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458

말씀의 이삭 | 기도의 선물

기도의 선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오랫동안 교회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신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라도 지키며 살아온 때보다 냉담했던 기간이 더 깁니다. 제 나름 여러 가지 핑 계가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하느님을 의심하고 원 망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기도해 봤자 소용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마음이 얼어붙어 갔습니다. 미사도 한 번 두 번 핑계 대며 빠지기 시작하다 주일미사조차 지키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도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십자가 앞에 납작 엎 드렸습니다. 내가 믿음에서 멀어져서 벌을 주시는 걸까, 과연 기도를 들어주시기는 할까 온갖 생각이 떠올랐습니 다. ‘기도해야 한다, 하고 싶지 않다…’를 오가며 강박과 죄의식, 두려움 사이에서 ..

세대간 소통 2024.06.26

누룩 | 나일강에서 만난 평범한 성자

나일강에서 만난 평범한 성자  ‘탈출기’라는 용어 대신 ‘출애굽기’로 익숙했던 ‘애굽’ 은 ‘이집트’를 지칭한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모세 가 이집트를 탈출하던 그 시대에도, 3천 5백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건, 그 뜨거운 땅을 가로 지르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나일강일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 강을 어머니의 품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이 있다. 아브드도 그중 한 사람이다. 아브드는 관광객들을 위해 낡고 오래된 배를 운전하 면서 살아가는 나일강 변 토박이다. 처음 만난 날도 그 는 여기저기가 헤진 갈리베이아를 입은 채 익숙한 솜 씨로 배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잔심부름하고 있 었다. 소년은 아브드의 등 뒤에 숨은 채 수줍..

세대간 소통 2024.06.22

누룩 | 나일강에서 만난 평범한 성자

나일강에서 만난 평범한 성자  ‘탈출기’라는 용어 대신 ‘출애굽기’로 익숙했던 ‘애굽’ 은 ‘이집트’를 지칭한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모세 가 이집트를 탈출하던 그 시대에도, 3천 5백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건, 그 뜨거운 땅을 가로 지르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나일강일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 강을 어머니의 품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이 있다. 아브드도 그중 한 사람이다. 아브드는 관광객들을 위해 낡고 오래된 배를 운전하 면서 살아가는 나일강 변 토박이다. 처음 만난 날도 그 는 여기저기가 헤진 갈리베이아를 입은 채 익숙한 솜 씨로 배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잔심부름하고 있 었다. 소년은 아브드의 등 뒤에 숨은 채 수줍..

세대간 소통 2024.06.22

말씀의 이삭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저는 햇수로 17년째 심리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 자가 하는 일은 잘 듣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합 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잘하기는 생각보다 어 렵습니다. 성급히 판단하는 태도를 내려놓고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상담은 효과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상담자들은 공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 론 공부와 실습 훈련을 합니다. 처음에는 공감 능력이 타 고나는 성품인 줄 알았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따뜻한 사람이 공감도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 가 아님을 이제는 압니다. 공감은 단지 한 순간 마음의 울 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20대였던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시야를 흐리게 하는 안경, 귀를 틀..

세대간 소통 2024.06.18

누룩 | 정화된 영혼을 얻으며

정화된 영혼을 얻으며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 자신과의 문제, 타인과 의 문제, 그리고 사물, 사건과의 문제로 고민하며 삽니 다. 이 문제들의 해결책은 이미 나 자신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외부의 상황이 바뀌어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망집(妄執)도 보이지 않는 영혼을 더럽힙니다. 사람의 지혜가 열려 문명의 이기(利器)가 발달할수록 점점 나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안전한 삶을 위하여 우리가 오염된 자연을 보호하고 파괴된 환경을 쾌적하게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살기 힘겨운 이 웃을 배려하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서, 볼 수 없 는 영혼을 스스로 정화하는 일입니다. 배려는 내 마음을 타인에게 ..

