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주는 선물
첫 글이니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 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윤 지 마리아라고 합니다. 몇 달 전, 4주에 걸쳐 저의 이야기를 주보에 실어보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보통 부담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올해의 새로운 미 션으로 여기고 해봐야겠다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 가족들과 주일마다 성당을 다닌 전 형적인 모태 신앙 신자입니다. 성당에 대한 저의 기억은, 미 사 시간에 유아방에서 뒹굴었던 단편적 기억을 제외하곤 첫 영성체 교리를 받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집안끼리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 과 저 그리고 제 오빠와 함께 첫영성체를 하였고, 예식이 있 던 날 찍은 사진은 지금도 제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진이 지요. ‘엄마가 모신 성체의 정체(?)가 궁금해 입을 벌려 보라 며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던 내가 영성체라니!’ 정말 황홀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주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로 우리를 채우신다는데 성체를 받아 모시 면 내가 천사가 되는 것 아닐까?’ 저의 끝없는 설렘은 평소 에는 입을 수 없었던 하얀 드레스와 선물 받은 미사보 덕분 이기도 했지만, 저는 그날 다시 태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의 십대는 거의 성당 주일학교에서 안전하고 충만하 게 채워져 갔습니다. 그 흔한 중2병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잘 넘어갔다고 하면 이 글을 읽으실 부모님께서 기가 차실 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은 그랬습니다. 교리가 끝나면 친구 와 성당 앞마당에서 놀았고, 시험 기간에는 성당 지하 교리 실에서 친구들과 공부 반, 수다 반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며 지냈습니다. 평일에도 언제든지 성당에 오면 친구들 중 누 구 하나는 저와 같은 생각으로 먼저 와 있었고, 어쩌다 아무 도 없는 성당에 들어설 때면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
았습니다. 성가대 활동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행복한 추억으 로 자리한답니다. 제게는 성당 친구들이 제일 소중했고 친 구들과 함께 노래할 때 행복했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는 미사 시간에 고개 숙이고 앉아 펑펑 울기도 했고, 한 해 를 마무리하는 겨울에는 성탄절 행사를 준비하며 꽉 찬 연 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올해 저의 큰딸 카타리나는 초등 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잦은 이사에 아직 주일학교 경험 을 못 해본 큰딸에게 올해는 꼭 주일학교라는 주님의 세상 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첫영성체 교리를 통해 주님을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답 니다. 신자인 부모로서 유아세례 이후 제가 줄 수 있는 두 번 째 선물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엄마로서 마음이 설렙니다.
저의 엄마도 그러셨을까요? 오늘 꼭 말씀드려야겠습니 다. 신앙을 갖도록 키워주신 덕분에 성인이 된 지금 든든 하다고 말입니다. 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딸아, 엄 마가 누리는 최고의 행복은 우리 가족을 만난 것이고, 함 께 기도하며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란다. 이제 엄마가 받은 최고의 선물을 너에게 다시 선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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