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신앙 이야기 | 그럼에도, 주님!

松竹/김철이 2024. 5. 11. 14:16

그럼에도, 주님!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어 4기 환자가 되었다. 최 종 수술과 치료가 끝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의 사 선생님의 입에서 “폐 전이 입니다.”라는 말이 나 왔을 때 간절히 모았던 두 손을 풀고 제일 먼저 마 음속으로 외치던 말은 “주님, 어떻게 제게 이러십니 까!”였다. 나는 누구에게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고 그저 고요하고 평범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를 바닥 끝까지 처박으시는지 궁금했고 원망스러 웠다. 그럼에도 내가 매달릴 곳은 주님뿐이라서 미 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기를 기 점으로 여러 핑계가 주렁주렁 매달려 성당을 거의 찾지 않았고, 엄마의 성당 가자는 말도 귀찮게만 느 껴졌었다. 그런 내가 그저 바라는 걸 얻고 싶어서 가 슴 속에 원망을 품고 참여한 미사가 어찌 평화로웠 겠는가. 매번 ‘미사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 테니 저의 병을 낫게 해주세요.’ 하며 당연한 말을 뻔뻔 하게도 조건처럼 내걸고 막무가내로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속에서 산책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자박하게 깔리는 햇살에 서늘해진 몸과 마음을 녹이다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눈앞에 묵주의 형상이 떠올랐다. 햇빛을 마주 바라보다 생긴 얼룩일 수 있겠지만, 그 순간 묵주기도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움트기 시 작했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일이었기에 그날부터 매일 밤 묵주기도를 드리고 잠들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묵주기도를 드릴 때마다 대성 통곡을 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주는 고통과 공포 에 몸서리치며 온몸을 바들바들 떨기도 하고 흐느 끼느라 기도를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눈물은 나지 않고 내가 지은 잘못들이 떠올랐다. 한동안은 묵주기도를 드리며 그간 지은 죄의 용서를 구했고, 그다음은 이제라도 내 자신을 돌아보고 충분히 반성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 렸으며, 또 그다음부터는 주님께 온전히 의탁할 테 니 그저 이 병마와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 을 달라고 간청을 드렸다.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평온해졌고, 미사 시간 중에 주님께 더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게 됐다. 이후 내가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암이 임파선에 전이됐다는 걸 알 게 됐지만 오히려 그 정도인 것에 감사했고 그저 의 료진들을 위해 기도하며 내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빛을 비춰주시기만을 바랐다.

 

이제 나는 이 병과 싸워낼 준비가 됐다.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쩌면 나의 병은 주님을 등지고 주님의 목소리 에 귀를 막았던 내게 주님은 손 내밀어 내가 주님을 바라보고 귀 기울이며 스스로의 잘못을 깨우쳐 용 서를 구하고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 를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이 길의 끝에 서 더욱 강인하고 용감해진 몸과 마음으로 주님께 은총과 자비를 받은 만큼 주변에 베풀 수 있는 사 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감사의 묵주기도를 드 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