세대간 소통 2024.06.15

말씀의 이삭 | 소원은 이루어진다

소원은 이루어진다  지난해 여름 저에게 정말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살다 보 니 이런 날도 온다고 주변에 자랑하고 다녔죠. ‘반세기 무신 론자’였던 남편이 세례성사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된 것입 니다. 작년에 저희 부부는 결혼 25주년을 맞았는데, 무엇보 다 값진 결혼기념일 선물을 받은 셈입니다. 남편은 평소 매 우 논리적인 사람으로 종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종교는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공동체 개 념’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말 잘하는 남편을 논쟁 으로는 이길 도리가 없었습니다. 과연 남편과 함께 성당에 가는 날이 올까, 어쩌면 인생의 황혼 무렵에는 가능하려나 하며 반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남편을 설득하기는커녕 제 믿음조차 흔들리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식구들 챙기기 바쁘..

세대간 소통 2024.06.11

누룩 |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가장 안타까운 특징을 꼽으라면 ‘물질 만능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과 같은 ‘물질’은 인간 삶에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 이든 지나친 것은 없는 것만 못하지요. 물질에 대한 집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자 라겠다는 ‘꿈’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친구 관계 의 중요한 기준이 돼 버렸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 은 어른들의 과욕이 투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 물질에 집착하도 록 만드셨을까요? 적어도 지나친 욕심은 하느님의 뜻 과는..

세대간 소통 2024.06.08

말씀의 이삭 | 나만의 안전기지

나만의 안전기지  저는 상담심리사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여러 어려움들 을 겪고, 때로는 혼자 이겨내기 힘들다고 느끼기도 합니 다. 그럴 때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 들을 제가 맞이합니다.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은 환경도, 직업도, 연령도 다양합니다. 만나는 분들이 모두 귀한 인 연이지만, 몇 년 전 뵈었던 한 분은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종종 생각나곤 합니다. 당시 그분은 어찌하기 힘든 현실 의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고단했던 사 연과 달리 그분 얼굴은 제 기억 속에 평온한 느낌으로 남 아있습니다. 상담을 하던 무렵 우연히 발견한 ‘기쁨’에 대 해 얼마나 행복하게 말씀하시던지요. 집 근처에서 오가 며 늘 지나치던 성당에 문득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 셨다는데요, 한번 들어..

세대간 소통 2024.06.04

누룩 |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제 신앙의 시작은 어머니로부터였습니다. 세례, 첫 영성체, 견진성사 그리고 수년간의 주일학교를 통해 어느덧 저에게 주일은 ‘성당에 가야 하는 날’이 되었습 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청년회에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하 였는데,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성당에 다니는 걸까?’ 언제부턴가 청년회 활동이 친목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의무감으로 주 일미사를 챙기는 제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떼제 기도모임, 가톨릭 학 생회, 교사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신부님 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 보았지만 저의 의문은 속 시 원하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로 3년 만에 재개된 부가고연 (부산가톨릭고등..

세대간 소통 2024.06.01

누룩 | 하느님 사랑의 환대와 시노드적인 경청

하느님 사랑의 환대와 시노드적인 경청  안녕하십니까? 청소년 주일을 맞이해서 환대와 경 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나누고 싶습니다. 환대(Hospitalitas)는 고대 로마 시대에서부터 최고 의 미덕 중 하나였고, 여행자를 환대하는 관습으로 자 리잡혀 있었습니다. 호텔(Hotel)과 병원(Hospital)이 라는 말도 모두 이 말에서 유래합니다. 환대는 성경에 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는 구약의 아브라함과 세 천사(창세 18,1-8 참조) 장면에서 아브라함이 나그네 를 환대하는 모습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 니다. 첫 번째는 ‘먼저 다가감’입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 가 구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되도록 먼저 따뜻 하게 다가가서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두 번째는 ‘무조 건적’인 환대입니다..

