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380

말씀의 이삭 | 일상의 행복

일상의 행복 최근 기자분들과 제 ‘일상’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습 니다. 한 번도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저의 하루가 어떠한지 그려보려고, 전날과 그 전날, 또 그 전전날을 떠 올려 봤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네 번은 같은 시간에 운동 하고, 집안일을 하며, 촬영장을 오갑니다. 촬영장이 특별 해 보일 수 있겠지만, 배우인 제가 현장에 가는 건 회사원 이 사무실에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몇 년 사이 제 일상에 변화가 조금 있긴 합니다. 4년 전 부터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는 강아지는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침대 위 에 강아지들이 있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는 데, 바뀌었습니다. 반려동물들을 대하는 게 어떤 마음인 지 너무나 잘 알게 됐습니..

세대간 소통 2024.01.16

청소년특집 | 정말로 어른들이 생각하듯 청소년들은 신앙에 관심이 없을까요?

정말로 어른들이 생각하듯 청소년들은 신앙에 관심이 없을까요? 첫 본당 보좌신부 시절, 70여명의 중고등부 친구들 과 겨울 피정을 하던 중에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 로 설문조사를 해서 가장 많은 수의 답변순으로 1위 부터 5위를 정하고, 그 중 1위와 2위를 맞추는 프로그 램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나는 언제 하느님을 체험하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둘 다 의외였는데, 2위는 ‘성체를 모실 때’였습 니다. 1위는 더 놀라웠습니다. 바로 ‘힘들고 고통스러 운 시간을 잘 이겨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조별로 기도와 나눔을 하는데 많은 친구가 가정에서 겪는 부모님과의 갈등들, 어린 시절 상처들, 현재 고 민을 조원들과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성체 앞에서 기 도하..

세대간 소통 2024.01.13

말씀의 이삭 | 간절한 기도의 힘

간절한 기도의 힘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어느 날, 꼭 잡은 할머니의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몇 살 때였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 지, 그날 눈이 내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추위를 녹인 그 온기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 허리에 닿을락 말락 한 키의 아이 눈에 비친 동 네 성당은 무척이나 크고 높았습니다. 무언가 강렬한 기운 에 압도된 소년은 별생각 없이 어머니를 따라 눈을 감은 뒤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하느님과 만 났고, 주일마다 가는 성당은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스트리밍 된 영화 공개를 앞두고서도 성당을 찾아 하느님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비록 예 전처럼 그곳에서 자주 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기도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

세대간 소통 2024.01.09

누룩 |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봅니다. 여명이 밝아옵니 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습 니다.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의 손길이 이처럼 따스했 을까요. 출근길 가파른 언덕을 오릅니다. 골고타 언덕 을 오르신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 고타 언덕을 오르신 그 숨결이 이처럼 가빴을까요? 한 참 일을 하다 문득 창 밖을 바라봅니다. 부서지는 햇살 가운데 조금 쌀쌀해진 겨울바람이 바스락 노래 부르 는 것이 마치 천사들의 웃음소리 같습니다. 점심을 먹 으러 나서는 길, 건조해서 거칠어지고 앙상해진 나무 를 바라봅니다. 예수님을 짓눌렀던 가시관이 이처럼 거칠고 뾰족하였을까요? 퇴근길 어느새 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가로등의 불빛 이 세상을 밝힙니다. 너희는..

세대간 소통 2024.01.06

말씀의 이삭 |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아버지가 선종하시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이 부친 토마스 아 퀴나스 님은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느님 나라를 사려했던 분이 라는 사실입니다. 저희 집안은 전통적인 구교 집안도 아닌데 큰 아이는 수녀, 둘째 아이는 수사신부가 됐습니다. 막내는 약 10년을 사제 혹은 수도자 성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 이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계획과는 달리 결혼 성소를 이뤄 예 쁜 딸을 둘이나 키우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서 무상으로 주시는 분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노력이 아 주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은 몰라도 제가 수도자가 된 것은 좀 맥락이 안 잡히는 일이 었습니다. 제가 노력한 건 조금도 없으니 아버지가 벌인 일 에 하느님께서..

