 산 지 올해 로 18년 차 되는 ‘알베르토 몬디’입니다. 많은 분이 아시 듯 이탈리아 국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톨릭을 믿어 왔습 니다. 여전히 한국 문화에 불교와 유교 문화가 남아있듯, 이탈리아 문화에는 가톨릭 문화가 짙게 묻어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름’입니다.

 

한국 가톨릭 신자분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알베르 토 씨는 세례명이 뭐예요?”입니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 을 때는 세례명이 무엇인지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 다. 이탈리아에서는 세례명이라는 것이 따로 없기 때문이 죠. 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성인(聖人) 이름 중 에 하나를 정해서 이름으로 지어줍니다. 그러니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이름이 곧 세례명이지, 따로 세례명이라는 개 념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어느 성인이냐고 물으신 다면, 11월 15일이 축일인 주교이자 교회 학자 성 대 알베 르토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이탈리아 사람은 대부분 가톨 릭 성인 중에 이름을 정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면 한 반에 ‘알베르토’가 여러 명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서는 누군가를 부를 때, 이름이 아닌 성을 부릅니다. 한 예 로, 제가 축구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탈리아 축구 중계를 보면, 선수 이름을 성으로 부르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름을 불렀다가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테니까요. 반면에 한국에서는 성으로 부르면 오히려 더 헷갈리겠죠?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성당 에서 지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주 일에 한 시간씩 가톨릭 과목이 있는 데다 방과 후에는 성 당에서 하는 교리 교육이 있거든요. 둘 다 의무는 아니지 만 친구들이 다 듣는 데다 늘 재미있는 놀이를 하기 때문 에 안 들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이탈리아에서 는 방학이 3개월이나 됩니다. 아무리 놀고 놀아도 시간이 남기 때문에 성당에서 하는 캠프라든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저 역시 청소년 시절의 추억 은 전부 성당과 관련된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 심히 참여했습니다. 그 활동이 직접적으로 ‘하느님’을 말 하지 않고 그저 축구나 농구를 하는 거라고 해도 신부님 과 함께하고, 성당이란 공간에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스며들게 됩니다. 그 기억이 참 좋 아 지금도 어렸을 때 성당에서 함께 활동하던 신부님, 친 구들과 연락하고 지낼 정도죠.

 

그러고 보면 저는, 스스로 ‘가톨릭 신자’라는 의식을 하 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스며들었습 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는 이 사실 이 그리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어 이렇 게 타국에서 지내다 보니, 정말이지 축복이란 생각이 듭 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저에게 오신 하느님께서는 제가 세상 어디에 있듯 자연스럽게 저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으로 든든하게 하시니까요.   글·구성 서희정마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