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축하하는 이유
저는 수학을 사랑합니다! 제 고백을 들은 사람들의 반 응은 하나같습니다. “우와, 수학이요? 수학 사랑하는 사 람 처음 봐요. 전 수포자(수학은 포기한 자)였거든요.” 대부분 의 대한민국 국민이 학창 시절에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이 아니라 ‘답’이라 는 결과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 라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답 을 맞혔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몇 개를 맞혔는지에만 관 심을 두니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도 수학을 사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결과보다는 수학 문 제를 푸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하나의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문 제집 해설서에 나오는 방법대로 풀지 않았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닙니다. 설사 답이 틀렸다 해도 문제를 풀면서 정답 이라는 이치를 찾기 위해 생각했고, 헤매어 봤고, 결정해 봤고 나만의 답을 내 봤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은 없을 겁니다. 그것이 제가 수학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학은 신앙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이라는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고, 헤매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죠. 정답을 맞혔는지 틀렸는지는 오직 하느님만 아신다는 게 수학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 겁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다가오면 저는 편지를 씁 니다. 약 20년의 인생 중 가장 큰일을 겪을 저의 제자들 에게 말이죠. 편지를 쓰는 이유는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알았으면 좋았을 이야기, 누군가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제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말입니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니 라고. 주변의 어른들이 대학만 가면 다 될 것처럼 말했다 면 그것 또한 절대 아니라고. 수능 점수는 절대 인생의 행 복과 같지 않다고. 그저 수학 문제를 풀면서 배웠던 대 로, 인생이라는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고 그 어 떤 방법도 틀린 것이 없음을 알면 좋겠다고 말해 주고 싶 습니다. 헤매어 보고, 결정해 보고 나만의 답을 내어 보다 보면, 인생의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수능 점수 의 결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 러니 수능 결과가 어떻든 수능이 끝난 후, 성인으로서 스 스로의 인생 문제를 풀기 시작할 너희들의 찬란한 길을 응원하고 축하한다고 진심으로 말해 주고 싶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수능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보다 수능이란 과정 을 통해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힘을 달라고 기도하겠습 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인생을 축복해 주시기를 빕니 다. 수능이 끝났음이 아니라 알을 깨고 나만의 인생을 살 아가게 된 그 시작을 축하합니다.
글·구성 서희정 마리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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