세대간 소통 2024.01.02

누룩 |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올해는 저희 가정 첫 아이의 첫영 성체가 있었던 은혜로운 한 해였습니 다. 3월부터 시작된 첫영성체 교육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졌습니다. 대상 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신앙 재교육의 시간이었습니다. 코로 나19로 인해 냉담했던 어느 부모님 도 자녀의 첫영성체를 계기로 다시 교회 품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첫영성체하던 순간은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주님과 일치하는 은총을 우리 아이도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중심에서 늘 함께하시며 저희 자녀들에게도 당신과 일치할 수 있는 은총을 허락 하신 성령께 거듭 감사를 드렸습니 다. 참으로 성가정은 축복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첫영성체 교육 과 정은 사실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 다. 직업 성격상 주말 주..

세대간 소통 2023.12.30

말씀의 이삭 |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청년들의 고독사를 다룬 뉴스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옛 날엔 막연히 ‘딱한 일이네.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며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짧은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하 지만 자립준비청년들과 만나는 사목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퇴소한 청년 중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근심이 몰려옵니다. 작년 초에 연락이 두절됐다가 5월의 끝자락에 홀로 주 검으로 발견된 요셉이 설마 설마 했던 근심을 현실로 대면 하게 했던 청년이었습니다. 키워주신 수녀님에게 찾아오 겠다는 전화만 해놓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터라 수녀님 은 너무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요셉과 친분이 있었 던 요셉의 후배와 함께 예전에 요셉이 자기 직장이라고 알 려줬던 충남 홍성의 축산 ..

세대간 소통 2023.12.26

말씀의 이삭 | 밥부터 먹고 보자

밥부터 먹고 보자 저는 은평구 응암역과 역촌역 사이에 위치한 ‘밥집알로’ 라는 식당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립준 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을 통칭하는 말 입니다. 이들이 저녁 한 끼를 든든히 먹으러 오는 밥집알로 는 말이 식당이지 가정집을 임대하여 청년들과 만나는 곳 입니다. 밥집알로에서 '알로'는 예수회 수도자로 살다가 어 린 나이에 하느님 곁으로 간 알로이시오 곤자가(1568~1591) 성인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가 청소년의 수호성인이라 의미 있었습니다. 게다가 응암역 근처에 이미 자립준비청 년들의 모임 공간 ‘까페알로’가 있었기에 이름이 서로 잘 어 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까페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랑방 같은 기능을 염두 에 두고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예상과는..

세대간 소통 2023.12.19

신앙 이야기 | 신앙이라는 선물

신앙이라는 선물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해서 회사에 자리를 잡았 던 이십 대 후반에, 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했습니다. 체력이 좋지 않았던 저는 부 대의 일과를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거기에서 비 롯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군대 특유의 강압 적인 분위기는 제 삶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 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이 오기를, 밤이 되면 아 침이 오지 않기를, 아니면 이대로 눈이 떠지지 않 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제게도 희망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종교 활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대 밖에서의 종교 활동은 모두 금지되었는데, 확진자 수가 조금 줄어들면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종교 활동을 허락해 주곤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 었..

세대간 소통 2023.12.12

삶의 향기 | 성당 지붕

성당 지붕 난 종교가 없었다. 지난 20여 년간 그렇게 생각해 왔 다. 중학생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가족을 대표하여 성당을 다니긴 했다. ‘아가다’라는 세례명을 얻고 성 당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나 를 앉혀두고 통보했다. 엄마와 이혼할 것이며, 이혼 과 동시에 우리는 새어머니 집에서 살 것이라고. 이 혼과 재혼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하루아침에 낯 선 동네에 있는 새어머니 집에서 살게 되었다. 공포 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에게 순응하는 게 당연했던 나는 싫다는 소리 한번 못했다. 숨죽인 채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내 안식처였던 본당과 갑작스레 헤어지면서 종교를 향한 마음도 닫았다. 그땐 무엇에게도 마음을 주기 싫었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파주 운정으로 이사를 왔다. 날..

