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388

말씀의 이삭 | 이끄심에 대한 응답

이끄심에 대한 응답 찬미 예수님! 백번을 생각해 봐도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 서 유일하게 잘한 일을 꼽으라면 하느님의 아들로 살다 죽 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의 선택 이라기보다는 ‘이끄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인간이 가 혹한 운명 앞에서 완강한 저항을 멈추고, 기력을 완전히 소 진했을 때, 하느님의 숨은 계획이 드러난다고 하죠. 사형선 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종교 담당 교도관님의 권유로 천주교 교정사목 위원회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만나기 위 해 천주교 상담실에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오신 어머님들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중 한 분 이 고(故) 김자선 엘리사벳 어머니셨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3.10.10

누룩 | 저는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저는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군대 두 번 오니까 어때 요?”라는 질문을 들을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실제로는 “신부님은 전 역하면 어디로 가세요?”입니다. 그 런데 이 사실이 군인들에게는 굉장 히 부러운 일인가 봅니다. “저는 부산교구로 원복합니다.” 라는 대답을, 이들은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라고 알아듣습니다. 제 가 만나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돌아 갈 곳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에 충 실하며, 국가에 충성하고자 하는 이들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 에 불안해합니다. 전역하고 나면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군이라는 곳이 원래 자유롭지 않 습니다. 딱딱합니다. 그리고 불안 한 곳입니다. 아직은 전쟁이 일어 나지 않았..

세대간 소통 2023.10.07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어느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어느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 (클릭):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24 내가 보란 듯이 잘살아가려는 이유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 글은 41호(2023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내가 다른 삶을 산다는 자각나는 태어나서 19살까지 보육원에서 자랐다.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였다. 보육원 www.catholicnews.co.kr

세대간 소통 2023.10.03

누룩 | 고산 위에서 만난 목자

고산 위에서 만난 목자 얼마 전 키르기스스탄 여행 때의 일이다. 그날도 낡은 지프차를 타고 산속으로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 를 따라 해발 3,000m가량 되는 높 은 산을 넘어 이동 중이었다. 그러 다 인적이라고는 없는 길에 고장이 난 듯한 트럭과 나이 지긋한 남자 둘이 있었다. 현지인 가이드가 나를 향해 묻는다. “잠시 멈추고 무슨 일 인지 알아봐도 될까요? 이야기인즉, 두 남자는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 산 아랫마을 목동으로 가축들을 데리고 여름내 산에서 지 내고 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몇 마리 양이 돌아오지를 않아 찾으러 산 위로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만 차가 고장이 나서 오도 가도 못 한 채 도움을 요청하고자 기다린 게 하루가 지났다. 주로 말을 타고 가 는데 그날은 날이 저물어 트럭을 탄..

세대간 소통 2023.09.30

소명일기 |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6)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6) ‘이제 일선 현장으로 나가 명예, 신뢰, 헌신의 소방 정신을 실천하여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소방 공무원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서울소방학교 졸업식 영상 마지막에 나온 문구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준비된 구급대원이 될 수 있도록 소방학교에서 가르치려 했던 모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로 2년간 근무하였고, 현재는 소방공무원 구급 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도움을 받기보다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기에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지만 많은 민원에 치이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보니 예전에 그렇게나 배우고 이야기했던 헌신의 소방정신과 사명감이 떠오르지 ..

세대간 소통 2023.09.26

누룩 | 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N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알코올의존으로 고 통받고 있는 N. 아동기를 악몽 같 은 그곳에서 보냈으니 수십 년이 지 난 지금도 그의 공포는 현재진행형 이며 술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일시보 호 위탁시설로 지정받았으나 눈에 거슬리는 일반시민들까지 강제 수용 했던 곳으로, 1975년부터 십 년동안 아이, 노인, 장애인, 여성에 이르기 까지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 되어 구타, 성폭행, 강제노역 등 가 혹행위를 당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 건으로 공식 인정된 바 있다. N이 여섯 살 때 동네에서 놀고 있 는데 낯선 어른이 잠시만 차에 타라 고 하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길로 끊임없이 가혹행위 에 시달려야..

