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잃은 후에 얻은 것들

松竹/김철이 2024. 7. 2. 10:15

잃은 후에 얻은 것들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저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 해 보지 않았습니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너무 어 려서 실감하지 못했고, 문상을 다니면서도 죽음이 가깝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습 니다. 엄마는 평소 병원을 멀리하셨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지켜오셨기에 오래오래 곁에 계실 것을 의심치 않 았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발병과 죽음은 가족 모두에게 급 작스러웠습니다. 추석 무렵 시작된 엄마의 투병은 다음 해 설 명절을 앞두고 끝이 났습니다. 엄마가 떠난 후에야 죽 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죽음을 겪기 전에는 죽음이 아주 멀리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매일의 일상에 파묻혀 저 멀리 치워두고 잊어버린 물건처럼 쳐다 보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 연세가 있으니 좀 더 세심하게 건강을 살펴봐 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으시겠지. 아직은 아닐거야.’ 생각하며 다가올 일들을 외면하고 있었 나 봅니다.

 

엄마가 곁에 계실 때는 엄마랑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도, 살갑게 대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언제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자. 럭셔리 사우나도 가보자.’ 하며 미뤄두었던 일들이 많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는 ‘당연’ 한 존재인 줄 알았으니까요. 엄마가 그러했듯 하느님도 늘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뭐가 그렇게 바 쁘고, 중한지 하느님과 가까워질 틈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쉬운 게 생기고,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주님, 주님.’ 부르짖곤 했죠. 저는 당신을 찾지 않아도 당 신은 끝없이 사랑을 베푸시라고 생떼를 부리면서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을 가급 적 자주 생각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는 지금 이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니까요. 일 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하거나,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 며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 버릴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는 동안 잘하고 오라는 하느님께서 내주신 숙제도 까맣게 잊 고 엉뚱한 데 마음을 다 뺏길지 모릅니다.

 

요즘 저는 힘껏 살아내기 위해 기도하고, 지금까지 제게 주신 것들에 감사하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 날 엄마를 위해 기도합니다. 엄마 생각만 하면 여전히 눈물 이 차오릅니다. 하지만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말고 살아. 다 괜찮아. 네 비염도 내가 가져 가.” 투병 중이던 어느 날 엄마가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엄마, 하늘 나라에서도 딸들이 걱정 없이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빽쓰고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웃음이 납니다. 이제 엄마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수호천사처럼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 같아 든든합니다.

 

엄마 덕분에 하느님과도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엄마는 죽음을 앞두고 제게 성당 열심히 다니라고 당부하셨 습니다. 신자가 아니었던 사위와 손자도 신기하게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준 마지막 선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