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458

신앙 이야기 | 그럼에도, 주님!

그럼에도, 주님!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어 4기 환자가 되었다. 최 종 수술과 치료가 끝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의 사 선생님의 입에서 “폐 전이 입니다.”라는 말이 나 왔을 때 간절히 모았던 두 손을 풀고 제일 먼저 마 음속으로 외치던 말은 “주님, 어떻게 제게 이러십니 까!”였다. 나는 누구에게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고 그저 고요하고 평범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를 바닥 끝까지 처박으시는지 궁금했고 원망스러 웠다. 그럼에도 내가 매달릴 곳은 주님뿐이라서 미 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기를 기 점으로 여러 핑계가 주렁주렁 매달려 성당을 거의 찾지 않았고, 엄마의 성당 가자는 말도 귀찮게만 느 껴졌었다. 그런 내가 그저 바라는 걸 얻고 싶어서 가 슴 속에 원망을 품고 참여한 미..

세대간 소통 2024.05.11

말씀의 이삭 | 하느님도 우리의 가족이십니다

하느님도 우리의 가족이십니다  잠자는 성요셉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요셉은 꿈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아내 마리아와 아들 예수님을 잘 인도하신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책상 위엔 잠자는 요셉상이 있는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지향을 적어 그 밑 에 넣어 두신답니다. 그러면 잘 전구해 주시기에 맡겨드리 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께 청할 땐 꼭 영적인 것 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삶에 필요한 일상 적인 지향들은 신앙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걸로 여기 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하느님을 우리의 ‘아빠’라고 하 면서도 가족처럼 친밀하게 대화하거나, 일상의 사소함을 시시콜콜하게 말씀드리고 상의하는 게 어려운 겁니다. 가 족이지만 편하고 스스럼없는 가족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가족은 ..

세대간 소통 2024.05.07

누룩 |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찬미예수님! 범일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허수진 라파엘라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사회 활동을 하며 느낀 감사함과 받은 사랑을 교구민들과 함께 나 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주변에서 하느님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고등학 교에서 우연한 기회로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만 해도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좋아 주일 학교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나 서는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가 되고 싶었습니 다만 코로나로 정체되었던 주일학교가 은총시장과 함 께 되살아나면서 중고등부 교무 선생님과 신부님, 그 리고 분과장님의 요청으로 교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얘가 교사를 한다 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

세대간 소통 2024.05.04

말씀의 이삭 | 반려견 만드레에게

반려견 만드레에게  마지막 글을 어떤 주제로 써야 할까 고민을 해보았습 니다. 노트북 빈 페이지를 열어놓고 커피를 한 잔 마셔봅 니다. 말없이 한 잔을 다 비우고 다시 빈 화면을 쳐다보 는 순간, 저의 손은 어느새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고 있 었습니다. ‘반려견 만드레에게.’ 네, 맞습니다. 만드레는 2년 전 3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저희 가족이었던 반려견입니 다. 15년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노견 만드레는 엄청난 동 안을 자랑하던 멋쟁이 요크셔테리어였습니다. 수컷이었 는데도 저희 엄마는 ‘엄마’로, 저는 ‘언니’라고 부르며, 가 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 다. 어린것들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쩜 그리도 작고 귀 엽고 사랑스러운지…. 경계심 어린 눈빛도, 넘어질 것 같 은 걸..

세대간 소통 2024.04.30

누룩 | 나를 찾아오신 때

나를 찾아오신 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 그 때 예루살렘을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 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 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나는 두려 움을 느꼈다. 주님께서는 분명 나에게도 가끔, 혹은 자 주 찾아오셨을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되면 그것은 주 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했다. 묵상하기 좋고 기도하기 좋은 고요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서 쓸데없 는 잡념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면 주님께 서 나를 찾아오..