세대간 소통 2023.09.23

말씀의 이삭 | 사명

저는 세례명이 ‘클라우디아’인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서 ‘클클샘’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많이 불러주십니다. 예전 에 교구 문화홍보국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유튜브 방송 ‘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프로그램 제목을 줄여서 ‘클클뮤직’이라 불렀고 저는 ‘클클샘’이 되었답니다.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클클샘’으로 종종 불립니다. 저도 이렇게 불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주님의 자녀가 되었을까요? 교회 안 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모태신앙입니 까?” 아니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자 주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

세대간 소통 2023.09.19

이충무의숨은행복찾기 |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강의실을 향해 갈 때 복도 끝에서부터 제자들의 왁 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 벌써 가슴이 설레 오곤 했습니다. 지쳐있다가도 그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게 되면 거 짓말같이 발걸음이 빨라지고 어깨가 펴지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습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제자들은 강의가 시작되 는 줄도 모른 채, 서로 먼저 말하느라 분주했고, 그래 서 늘 강의는 이렇게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자, 자, 조용, 조용,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강의 시작 할까요?” 학생들이 조용히 해 주길 바랐지만 내심 그들의 그 소란스러움이 마냥 부러웠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것이 바로 생동감 넘치는 청춘의 증표이고, 서로 그만큼 친밀하다는 뜻이었기에 그 소란스러움은 짜증이 아니라 유쾌함으로 다가왔었 습..

세대간 소통 2023.09.16

말씀의 이삭 | 가문비나무의 울림

가문비나무의 울림 바이올린 연주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는 지금껏 함 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소울메이트가 있습니다. 바로 저의 짝꿍, 바이올린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나무를 깎아서 울림통을 만들 고, 그 위에 현(string)을 묶어 활(bow)로 마찰을 일으켜 소리 를 내는 현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울림통에 사용되는 나무인데요, 바로 ‘가문비나무’ 입니다. 가문비나무는 아주 높은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나무와 달리 위쪽 부분에만 가지가 자라는 조금 은 신기하게 생긴 나무입니다. 고지대의 어둡고 컴컴한 산 속에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윗부분 의 가지들만 햇빛을 향해 뻗어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빛을 전혀 보지 못하는 아래쪽 가..

세대간 소통 2023.09.12

누룩 | 시련이 왜 하느님의 은총인가?

시련이 왜 하느님의 은총인가? “선생님, 배추에 소금을 왜 뿌려 요?” “뻣뻣한 배추는 푸릇푸릇 싱싱 하게 자랐지만 뻣뻣한 그대로는 김 치가 될 수 없지. 소금을 켜켜이 뿌 려 진한 눈물 흘리고 나면 살강살강 아삭아삭 부서지지 않고 포기포기 돌돌 감은 맛있는 김치가 되지.” 인생을 살다 보면 시련이 간간이 온다. 인생의 파도! 넘기 힘든 큰 것 도 있고 비교적 수월한 것도 있다. 인간에게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이나 배추 나 사는 모습은 같다. 잘 자란 배추 에게 소금을 치면 살짝 숨이 죽는 다. 배추로서는 죽을 맛이다. 싱싱 한 배추는 끝없는 눈물을 흘린다. 절인 배추는 맑은 물에 두세 번 헹 구어져 소쿠리에 담긴다. 배추는 ‘아! 이제 시련이 끝났구나.’ 생각하 지만 천만의 말씀..

세대간 소통 2023.09.09

이충무의숨은행복찾기 | 초보운전이니 결초보은

초보운전이니 결초보은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앞차의 뒷유리에 다양한 스 티커들이 부착되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주로 초보 운전자임을 알리거나 위급 시 탑승한 아이들 안전을 환기시키는 스티커들입니다 아이를 먼저 구해 달라거나 아이 혈액형을 적어 놓은 스티커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보다 더 짧고 선명하게 보여 줄 경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재치 있는 스티커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 ‘아이 없어요. 저부터 구해주세요.’라는 스티커를 보 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이 났습니다. 초보운전을 알리는 스티커는 더 다양합니다. ‘초보 운전’이라는 간결한 표현부터 ‘왕초보’ ‘거북이가 타고 있어요.’ ‘배려 감사합니다.’ 등 여러 가지..

