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믿음의 상태

松竹/김철이 2024. 9. 7. 12:30

믿음의 상태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합니다. 이 계절 의 바람은 인생의 가을쯤을 지나는 중년 남자를 감상 에 젖게도 만듭니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바람 같은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 바람의 시원(始原), 내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하느님 나라에 닿을 것도 같습니다. 조용필이 부른 ‘바 람의 노래’에는 “바람의 노래를, 꽃의 지는 이유를 나 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라는 구절이 있습니 다. 나이 들면서 인간의 지혜와 감각으로는 알 수 없지 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걸 자주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이 믿음의 시작 아닐까요? 히브리서 에도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이라고 했 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미사 강론 때 들은 ‘믿음 의 상태’란 단어가 마음에 꽂혔습니다.

 

내 믿음은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요? 내 몸은 늙고,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데 내 안의 믿음은 어 떤 영향을 받을까요? 믿음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 는 데 혹시 내 마음의 돌밭이나 가시덤불 속에서 지내 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따져보니 믿음에 대해 모르 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내 믿음에 대 한 스스로의 바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내 믿음 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 뽐냄 없이 축적되는 고색창연의 기품을 갖추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차오르는 샘물처럼, 생명을 머금은 어린잎처럼 늘 새 롭고 싱싱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 믿음의 방식만 을 고집하는 완고함 대신 너그럽게 열려있고 소통할 수 있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몸을 위 해서는 건강검진도 하고 영양제도 먹어왔지만 믿음의 상태를 챙겨보고 가꾸어 온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 다. 믿음의 양식은 영성체라고 했습니다. 생명을 위해 햇빛, 물, 공기가 필요하듯 믿음을 위해선 기도와 감 사, 희생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미 믿음의 끝판왕이자 절대 고수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세상의 명예와 생명마저 내려놓고 하느님에 대한 순수하고 굳센 믿음을 지켜 낸 이 땅의 순교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하 느님에 대한 ‘신뢰’를 마침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신앙’의 절정으로 승화시키며 믿음의 모범이 되셨습 니다. 순교자 성월은 죽은 이들의 기념뿐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이 믿음의 동참을 새롭게 결심하는 시기입 니다. 내 믿음을 가다듬고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따르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보탠다면 9월, 이 땅은 믿음의 상태가 가장 위대한 시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