세대간 소통 2024.04.27

말씀의 이삭 |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어린 시절, 다른 집과 경제적인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 던 우리 가정 형편 안에서 엄마는 먹성 좋은 저희를 먹이 고 가르치시느라 애를 쓰셨던 것 같습니다. 허리띠를 졸 라 매면 공부를 곧잘 하는 둘째인 저를 조금이라도 더 가 르칠 수 있겠다는 엄마의 생각을 저는 잘 읽을 수 있었습 니다. 그렇게 저는 부모님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도 원하는 곳으로 입학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것은 주님의 큰 그림 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어린 시절로 가보려고 합니다. 둘째인 저는 발달이 늦된 오빠를 대신해 첫째여야 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오빠 손 을 붙잡고 엄마가 한 글자 한 글자 써가며 한참 한글을 가르 ..

세대간 소통 2024.04.23

열두광주리 | 우리의 이름이 시작된 곳

우리의 이름이 시작된 곳 “요한아~!”“영아~!”“신부님~!” 지금까지 살아오면 서 누군가가 저를 부를 때 자주 듣게 되는 말들입니다. 제가 가진 이름들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 이 름들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라는 희망, 거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 사랑하고 봉사하며 기쁘게 살아가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분명 내 것이기는 한데,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사 용합니다. 그래서 이름은 본질적으로 “부르심”과 연 관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내 이름이 불려질 때, 우리는 자신을 자각하게 되고, 나를 부르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 이 나에게 가진 희망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르고..

세대간 소통 2024.04.20

말씀의 이삭 | MBTI가 뭐예요?

MBTI가 뭐예요? 지난 한 해, 많은 사람들이 MBTI에 열광했습니다. MBTI란, 간단히 말해 사람을 16개의 유형의 성격으로 구 분하는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흥! 나를 16가지 중 하나로 규정짓는다고? 안 해! 내가 나지 뭐!’ 하며 검사를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이 유행 같은 바 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저 역시 동참하 여 서로의 MBTI를 공유하던 친구들의 단톡방에 제 성 격유형을 올렸습니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어! 윤지는 INFP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니 근데 J가 아니라 P 야?” “다시 해봐. 너 솔직하게 했어?” 등등 말이죠. 친구 들은 신이 났습니다. 서로 비교도 해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성격 궁합까지 들먹이며..

세대간 소통 2024.04.16

누룩 | “평화가 너희와 함께!”

“평화가 너희와 함께!” ‘지란지교’라 하면, 늘 유안진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 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 지 않는 친구…”가 곧, 지란지교를 나누는 벗이지요. 가족이나 친지일지라도,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어 이 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말이 날까’ 두 려워서입니다. 상대방을 믿고 나눈, 속 깊은 대화가 돌 고 돌아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게 세 상 사는 모습인가 봅니다. 수년 전 이야기입니다. 사월 중순 즈음에 한 학생이 면담을 신청해 왔습니다. ‘말이 날까’ 두려워 가족에게 조차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차에 저를 찾아온 것입 니다. 믿고 상담하러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웠습니다. 여러 날 학생..

세대간 소통 2024.04.13

말씀의 이삭 | 너에게 주는 선물

너에게 주는 선물 첫 글이니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 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윤 지 마리아라고 합니다. 몇 달 전, 4주에 걸쳐 저의 이야기를 주보에 실어보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보통 부담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올해의 새로운 미 션으로 여기고 해봐야겠다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 가족들과 주일마다 성당을 다닌 전 형적인 모태 신앙 신자입니다. 성당에 대한 저의 기억은, 미 사 시간에 유아방에서 뒹굴었던 단편적 기억을 제외하곤 첫 영성체 교리를 받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집안끼리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 과 저 그리고 제 오빠와 함께 첫영성체를 하였고, 예식이 있 던 날 ..

