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선물

松竹/김철이 2024. 8. 31. 12:10

선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을 잊은 채 살아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가정, 머물 수 있는 성당 그리고 항 상 지켜주시는 하느님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습 니다. 그리고 학업에 몰두하여 시간이 없다고 여겼기 에 가정과 주님은 항상 뒷전에 있었습니다.

 

그런 당연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중 처음으로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는 삶을 살 수밖 에 없는 군 생활을 하게 되어 한순간에 따뜻한 집을 잃 어버렸고, 머물 수 있었던 성당을 잃어버렸고, 하느님 조차도 더 이상 바라봐주시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 다. “왜 제게서 이 당연한 것들을 빼앗아 가시나요?”라 며 원망해 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고 시련들은 더욱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시련의 날들 속에서 “하느님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세요.”라며 기도하였고, 시련들을 마주하여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대 근무로 체력과 시간이 부족했지만, 하느님과의 시간을 위해 휴식 시간과 개인 시간을 줄이면서 주일미사에 참례하였고 항상 귀찮게만 생각했던 부모님께는 매일 연락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교대근 무로 인한 들쭉날쭉한 수면 패턴과 예민해진 감정으로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린 관계 속에서 저의 몸과 마음 은 황폐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매주 성당에 나와 기도 하는 저를 보시고 군종신부님께서 군종병으로 보직 변 경의 기회를 주셨고 가족과의 시간, 하느님과의 시간 과 같은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물이었 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셔’라고 원망했던 마음은 언제나 함께 계시고 바라봐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변해갔습니다.

 

홀로 걸어왔다고 생각한 시련들을 추억으로 승화시 키고자 군 생활을 정리하면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걸어왔던 길에는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들과 묵묵히 나만을 기다려준 여자친구, 힘들 때 상담해 주고 용기를 주는 친구들, 그리고 무너 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하 느님의 발자국이 함께 있었습니다. 시련이라고 생각했 던 시간 중에도 끊임없이 등을 밀어주고 이끌어 주시 며 일상과 추억이라는 선물을 주셨다는 것을 왜 느끼 지 못했던 것일까요?

 

오늘도 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시련들 을 마주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하 느님의 선물들을 받으며,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2코린 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