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엄마의 행복열차 탑승

松竹/김철이 2024. 7. 27. 12:27

엄마의 행복열차 탑승

 

 

사랑하는 아들 보니파스야! 네가 프랑스에 살게 되면서 떨어져 산 시간이 35년 이나 흘렀구나. 어느덧 엄마도 80살이 되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큼 될지 몰라 엄마 마음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우리 가정은 세상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떠올리기조차 싫은 낭떠러지에 떨어진 상황에서 너희 들이 먼 타국에서 느꼈을 절망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 프구나. 그 와중에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시고, 남은 우 리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었지.

 

같은 하늘 아래지만 각각 다른 나라에 살면서 혼자 덩그러니 울며불며 너희들도 모르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엄마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단다. 어느 누구도 엄마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을 때, 그동안 등을 돌렸던 성당을 찾아가 나도 모르게 성전에 앉아 십자가를 바라 보며 “하느님, 저 어떻게 살아요?”라고 울며 떼를 쓰며 답을 주시라고 하느님께 매달렸단다.

 

어느 날, 한참 울다가 십자가를 바라보니 가슴속이 텅 빈 것 같았고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단다. 그때 십자가를 바라보던 습관이 생겨 지금도 미사 중에 십자 가를 바라보며 미사를 드린단다.

 

이제는 마음속 찌꺼기를 모두 떨쳐버렸기 때문에, 지 금은 위령봉사회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하느님 대전으 로 인도하는 일에 사명감과 유가족에게 선교를 할 수 있다는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내가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봉사하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고통의 시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엄마는 하느님을 찾지 않고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엄마가 너에게 돈이나 명예를 유산으로 줄 수는 없지만, 오직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통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 와 행복을 얻은 ‘신앙체험’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구나. 엄마도 네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단다. 엄마가 네게 유산 으로 남긴 신앙을 하나밖에 없는 귀한 내 손자인, 네 아 들에게 물려줬으면 좋겠다.

 

이제 엄마 걱정은 하지 말아라. 타국에서 살아가는 두 아들 대신 하느님께서 반석동본당의 많은 교우를 엄 마의 자매, 아들, 딸로 맺어주셨단다. 반석동본당 교우 들 사랑 속에서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너희들은 엄마 걱정하고, 엄마는 너희들 걱정하는’ 것을 이제는 떨쳐버리자.

 

아들아!

먼 훗날 엄마 보고 싶을 때, 성모님 앞에서 투정도 부 리고 성모님께 기쁨도 드리는 아들이 되어다오. 네 곁 에 있어 줄 수 없는 엄마 대신, 네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 든지 너를 반겨주시는 성모님과 항상 함께하기를 바란 다. 엄마는 하느님께서 안전 운전하시는 ‘행복열차’에 탑승하여 천국 종착역을 향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 둘째 아들과 내 손자까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 우리 가족이 하느님 안에서 만나길 기도하며~

 

2024년 7월, 행복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