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451

말씀의 이삭 | 수능을 축하하는 이유

수능을 축하하는 이유  저는 수학을 사랑합니다! 제 고백을 들은 사람들의 반 응은 하나같습니다. “우와, 수학이요? 수학 사랑하는 사 람 처음 봐요. 전 수포자(수학은 포기한 자)였거든요.” 대부분 의 대한민국 국민이 학창 시절에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이 아니라 ‘답’이라 는 결과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 라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답 을 맞혔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몇 개를 맞혔는지에만 관 심을 두니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도 수학을 사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결과보다는 수학 문 제를 푸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하나의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문 제집 해설서에 나오는 방법..

세대간 소통 2024.11.12

누룩 | 평신도 아카데미에 대하여...

평신도 아카데미에 대하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시노드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님들만이 아닌 우리 평신도들도 참여하여 성직자, 수도자와 더불어 하느님 백성 모두가 친교와 사명과 참여에 대해 논의하여 교회가 새롭게 되는 기회를 모 색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시노달리타스는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아니기에 시노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 다.”라고 하시며, “시노달리타스 정신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께 일하며 미래의 계 획을 세우는데 있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9일에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시면서 칙서 『희망은 우리 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발표하셨습니다. 희망 은, 이 향주삼덕이 ..

세대간 소통 2024.11.09

청소년 특집 |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라며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던 공간의 그윽한 공기도 생각 납니다. 학교 음악실이나 농구장 벤치, 학원 강의실 맨 뒷자리를 우리만의 아지트라 찜해두었습니다. 호 기심 많고 예민한 십 대에게는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으니까요. 김혜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 《프루스트 클럽》의 주 인공 윤오와 나원이, 효은이는 각자 나름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윤오는 이전 학교에서 생긴 어떤 사건 이후 새 학교에 전학을 왔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쉽게 아이들 속으로 물들지 못합니다. 나 원이는 영혼이 자유로운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한없 이 명랑해 보이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

세대간 소통 2024.11.07

말씀의 이삭 | 168분의 1

168분의 1  저는 어머니 덕분에 유아 세례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주일 미사를 거르는 건 ‘죽을죄’와 맞먹는 일이라 여기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명분 이 생겼습니다. ‘대한민국 현실상 고3이 성당에 다니는 건 불가능한 거 아시죠? 이해 못 하시겠으면 대학에 떨어트 리시고 이해하시겠으면 대학에 붙여주세요.’ 지금 생각하 면 참 뻔뻔했다 싶지만, 당시에 저는 그렇게 주님을 당당 하게(!) 떠났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저를 대학에 붙 여주셨지만 저는 은혜도 모르고 대학생이 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주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2009년은 저에게 참 힘든 해였습니다. 누군가 이 고통 에서 나를 끄집어내 주길 바랐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만 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세대간 소통 2024.11.05

누룩 |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따뜻하게 꽁꽁 싸매고 다니길 바라는 요즘 입니다. 온몸을 내리쬐던 여름 기운은 꿈이었던 것처 럼 사라지고 쌀쌀한 바람만이 남은 걸 보니 딱 감기 걸 리기 좋을 것 같거든요. 2024라는 숫자가 어색했는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유독 올해는 날짜를 표기할 때 정말 실수를 많이 했는 데, 벌써 2025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 니다.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온몸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 나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에 제대 로 박힌 것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한 해에 하나쯤은 있 기 마련입니다. 작년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에 올라 온 후 처음 받은 성적표가 가장 충격적인 기억인 것 같 ..

세대간 소통 2024.11.02

말씀의 이삭 |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하느님!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 고, 어쩔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저희 병원의 카프이용센터 입구에는 회복자가 보석 십 자수로 만든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액 자가 놓여있습니다. 중독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참 좋 아하는 기도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종결할 때 이 기도문 을 캘리그라피로 적어넣은 엽서를 종종 선물로 드립니다. 상담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그분들의 이야기는 하나같 이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합니다. 중독에 이르게 된 사연은 너무도 다양한데 그것에서 벗어나기 힘든 아픔은 또 얼마 나 한결같은지 모릅니다. 많은 분이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 아갑니다. 술에 취해 잃어버린 소중..

세대간 소통 2024.10.29

누룩 | 확증편향

확증편향  덴마크 영화 ‘더 헌트’(The Hunt·2013)는 확증편향 (確證偏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루카 스는 언제나 아이들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치 원 교사입니다. 루카스 친구의 딸이자 원생 중 하나인 클라라는 다정한 루카스를 좋아하지만, 루카스는 클 라라의 표현을 외면합니다. 속상했던 클라라가 엄마 에게 그만 지어낸 이야기를 말하고, 이로 인해 루카스 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이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맹신 속에 아무도 루카스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 다. 이후 클라라가 엄마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고 고백 했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확증편향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루카스는 평생을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혐오..

세대간 소통 2024.10.26

말씀의 이삭 |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어린 시절, 동네 성당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전부였던 제게, 처음으로 미사에 참례한 날은 제 삶의 큰 전환점이 었습니다. 그날 신부님의 강론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 지 않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고 저 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변 사 람들은 제가 축복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저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이름과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중독자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회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회복의 여정은 저 자신을 돌보는 힘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었고, 제 아이에게 더 나은 부모 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중..

