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사춘기에 나는 주 일학교가 지루하고 귀찮았고 성당에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레지오도 그만두고 복사는 의무감이 되어 갈 때쯤 코로나가 터지며 자연 스럽게 냉담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2월 한 달 동안 같이 성당에 가지 않겠냐는 성당 친구의 제 안에 나는 같이 가겠다고 답했었다. 친구가 늦어 혼자 먼저 성당에 가 기다리던 중 성전에서 눈치가 보여 밖 에 나와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주일학교 선 생님께서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고, 그 이후 로 모든 게 바뀌었다.
어렴풋이 옛날 생각도 나고, 조금의 씁쓸함을 포함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져 성전 한 구석에만 있더라 도 미사는 계속 참례했었다. 옛날에 엄마에게 이끌려 반강제로 첫영성체와 복사단, 소년레지오까지 했던 조 기교육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성당 적응기가 끝나갈 무렵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2023년 여름LT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 다는 사실 하나로 뭔가 기분이 좋았고, 그저 같은 갈래 며 같은 참가자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친해지며 명지라 는 작은 동네를 벗어나 부산, 울산, 경남권의 다양한 친 구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항상 서로 상처 주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사람들만 보다가 이런 친구들 을 만나니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항상 귀찮기만 했던 주변 일들도 이제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장·차장이 해야 하는 것, 남들과 대화하는 법 등 학교 공부가 전부 인 학생들이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토요일은 모든 일정 을 비워야 하고, 시험 기간도 수시로 다가왔기 때문이 다. 우리 가족은 여행도 자주 가는데 성당을 위해 포기 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현실에 쫓기 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내려놓는 것, 내가 하고 싶 은 것을 포기하고 미사를 본다는 것, ‘하느님을 선택하 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주일학교이고 복사단이고 소 년레지오라는 것을 우리 청소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2024년 다시 시작된 정기총회에서 부산가톨릭고등 학생연합회 회장이 된 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면 더 좋겠지만 18살이 라는 나이에 LT 같은 큰 행사를 직접 진행해볼 수 있 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어 돌 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냉담을 하는 친구들이 돌아와 성당에서 같이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고 많은 친구들이 주님 안에서 시간을 보낼 방법 을 고민하고 기도하겠다.
'세대간 소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씀의 이삭 |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3) | 2024.10.15 |
---|---|
말씀의 이삭 |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하며 (1) | 2024.10.08 |
말씀의 이삭 | 성모님의 눈물 (0) | 2024.10.01 |
누룩 |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0) | 2024.09.28 |
말씀의 이삭 | 과달루페의 성모님 (1) | 202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