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松竹/김철이 2024. 10. 29. 13:16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하느님!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 고, 어쩔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저희 병원의 카프이용센터 입구에는 회복자가 보석 십 자수로 만든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액 자가 놓여있습니다. 중독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참 좋 아하는 기도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종결할 때 이 기도문 을 캘리그라피로 적어넣은 엽서를 종종 선물로 드립니다.

 

상담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그분들의 이야기는 하나같 이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합니다. 중독에 이르게 된 사연은 너무도 다양한데 그것에서 벗어나기 힘든 아픔은 또 얼마 나 한결같은지 모릅니다. 많은 분이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 아갑니다. 술에 취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과 되돌릴 수 없 는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을 비난하면서요. 죽을힘으 로 단주를 이어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회복과 재발 의 삶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합니 다. 그리고 마음은 대부분 과거나 미래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은 불안해합니다.

 

제가 상담 첫 시간에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지 나간 시간은 아무리 되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흘러간 강물처럼 놓아주시라고요. 하지 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음주 때문에 자신과 사 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망가뜨린 것은 꼭 기억하셔 야 한다고요.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나와 사랑하는 사람 들에게 좋은 것만 선택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오늘이 어 제가 된 미래에는 좋은 것들로 삶이 채워져 있을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지요. 그러기 위해 서는 맨 먼저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 씀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며 친절하 게 대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시라고 합니 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무조건 사랑하시니 지금의 자신을 그냥 받아들여도 된다고요. 자신을 수용하 고 자기 돌봄을 매일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마음에 근력 이 생기고 강해져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온전한 회복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중독의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은 너무나 잘 알 고 계십니다. 그래서 AA(자조모임) 12단계 중 3단계는 “우 리는 자신의 의지와 삶을 하느님의 돌보심에 맡겨 드리기 로 결심했다.”는 고백을 권고합니다. 이에 따라 술에 빼앗 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면,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시고 더 사랑하시는 주님께 온전히 맡겨 드 리라고 말씀드립니다. 중독의 병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 을 만나면서 저는 하느님께서 누구보다 아파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가장 약한 자 안에 생생히 살아계신 그분을 카 프에서 깊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저는 중 독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주님처럼 섬기고자 합니다. 그리 고 그분들의 온전한 회복과 평온함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