세대간 소통 2024.10.22

말씀의 이삭 |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2016년, 저는 카프에서 전례 봉사자를 모집하는 포스 터를 보고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지원서를 작성했습니 다. 당시에는 미사 중 독서나 해설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 각해 중독 병원이라는 장소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러 나 사무총장 신부님과 면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병동의 오랜 냉담자들에게 짧은 교리와 영 적 독서를 통해 나눔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 셨습니다. 저는 두려워 “아는 것이 없어서 감히 할 수 없 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신부님께서는 “그들은 신앙 면 에서 유치원 아이들처럼 순수하니 걱정 말라.”고 격려하 셨습니다. 그 순간 주님께서 “내가 곁에 있으니 두려워 말 라.”고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4.10.15

말씀의 이삭 |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하며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하며  “단주를 시작한 지 꽤 여러 날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술에 대한 갈망이 생깁니다. 참기가 힘들고, 때때 로 나도 모르게 그 유혹에 넘어가서 모든 걸 망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만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온전히 술에 서 벗어난 삶, 고요한 일상을 보내는 게 가능할지, 그 시기 가 언제쯤 오는 것인지, 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느 낌을 받는 것인지 통 알 수 없다는 질문과 함께 말입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부터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자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기 상 시간이 앞당겨졌습니다. 그렇게 생긴 여유를 활용해 새벽 산책이나 할까 하면서 운동화를 챙겨 신고 밖으로..

세대간 소통 2024.10.08

누룩 |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사춘기에 나는 주 일학교가 지루하고 귀찮았고 성당에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레지오도 그만두고 복사는 의무감이 되어 갈 때쯤 코로나가 터지며 자연 스럽게 냉담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2월 한 달 동안 같이 성당에 가지 않겠냐는 성당 친구의 제 안에 나는 같이 가겠다고 답했었다. 친구가 늦어 혼자 먼저 성당에 가 기다리던 중 성전에서 눈치가 보여 밖 에 나와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주일학교 선 생님께서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고, 그 이후 로 모든 게 바뀌었다. 어렴풋이 옛날 생각도 나고, 조금의 씁쓸함을 포함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져 성전 한 구석에만 있더..

세대간 소통 2024.10.05

말씀의 이삭 | 성모님의 눈물

성모님의 눈물  그해의 성탄 전야 미사를 저는 어느 대형 성당에서 맞 았습니다. 성당 입구는 미리 온 신자들로 가득했고, 저처 럼 늦게 온 신자들은 지하 성당으로 내려가 미사를 보라 는 거였습니다. 우르르 몰려가 지하 성당에 자리를 잡고 바라보니 앞에는 미사 중계용 대형 TV 모니터가 설치되 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이럴 수가! 그 모니터에 는 커다랗게 ‘고장’이라고 쓴 A4용지 한 장이 털썩 붙여 져 있었습니다. 대림 기간 동안 이 성당은 모니터는 고치 지는 않고 ‘고장’이라 쓰고나 있었단 말인가. 미사가 시작되고, 지하 성당의 우리들은 화면도 소리 도 먹통인 고장 난 모니터를 바라보며 묵묵히 앉아 있었 습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대성당으로 통하는 문 옆에 앉아 있던 자매 한 분이 모깃소..

세대간 소통 2024.10.01

누룩 |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부산교구 노동사목 산하 베트남신앙공동체는 세곳 입니다. 사상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부산베트 남공동체, 웅상성당에서 토요일마다 미사를 봉헌하는 양산베트남공동체, 무거성당에서 매월 첫 주에 미사 를 봉헌하는 울산베트남공동체입니다. 저는 작년 11월 웅상성당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일 을 기억합니다. 이날 주보성인 축일을 맞아 미사와 행 사를 진행했는데,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은 물론 웅상성당 주임 신부님과 본당 수녀님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함께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는 지난 6월 무거성당의 아름다운 일도 기억합니다. 울산공동체 설립 1주년을 맞아 미사와 함께 주보성인 축일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도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과 특히 울산 필리핀공동체의 친..

세대간 소통 2024.09.28

말씀의 이삭 | 과달루페의 성모님

과달루페의 성모님  세례를 받고 난 사흘 후, 저는 중국 상하이 공항에 홀 로 앉아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긴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어쩌다가 그런 버릇 이 생겼는지 무언가 초조할 때도, 하릴없이 혼자 있을 때 나 하다못해 신문을 읽을 때까지도 어김없이 손톱을 물어 뜯으며 지냈습니다. 손톱을 깎아본 적이 없습니다. 세례를 받았다는 설렘과 이제부터 천주교 신자로 어떻 게 살아갈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퇴퇴 손톱을 물어뜯 으며 앉아 있던 그때, 그냥 주님께 말했습니다. “주님, 이 제 제가 주님의 아들이 되었잖아요. 주님께서 주신 몸을 제 이빨로 제가 물어뜯어 퇴퇴 내뱉고 있는 이 버릇! 이거 좀 안 하게 해 주세요. 저도 지겹거든요.” 탑승 안내 방송을 들으며 비행기에 오른..

세대간 소통 2024.09.25

누룩 |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지난 8월에 아프리카 말라위에 구호 활동을 다녀왔 다. 그 지역은 말라리아 상존 지역인데다 급성 감염병 인 ‘원숭이두창’이 만연하여 WHO에서 공중보건 비상 사태까지 선포되어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들 만류하였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나는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부담을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여러 난관을 겪게 되 었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 그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 착하기까지 30시간, 현지에서 돌아오는 데 무려 48시 간이 걸렸다. 항공사 측에서 몇 시간씩 돌아서 가는 일 정으로 변경하는가 하면, 귀국길에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트랜짓 과정에서 여행객을 오버 부킹으로 받 아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디스아..

세대간 소통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