세대간 소통 2023.11.28

사제단상 | 저와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저와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본당에 새로 부임하면서부터 사제관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1년 넘게 지내며 이 친구들 덕에 꽤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게 되었고, 제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갔음을 느낍니다. 일단 이 친구들은 참 잘 먹습니다. 맵찔이라 양념을 물로 한 번 헹구어 주어야 하는 약간(?)의 수고 스러움은 있지만 뼈다귀나 옥수숫대처럼 다른 생물들도 대부분 못 먹는 것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물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심지어는 상해서 곰팡이가 피어 버린 것들도 탈 나지 않고 잘 소화 합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가끔 탈이 나기도 하지만 좀 쉬면서 밥이나 빵 같은 것들을 조금씩 먹여 주면 이내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납니다. 저보다도 많은 것을 먹지만 배설물은 ..

세대간 소통 2023.11.25

사제단상 | 저와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저와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본당에 새로 부임하면서부터 사제관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1년 넘게 지내며 이 친구들 덕에 꽤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게 되었고, 제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갔음을 느낍니다. 일단 이 친구들은 참 잘 먹습니다. 맵찔이라 양념을 물로 한 번 헹구어 주어야 하는 약간(?)의 수고 스러움은 있지만 뼈다귀나 옥수숫대처럼 다른 생물들도 대부분 못 먹는 것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물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심지어는 상해서 곰팡이가 피어 버린 것들도 탈 나지 않고 잘 소화 합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가끔 탈이 나기도 하지만 좀 쉬면서 밥이나 빵 같은 것들을 조금씩 먹여 주면 이내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납니다. 저보다도 많은 것을 먹지만 배설물은 ..

세대간 소통 2023.11.25

말씀의 이삭 | 신부님은 이웃사촌

신부님은 이웃사촌 저는 참 운이 좋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도움 을 주는 이들이 나타났고, 실수와 잘못조차도 더 좋은 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훗날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 라 살아온 모든 시간에 주님이 함께하시며, 어리석고 악한 일까지 선으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 이라 생각했던 모든 일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었던 거죠. 신부님과 이웃사촌이 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웃집 에 붙은 ‘천주교회’라는 현판을 보며 궁금증을 키워갈 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새롭게 걸 렸습니다.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와 함께 영신수 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은 어머니와 저, 둘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으니, 어색하고 불편했습 니다...

세대간 소통 2023.11.14

누룩 |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자 제56 차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는 하 느님 백성 가운데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가리킵니다. 제2차 바 티칸 공의회는 평신도의 역할을 크 게 부각하면서, 평신도를 통하여 교 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 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처럼 하느 님의 잔칫상에 앉는 합당한 준비로 등잔에 기름을 채워야 합니다. 기다 림에 지치지 않고, 주님께서 오실 때에 서둘러 마중하여 혼인 잔치에 함께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어 리석은 처녀들처럼 등잔은 가지고 있되 기름이 없다면, 믿음은 있되 신앙이 없는 형식뿐인 신앙인일 것 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늘 “예, 여 기 있습니다.”라고 ..

세대간 소통 2023.11.11

마음살피기 |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그럼 마음은?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그럼 마음은?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기를 원합니다. 일단 병이 들면 통증이 생기고 그 아픔을 견디는 것 자체가 쉽지 않 으며 일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플 때는 무엇보다도 죽음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 고, 병이 깊어지면 실제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어디를 찾아가나요? 의사가 있는 병원에 갑니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고쳐주기 위해 오랜 시 간 공부와 훈련을 한 전문가여서, 우리는 그에게 자신의 건강을 내맡깁니다. 그리고 치료해주는 대가로 비 용을 지불하지요. 많이 아플 만큼 병이 심각해지면 큰돈을 내곤 합니다. 그만큼 치료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요. 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돈일지라도 어떻게든 그것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몸의 고..

세대간 소통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