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380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반갑습니다. 저는 임성근 신부입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20대 남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코 칭과 동행을 하는 역할입니다. 이번 학기는 23명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한 명씩 만나서 무엇을 겪 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무엇을 갈등하 고 있는지 함께 겪는 일을 합니다. 또한 그룹으로 만나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지 공동체를 통해서 함께 성장할지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전자를 개별 동반이라고 하고 후자를 공동체 동반이라고 합니 다. 성장의 길에 동반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 신의 인생길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입니다. 청년은 길을 함께 걷는 동행자를 필요로 합니다. 청년은 미리 정해진 길을 ..

세대간 소통 2023.11.04

교구 신자들의 신앙 나눔터 | 시골 공소와 봉고차

시골 공소와 봉고차 이곳은 충남 당진성당 소속 공소가 6개 있는 면소재 지이며 지금은 돌마루공소 한 곳으로 통합되어 전담 신부님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돌마루라는 명칭은 성당 건물 뒤편에 돌이 많은 산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 신자들은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성 당에 가고 싶어도 교통이 불편하여 미사 참례를 할 수가 없어 늘 안타까워하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승용차 대신 15인승 봉고차를 구입하여 봉사하기로 하였습니다. 미사가 있는 날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제 시간에 맞추어 운행하였습니 다. 성당 일이라면 무엇보다 우선으로 행하는 아내의 믿음 덕으로 부담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 었습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

세대간 소통 2023.10.31

누룩 |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큰딸이 고3 때쯤이었습니다. 천 사 같던 딸들이 작심한 듯 냉담을 선언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부 모의 신앙에 반기를 드는 것이냐며 큰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시간 을 쪼개고 잠을 줄여 입시에, 이후 에는 취업에 매달리는 딸들을 보 며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습니 다. 그렇게 몇 번의 갈등 끝에 딸들 의 냉담을 묵인했습니다. 대신 언 젠가 주님 품에 다시 돌아올 거라 는 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 자 결승전, 부상으로 쓰러진 딸을 보며 관중석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기권해도 돼”라고 외쳤습니다. 하 지만 딸 안세영 선수는 힘줄이 끊 어진 무릎에 테이프를 감고 기적처 럼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딸을 보는 그 어..

세대간 소통 2023.10.28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 찬미 예수님! 행실로는 죄인이었으나 하느님의 은총으 로 주님의 자녀가 된 구경모 프란치스코 다미안 막시밀리 아노가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구원받은 자녀가 된 것에 기뻐하며 우리 주님 사랑의 기적을 전합니다. 저는 50이 넘도록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알았으나 믿지는 못하여 죄인이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도 하느님 구원 사업의 일환이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를 당신의 자녀로 삼기 위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저 를 교도소로 보내시고도, 치매와 하반신 불수 그리고 언 어 장애가 있으신 저의 어머니와 생활 능력이 없으신 저 의 아버님도 저 모르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사랑을 베 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회교정사목위원회를 통해..

세대간 소통 2023.10.24

청소년사목국 | 25년 근속 교리교사 수기

25년 근속 교리교사 수기 꼬마 자동차 붕붕이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듯 교리교사인 제게도 힘을 주는 에너지 충전소가 있습 니다. 교리교사로 몇 번의 권유를 받았으나, ‘내가 감히 어떻게 교리교사를...’ 하고 정중히 사양하던 중 98년 하느님께서 제게 둘째 아이를 주실지도 모른다는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 니다. 그렇게 교사를 시작하였고 애타게 원하던 아이 를 얻는 기쁨과 더불어 10년 근속으로 이스라엘 성지 순례까지 다녀오는 은총도 받았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제게 선배 교사님들은 교리교사로서, 그리고 교사이기 전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바른 가르침을 주었 고 그 가르침은 더욱 큰 힘이 되어 지금까지 제가 제 몫을 잘 해낼 수 있는 에너지..

세대간 소통 2023.10.21

말씀의 이삭 |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시누이가 다니는 본당의 수녀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남 편과 딸,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족 모두가 하 느님 말씀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갔지 요. 그러나 누군가가 행복한 우리 가정을 시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던 딸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6년 동안 사 귀던 남자 친구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일상은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말썽 한 번 피 우지 않았던 착하고 예쁜, 친구 같았던 무남독녀 외동딸이 그렇게 갔습니다. 이후의 삶은 온통 절망과 슬픔뿐이었습니다. 아니, 그 저 딸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 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보냈어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 을 텐데, 한순간에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나갔기에 고..

세대간 소통 2023.10.17

누룩 |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제가 일하는 이곳 노동사목에는 주일마다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찾 아옵니다. 외국어로 진행되는 미사 를 봉헌하고자 오는 친구들, 어려운 상황에 처해 도움을 청하러 오는 친 구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 입니다. 또한 주일마다 운영되는 무 료진료소 도로시의 집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은 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됩니다. 상시적으로 내과, 치과, 물리치료과 가 운영되며 한 달에 한 번 안과 진 료가 있고, 비정기적으로 건강검진 과 예방접종 등 이주노동자의 건강 과 관련된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습 니다. 주로 주중에 병원을 찾기 어려 운 친구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값 이 부담스러운 친구들, 한국어가 서 툴러 병원을 찾기 어려운 친구들이 찾아옵니..

