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松竹/김철이 2024. 10. 22. 12:30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어린 시절, 동네 성당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전부였던 제게, 처음으로 미사에 참례한 날은 제 삶의 큰 전환점이 었습니다. 그날 신부님의 강론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 지 않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고 저 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변 사 람들은 제가 축복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저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이름과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중독자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회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회복의 여정은 저 자신을 돌보는 힘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었고, 제 아이에게 더 나은 부모 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중독의 어 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까지, 저는 오랜 시간 제 아이에 게 필요한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제 고 통에만 갇혀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직장 동료 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사랑을 줄 줄 몰랐던 어머니, 폭 력적인 전남편 등 주변의 모든 것을 원망하며 살아왔습니 다. 심지어는 제 아이의 존재조차 원망하며 삶을 포기하 려는 생각까지 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첫 미사에서 흘렸던 눈물은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저를 위한 것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회복의 과정을 시작했을 때, 저는 아 이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편지를 꾸준히 보냈습니다. 그 때 아이가 “엄마,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잖아.”라고 답장 에 쓴 말이 지금도 제 가슴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말 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고통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비록 우리 모자 사이의 매 듭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이제 엄마의 자리로 돌아왔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처음으 로 받아본 어버이날 편지에 적힌 글은 엄마의 역할로 돌 아갈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매듭의 끝자락이 되었습니다.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잘 키워줘. 잘 클게… 나… 잘 크고 싶어.”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 구 할 날을 기대하며, 그를 더 깊이 사랑하고 돌볼 것을 다짐 합니다.

 

또, 이제는 제 어머니의 삶도 이해하게 되었고, 받지 못한 사랑을 원망하기보다는 어머니를 더 많이 사랑하려 고 합니다. 그리고 제 회복의 여정을 함께해 준 가족들과 저를 믿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지금의 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사랑과 지원 덕분에 저는 다시 삶의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희망을 다른 중독 자들과 나누며 그들의 회복 여정에도 빛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