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한 마음의 여유를 기대하며
전공은 아니지만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는 알 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2학년 때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원로 교수님의 ‘경영학원론’ 강의를 수강했다. 이 교수님은 방학 때마다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미 국의 대학을 방문하여 강의에 활용할 자료들을 모으 고, 아직 미국 밖으로 퍼지지 않은 신간도서를 구입하 여 다음 학기 자신의 강의 교재로 삼으시는 등 나름 좋 은 강의를 위해 노력하셨다. 그런데 하루는 강의 중에, “나는 복사기가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는 것이 두렵다. 지금은 새로운 이론과 지식이 담긴 신간도서를 누구 보다 빨리, 때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손에 넣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 학생들한테 잘난 척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어디서든 손쉽게 복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나보다 먼저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을 테니 까 말이다.”라며 농담을 하셨다.
1990년대까지는 강의 1시간 중 절반은 칠판에 판 서하느라 보내고 나머지 절반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교재 1권을 다 끝내기 쉽지 않았으나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수업의 보조도구로 활용하면서 소위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이용하여 만든 강의 자료 를 학생들에게 미리 배포하다 보니 순전히 강의 1시 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준 비해야할 강의 분량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심지어 지 금은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동시에 챗봇 이나 유튜브로 교수의 말이 맞는지 확인까지 하는 시
대이니 교수자로서의 부담은 커져만 간다.
비단 대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발전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생성되는 정보 와 지식의 양도 엄청나다. 잠깐 한눈을 팔았다가는 만 회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컴 퓨터공학이라는 첨단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답지 않게,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첨단 기술의 속도 완 급 조절을 논의하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우리의 마음은 늘 급하고 거칠 어지기 마련이고, 그런 마음을 근간으로 하여 나타나 는 행동이 아름다울 리가 없지 않은가! 2024년 여름 의 무더위와 싸우는 지금, 미사를 봉헌하는 이 시간만 이라도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뒤로 하고 오직 하느 님과 일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급박함에 찌든 우리 얼굴에서 천사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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