세대간 소통 2023.10.14

말씀의 이삭 | 이끄심에 대한 응답

이끄심에 대한 응답 찬미 예수님! 백번을 생각해 봐도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 서 유일하게 잘한 일을 꼽으라면 하느님의 아들로 살다 죽 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의 선택 이라기보다는 ‘이끄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인간이 가 혹한 운명 앞에서 완강한 저항을 멈추고, 기력을 완전히 소 진했을 때, 하느님의 숨은 계획이 드러난다고 하죠. 사형선 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종교 담당 교도관님의 권유로 천주교 교정사목 위원회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만나기 위 해 천주교 상담실에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오신 어머님들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중 한 분 이 고(故) 김자선 엘리사벳 어머니셨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3.10.10

누룩 | 저는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저는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군대 두 번 오니까 어때 요?”라는 질문을 들을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실제로는 “신부님은 전 역하면 어디로 가세요?”입니다. 그 런데 이 사실이 군인들에게는 굉장 히 부러운 일인가 봅니다. “저는 부산교구로 원복합니다.” 라는 대답을, 이들은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라고 알아듣습니다. 제 가 만나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돌아 갈 곳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에 충 실하며, 국가에 충성하고자 하는 이들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 에 불안해합니다. 전역하고 나면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군이라는 곳이 원래 자유롭지 않 습니다. 딱딱합니다. 그리고 불안 한 곳입니다. 아직은 전쟁이 일어 나지 않았..

세대간 소통 2023.10.07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어느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어느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 (클릭):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24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 글은 41호(2023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내가 다른 삶을 산다는 자각나는 태어나서 19살까지 보육원에서 자랐다.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였다. 보육원 www.catholicnews.co.kr

세대간 소통 2023.10.03

누룩 | 고산 위에서 만난 목자

고산 위에서 만난 목자 얼마 전 키르기스스탄 여행 때의 일이다. 그날도 낡은 지프차를 타고 산속으로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 를 따라 해발 3,000m가량 되는 높 은 산을 넘어 이동 중이었다. 그러 다 인적이라고는 없는 길에 고장이 난 듯한 트럭과 나이 지긋한 남자 둘이 있었다. 현지인 가이드가 나를 향해 묻는다. “잠시 멈추고 무슨 일 인지 알아봐도 될까요? 이야기인즉, 두 남자는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 산 아랫마을 목동으로 가축들을 데리고 여름내 산에서 지 내고 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몇 마리 양이 돌아오지를 않아 찾으러 산 위로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만 차가 고장이 나서 오도 가도 못 한 채 도움을 요청하고자 기다린 게 하루가 지났다. 주로 말을 타고 가 는데 그날은 날이 저물어 트럭을 탄..

세대간 소통 2023.09.30

소명일기 |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6)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6) ‘이제 일선 현장으로 나가 명예, 신뢰, 헌신의 소방 정신을 실천하여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소방 공무원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서울소방학교 졸업식 영상 마지막에 나온 문구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준비된 구급대원이 될 수 있도록 소방학교에서 가르치려 했던 모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로 2년간 근무하였고, 현재는 소방공무원 구급 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도움을 받기보다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기에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지만 많은 민원에 치이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보니 예전에 그렇게나 배우고 이야기했던 헌신의 소방정신과 사명감이 떠오르지 ..

세대간 소통 2023.09.26

누룩 | 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N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알코올의존으로 고 통받고 있는 N. 아동기를 악몽 같 은 그곳에서 보냈으니 수십 년이 지 난 지금도 그의 공포는 현재진행형 이며 술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일시보 호 위탁시설로 지정받았으나 눈에 거슬리는 일반시민들까지 강제 수용 했던 곳으로, 1975년부터 십 년동안 아이, 노인, 장애인, 여성에 이르기 까지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 되어 구타, 성폭행, 강제노역 등 가 혹행위를 당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 건으로 공식 인정된 바 있다. N이 여섯 살 때 동네에서 놀고 있 는데 낯선 어른이 잠시만 차에 타라 고 하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길로 끊임없이 가혹행위 에 시달려야..

세대간 소통 2023.09.23

말씀의 이삭 | 사명

저는 세례명이 ‘클라우디아’인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서 ‘클클샘’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많이 불러주십니다. 예전 에 교구 문화홍보국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유튜브 방송 ‘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프로그램 제목을 줄여서 ‘클클뮤직’이라 불렀고 저는 ‘클클샘’이 되었답니다.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클클샘’으로 종종 불립니다. 저도 이렇게 불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주님의 자녀가 되었을까요? 교회 안 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모태신앙입니 까?” 아니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자 주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

세대간 소통 2023.09.19

이충무의숨은행복찾기 |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강의실을 향해 갈 때 복도 끝에서부터 제자들의 왁 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 벌써 가슴이 설레 오곤 했습니다. 지쳐있다가도 그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게 되면 거 짓말같이 발걸음이 빨라지고 어깨가 펴지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습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제자들은 강의가 시작되 는 줄도 모른 채, 서로 먼저 말하느라 분주했고, 그래 서 늘 강의는 이렇게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자, 자, 조용, 조용,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강의 시작 할까요?” 학생들이 조용히 해 주길 바랐지만 내심 그들의 그 소란스러움이 마냥 부러웠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것이 바로 생동감 넘치는 청춘의 증표이고, 서로 그만큼 친밀하다는 뜻이었기에 그 소란스러움은 짜증이 아니라 유쾌함으로 다가왔었 습..

세대간 소통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