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나를 찾아오신 때

松竹/김철이 2024. 4. 27. 20:41

나를 찾아오신 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 그 때 예루살렘을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 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 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나는 두려 움을 느꼈다. 주님께서는 분명 나에게도 가끔, 혹은 자 주 찾아오셨을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되면 그것은 주 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했다. 묵상하기 좋고 기도하기 좋은 고요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서 쓸데없 는 잡념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면 주님께 서 나를 찾아오셨다가 실망하며 가셨겠지. 도움이 필 요한 사람을 보고 망설이다가 모른 척 지나쳤다면 주 님께서 내 손이 필요해서 찾아오셨다가 슬퍼하며 돌 아섰을지도 모른다. 기도가 필요한 사람을 무심함으 로 지나쳤다면, 지하도 계단을 오르는데 소쿠리를 앞 에 두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린 저 사람, 그는 지 폐 한 장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인데 귀찮아서 혹은 쑥스러워서 그냥 지나쳤다면...

 

이렇게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나를 찾아오셨겠지만 무시했을 수도 있고, 어리석고 부족해서, 혹은 둔하고 무뎌서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 내 삶을 하느 님 저울에 달아본다면 주님 쪽으로 기울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느 날 주님께서 “너의 날 위에 단 하루 도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다면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내 영혼 상태를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 었다. 그 시간은 아침기도, 저녁기도 시간이 되기도 했 지만 순간순간 나를 들여다봐야 했다. 나도 모르게 교 만, 위선, 이기심, 욕심, 편견, 판단, 어리석음에 빠져있 는 내 영혼을 회개로써 구해야 했다.

 

이다음 죽어서 하느님 대전에 엎드렸을 때, 내가 정 말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은 무엇일까. 신앙생할을 하면 서 얼마나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개인적인 시간을 아 껴서 얼마나 봉사했는지,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얼마 나 많은 순간 기도로 간구했는지 물어보신다면 어떻 게 대답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준비하면서 살아야겠다.

 

삶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만만치 않은 모서리 속에 서, 나를 지켜주시던 주님의 사랑은 위대하고 컸다. 또 한 나를 아프게 하고, 남을 아프게 하던 모서리가 그분 으로 인하여 조금씩 깎여서 둥글게 변화될 때 그것이 바로 주님을 기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님께서 찾아오신 때를 놓치지 않고 잘 영접하는 삶 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