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치 무게’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천만 세대를 돌파했으며, 혼인율은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 고 있습니다.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전 세계 최저 기록이고, 출산율의 하락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 릅니다. 한국의 이런 기묘한 현실을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토픽으로 다룰 정도입니다. 그간 정부는 초유의 저출생과 낮은 결혼율에 수백조 원을 투입했지만 마 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책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주목할 만한 설문 결과가 있습니다. 지 난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전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하 나요?”(What makes life meaningful?) 하고 질문 했습니다. 전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인생의 최 고 가치는 1위 ‘가족’, 2위 ‘직업’, 3위 ‘물질적 풍요’였 습니다. 국가별 응답을 보더라도 전체 17개국 중 15 개국에서 1위로 꼽은 것 역시 ‘가족’이었습니다. 그런 데 17개국 가운데 유독 한 국가만이 ‘물질적 풍요’를 1위로 언급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입니 다. 한국인은 삶의 최고 가치로 ‘물질적 풍요’를 지목 했고, 두 번째는 ‘건강’, 세 번째가 ‘가족’이었습니다. 이 러한 한국인의 답변은 국민 1인당 명품소비액 세계 1 위, 위스키 판매량 세계 1위, 총인구 대비 출국률 세계 1위, 슈퍼카 판매 아시아 1위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 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가족’이 ‘물질적 풍요’ 보다 우선하는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 요’가 ‘가족’을 선행하고 있습니다. 상위 가치를 추구 하기 위해서는 하위 가치를 희생시키고 해리하고 포 기하게 마련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최상의 가치로 추 구하는 한국인은, 하위 가치인 ‘가족’과 ‘출산’, ‘결혼’과 ‘가정’을 자연스레 등한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세대에 사치품이던 것이 필수품이 된 한국 사회 에서, 소비는 늘었지만 마음은 가난해졌고, 소유는 많 아졌으나 고귀한 가치는 줄었습니다. 통신은 발달했 지만 소통은 어려워졌고, 집은 커졌으나 가족은 적어 졌습니다. 그리고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가정의 소 중함은 잊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라는 가치는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만 족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갈구하면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하나를 거머쥐고 나면 또 다른 소유욕이 샘 솟아 지속적인 ‘욕구 상태’에 놓입니다. 그래서 “더 높 이 더 빨리 더 멀리”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운동경기 장 밖에서도 일상을 휘감게 됩니다. 사실상 ‘물질적 풍요’를 줄여야 그 가치에 매몰됐던 시간과 열정, 관 심과 능력을 비로소 다른 가치에 할애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물질적 풍요’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내재 적 가치’가 아니라 다른 가치를 위한 ‘수단적 가치’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움직이는 생의 ‘가치 무게’는 스 스로가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 삶은 자신에게 달려있 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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