세대간 소통 2024.05.25

말씀의 이삭 | 두부 한 모, 웃음 한 입

두부 한 모, 웃음 한 입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영화를 보 러 갈 거거든요. 그런데 침을 맞고 오시겠다며 휴대폰을 두고 나가신 겁니다. 아빠를 찾아서 동네 골목을 돌았습니 다. 저만치에서 자전거 한 대가 다가옵니다. 아빠였습니 다. 입가에 뭉실한 미소 한 자락 얹으시고 기분 좋은 표정 이십니다. 큰딸이 온 게 반갑고 기쁘신 거지요. 자전거 바 구니엔 까만 비닐봉지가 있었고, 아빠는 자랑하듯이 뭔가 를 꺼내 보이십니다. 커다란 두부 한 모와 흙 묻은 당근입 니다. 따끈한 두부에 김장 김치를 싸서 당근 주스랑 먹이 고 싶었던 겁니다.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찰나지만, 영 화 어디에선가 봤음직한 장면 같습니다. 콧등이 시큰해지 며 눈물이 나려는 걸 참고 영화를 봤습니다. 아빠와 ..

세대간 소통 2024.05.21

누룩 |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최근에 저는 40여 년 전 기억으로 매우 힘들었습니 다. 중학생 때 기억입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와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장 애 정도가 심해서인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 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어머니께서는 갓난아이를 키우듯 하루 종일 그 아이 곁에서 모든 정 성을 쏟으셨습니다. 어느 날 밤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형!” 제가 고개 를 돌렸을 때 그 아이는 제 옆에 와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짜증이 났고,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데리고 나 가셨지만, 제 마음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과 짜증으 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밤새 그 아이가 받..

세대간 소통 2024.05.18

성소 聖召 | 길

길  제가 신학생일 때, 어떤 선 배가 “너는 왜 사제가 되고 싶 니?”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건들이 떠오르다 보 니 조금은 머뭇거리면서 “어릴 때 성경을 읽었을 때 예수님이 멋져 보였어요.”라고 대답했었 습니다. 제가 성소라고 느끼는 다양한 사건도 많지만, 그 중심에 있는 사건은 아버 지의 부재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버지께서는 교 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집 안은 사람들의 우는 소리로 가득했고 평소보다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아 졌을 뿐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들이 다 이상했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관을 땅에 묻고 어머니께서 한참 서 계셨습니다. 저는 그저 다 리가 아프다고, 산에 있기 싫다고 빨리 내려가자고 투덜댈 뿐이었지요. 어머니께서는 매주 저와 동생..

세대간 소통 2024.05.17

열두광주리 | 인생의 ‘가치 무게’

인생의 ‘가치 무게’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천만 세대를 돌파했으며, 혼인율은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 고 있습니다.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전 세계 최저 기록이고, 출산율의 하락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 릅니다. 한국의 이런 기묘한 현실을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토픽으로 다룰 정도입니다. 그간 정부는 초유의 저출생과 낮은 결혼율에 수백조 원을 투입했지만 마 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책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주목할 만한 설문 결과가 있습니다. 지 난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전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하 나요?”(What makes life meani..

세대간 소통 2024.05.16

말씀의 이삭 | 한 걸음씩 자분자분, 그래도 괜찮아

한 걸음씩 자분자분, 그래도 괜찮아  꽃들에게 물을 주었습니다. 대문 안에 있는 수도와 연결 박지현 요셉피나 | 방송작가 겸 수필가 잔돈을 바꿔서 10센트를 넣으니 바로 열렸습니다. 아무도 된 긴 호스로 주면 되는데, 그조차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물통에 받아서 물을 주게 되는데, 문제는 물통이 커 서 저에겐 버겁다는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저는 한꺼번에 물을 가득 채워서 물을 줍니다. 욕심이지요. 무거운 물통 을 들고 물을 준 날엔 어깨와 허리, 갈비뼈 부분이 뻐근해 집니다. 그럴 땐 물통을 3분의 1 정도만 채운 다음, 한 번 이 아닌 몇 번에 나눠서 왔다 갔다 합니다. 뭔가를 할라치 면 예전엔 완벽하게 다 채워야만 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의 일을 해내야만 그다음 일이 수월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