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만드레에게
마지막 글을 어떤 주제로 써야 할까 고민을 해보았습 니다. 노트북 빈 페이지를 열어놓고 커피를 한 잔 마셔봅 니다. 말없이 한 잔을 다 비우고 다시 빈 화면을 쳐다보 는 순간, 저의 손은 어느새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고 있 었습니다.
‘반려견 만드레에게.’ 네, 맞습니다. 만드레는 2년 전 3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저희 가족이었던 반려견입니 다. 15년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노견 만드레는 엄청난 동 안을 자랑하던 멋쟁이 요크셔테리어였습니다. 수컷이었 는데도 저희 엄마는 ‘엄마’로, 저는 ‘언니’라고 부르며, 가 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 다. 어린것들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쩜 그리도 작고 귀 엽고 사랑스러운지…. 경계심 어린 눈빛도, 넘어질 것 같 은 걸음걸이까지도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집 은 만드레 이전에는 반려 동물을 키워 본 경험이 없었기 에 만드레를 향한 가족들의 사랑은 정말 놀랍도록 헌신적 이고 순수했습니다. 이십 대인 저는 물론이고 오십 대 중 반의 부모님도 만드레를 쓰다듬기 위해 허리를 숙이셨습 니다. 그리고 만드레로 인해 저희 오빠에게도 자신이 보 살펴 주어야 할 존재가 있다는 교육이 가능해졌습니다. 밤낮없이 촬영장을 오가던 제게도 만드레는 큰 사랑이었 습니다. 가족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밤새 촬영을 마치고 오면 엄마 옆에서 자던 만드레가 문소리에 달려 나왔습니 다. 깊은 잠을 자던 참이었는지 비몽사몽 네 다리가 앞으 로 뛰는 게 아니라 자꾸만 옆으로 뛰었습니다. 강아지가 휘청대며 옆으로 뛰는 모습이라니!
만드레가 떠난 후 지금도 그리움과 슬픔 사이에 있는 저의 큰딸 라니는 엄만 왜 울지 않느냐, 만드레가 보고싶 지도 않느냐고 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저는 죽음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헤어지는 것은 슬프고, 지금은 볼 수 없어 많이 그립지만 엄마는 만드레를 다시 만날 것을 진 심으로 믿어. 그리고 지금 만드레는 하늘 나라에서 아프 지 않고 눈도 잘 보이고 밥도 잘 먹으면서 신나게 놀러 다 니느라 정신 없을 걸? 이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이 야, 그렇지?” 하고 말입니다. 그간 살면서 겪게 되는 혹은 예견치 못한 이별의 고통이 나이가 든다고 견디기 쉬워질 까 많이 의심했습니다. 특히나 가족들과 헤어짐을 상상하 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 다. 그런데 어느덧 제가, 마치 어른들이 제게 그러했듯, 자못 의연한 척 죽음을 설명하다니요! 헤어짐 앞에 어느 누가 자신만만할수 있을까요. 주님께서는 헤어짐 또한 연 습시키시는 듯합니다. ‘지금’에 충실하라고 말이지요. 이 렇듯 2킬로 조금 넘던 작은 만드레가 저희 가족에게 남긴 사랑과 떠나며 알려준 진리는 참으로 큽니다.
“고마워, 만드레야! 우리 다시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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