세대간 소통 2023.09.05

누룩 | 연애와 결혼

연애와 결혼 저는 비혼주의자였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다투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태풍 속에서 언제 깨질지 모르는 흔들리는 유리창을 보는 것처럼 제 마음은 늘 위태롭고 불안했었습니다. 부모님의 혼인 생활은 행복하기보다는 우울하고 답답한 모습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이란 하얀 웨딩드레스 를 입은 사진 속에서만 행복한 것이고 실상은 전쟁 터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로 알게 된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아 이보리색 스웨터를 입은 그에게는 비누 냄새가 은 은하게 났습니다. 아직 앳된 소년 모습에 장난기가 많은 그 친구는 제가 여자이니까 이래야 한다거나 본인이 남자니까 저래야 한다는 편견 없이 저를 아 주 편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를 통해 따뜻한 봄날에 얼음이 녹듯이 마음이 편안해져 ..

세대간 소통 2023.09.02

함께 가는 길 | 그 안에 내 자리 있나요?

그 안에 내 자리 있나요? 놀이터에 가보면 이미 놀이를 시작한 아이들 무리가 있고 뒤늦게 도착해 무리에 끼고 싶은 아이가 있 기 마련이다. 아이는 무리에 끼기 위해 자신이 갖고 온 젤리나 과자를 내밀기도 하고, 숨바꼭질 술래 에게 ‘걔네 저쪽으로 갔어.’ 하고 살짝 귀띔해주기도 한다. 뛰다가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우면서 자 연스레 같이 뛰어가 놀이에 합류하는 아이도 있다. 인간의 삶은 경계선 안에 들어가려는 투쟁의 연속이다.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어 떤 계층에 진입하기 위해, 선망하는 지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느라 힘을 다 써버려서 하느 님 나라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던 어느 날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문을 열고자 하는 것이 우르르 무너질 모래성인가, 튼튼한 바..

세대간 소통 2023.08.29

누룩 |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노동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노동 노동이란 단어는 저를 포함한 어 떤 이웃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곤 합 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 을 유지하려면 노동은 필수이며, 많 은 시간과 에너지를 노동에 소모하 며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부터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 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 쳐 먹으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창세 3,17.19 참조) 죽을 때까지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슬프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을 돕기 도 합니다. 노동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에서 시작되어 행위로 표현되고 다시 인 간에게 돌아갑니다. 세상 대부분의 일자리들은 최종적으로 ‘누군가’ 또 는 ‘자신’을 대상으로 향합니다. 혼 자 일하는 업종들도 마찬가지로 결 국 ‘..

세대간 소통 2023.08.26

친교를 이루는 사람들 | 성당 주방에서 찾은 저의 하느님!

성당 주방에서 찾은 저의 하느님! 저의 신앙생활은 결혼을 위한 일종의 조건으로, 종교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의무적 으로 교리 수업을 듣고 미사에 참례하다 보니 어느새 영세는 받았지만 신앙심은 없는 소위 ‘무늬만 신앙인’이 었습니다. ‘의무’, ‘귀찮음’ 또는 ‘굳이..?(그간 없어도 잘 살았는데)’ 이 세 단어가 저의 신앙생활을 나타내는 전 부였고 종교가 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제게 신앙은 이마에 인호가 새겨져버린 상 태이기에 버릴 수도, 그렇다고 제대로 이어나갈 자신도 열정도 없는 그야말로 애물단지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런 날라리 신앙인으로 겨우 신앙을 이어오던 7년 차 어느 날, 큰 아이를 우연히 ‘주일학교’에 등록하게 되었 고, 나는 말만으..

세대간 소통 202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