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하며

松竹/김철이 2024. 10. 8. 12:43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하며

 

 

“단주를 시작한 지 꽤 여러 날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술에 대한 갈망이 생깁니다. 참기가 힘들고, 때때 로 나도 모르게 그 유혹에 넘어가서 모든 걸 망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만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온전히 술에 서 벗어난 삶, 고요한 일상을 보내는 게 가능할지, 그 시기 가 언제쯤 오는 것인지, 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느 낌을 받는 것인지 통 알 수 없다는 질문과 함께 말입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부터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자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기 상 시간이 앞당겨졌습니다. 그렇게 생긴 여유를 활용해 새벽 산책이나 할까 하면서 운동화를 챙겨 신고 밖으로 나왔던 것이 매일의 달리기로 이어졌습니다. 스마트 워 치로 기록도 측정해 보고 조금씩 구간을 늘려가는 재미 도 느꼈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오늘은 뛰지 말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그래도 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 를 시작하면 금방 숨이 가빠오고, 어제의 절반, 아니 반 의반도 못 달릴 것 같다는 불안이 앞섭니다. ‘아직은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니까 그런 거겠지.’ 하고 마음을 달래곤 했지만, 만 삼 년째 계속 운동하고 있 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기는 두렵습니다. 그러다 문득 달 리기와 중독 치료는 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 았습니다. 온전히 내 선택으로 시작된다는 것,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는 것,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등입니다.

 

수년간 단주를 유지하시는 분들은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두렵고 간간이 술을 마시고 싶은 유혹이 든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잘 이겨내고 충실히 하루 를 살아냈을 때의 성취감 또한 경험했기에 기꺼이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이죠. 저 또한 그렇습니다. 여전히 두렵지 만 다 마치고 난 후의 기쁨을 알기에 오늘의 첫발을 내딛 습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 입니다.”(야고 1,4)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불어오는 선선하고 깨끗한 가을바람이 너무 고맙게 여겨지는 요즈음입니다. 시련은 두렵지만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맞이할 동력을 얻을 수 있음을 되새깁니다. 그렇기에 그저 주위의 풍경 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된다고 제 자신을 독 려해 봅니다. 오늘 하루 묵묵히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는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