세대간 소통 2024.04.09

누룩 | 나의 행복 리스트

나의 행복 리스트 청·청·해(청소년·청년의 해)의 목표가 쉬워서 한 번 에 외워졌다. “하느님 안에서 청소년과 청년이 행복을 느끼는 것” 8년 동안 성당을 다니며 행복을 느꼈던 기 억과 본당 공동체에서 받은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생 각에 쓰게 되었다. 1. 스물한 살, 비신자였던 내 고민을 진심으로 경청 해주고 함께 고민해 준 신부님. 2. 그냥 이유 없이 반갑다며 10m 전부터 손 흔들고, 손잡아 준 수녀님. 3. 언젠가 내가 세례를 받을 때 대모를 서주겠다며 웃었던 오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전부 응 원하고 믿어주는 항상 내 편인 대모님. 4.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의 질문을 다 받아주고, 오 르간도 가르쳐 준 오빠. 5. 몸이 아파 힘들어할 때 따스하게 안수해 준 신부 님과 기도해준 청년들...

세대간 소통 2024.04.06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토요일 저녁부터 주일 새벽까지 청년들과 함께하 는 밤샘 음악 피정을 맡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피 정의 주제를 찾기 위해 성경을 보던 중 바오로 사도의 말씀 이 ‘아!’ 할 정도로 마음에 와 닿아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허락된 삶 그리고 지금껏 저 막시모를 이끌어 주신 모든 것에 대하여 제가 올려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고 백은 바로 코린토 1서 15장 10절에 나오는 “하느님의 은 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만나 제 고백으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 제 마음 속에 많은 기쁨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피정 후 후배들과 식사를 하며 각자의 신앙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때였습니다. 한 후배가 저에..

세대간 소통 2024.04.02

누룩 |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세례받은 지 50년이 다 돼가니 그만큼의 부활을 보 냈을 겁니다. 어릴 땐 달걀주는 부활절이 명절 같아 좋 았습니다. 한때는 부활 사건을 의심한 적도 있었습니 다. 흰머리가 생길 때쯤에서야 십자가의 희생과 예수 님 부활을 통해 우리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부활의 신비를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간직한 주님의 백성으로 살기보다 세상일에 바쁜척하 며 예수님 주변을 서성이는 ‘부활구경꾼’으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사순절을 맞이하며 신약성경 필사를 시작했습 니다.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내 몸 가까이 느껴보고 싶 었습니다.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말씀이 내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쓴 날과 안 쓴 날의 차이가 ..

세대간 소통 2024.03.30

말씀의 이삭 | 저도 사랑이 되겠습니다

저도 사랑이 되겠습니다 ‘참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왜 인간이 되어 십자가를 지고 가셨을까.’ 그런 고민이 들 때마다 저는 ‘우리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 순 시기에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며 그 사 랑이 제 죄보다 우선한다는 묵상을 해 보았습니다. 스스로 질문해 봅니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을 까? 그렇다면 나 자신은? 왜 이토록 나 자신을 있는 그대 로 사랑하기 힘들까? 이미 내 안에 사랑의 하느님께서 계 시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성경 구절이 떠오릅니 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 십니다.”(1요한 4,16) 저도 하느님께 사랑을 받았고 그분의 숨으로 태어난..

세대간 소통 2024.03.26

기자가 본 세상 이야기 | “와서 보라”

“와서 보라” 집이 의정부라 서울의 사무실로 출근하려면 광 역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야 한 다. 의정부 일대에서 서울로 오가는 직장인들이 워 낙 많아서 출퇴근 시간이면 수많은 인파들이 버스 를 내려 전철역으로 달려들 간다. 거기에 도봉산으 로 등산 가는 인파가 뒤섞여 난리 난리 북새통이다. 그 와중에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짜증 나 는 장면이 있다. 기성종교의 막무가내 선교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다. “예수 믿어서 천당 가세요.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갑니다.” 한여름 땡볕에도 한겨울 삭풍에도 하루도 빠짐없 이, 전철역을 오르는 계단 옆에서 협박조의 선교 구호를 외치는 어르신을 보면 존경심과 함께 솔직 히 살짝 짜증이 난다. 선교 혹은 전교 활동에 대해서..

세대간 소통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