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148

사노라면

사노라면 김철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생애를 사노라면 웃을 날도 있고 울 날도 있다. 물론 태어날 때는 누구나 울면서 태어난다고 하더라만. 십여 년 전 선종하시고 지금은 그 인자하신 모습을 뵐 수는 없지만, 가톨릭 부산교구에 소속돼 계셨던 노 사제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사제는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 사제는 공식 자석이든 비공식 자석이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여니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죄다 울면서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어머니께 전해 듣기로는 배에서 나올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났다고 말이다. 그 사제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늘 웃으며 말씀하셨다. 당신은 아무리 슬픈 일을 맞이해도 울기는커녕 슬픈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 노 사제는 평생을 시야로 볼 수 없는 외길 사제의..

松竹♡수필 2020.09.09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3부 하룻밤 풋사랑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3부 하룻밤 풋사랑 김철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살았건 못 살았건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살다가 평생을 몸담아 생활해온 세상과의 작별 시 고향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고 한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건 오감을 지닌 인간들뿐만 아니라 미물에 속하는 짐승들의 세계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생애 마지막까지 해풍에 밀려다니는 물과 동고동락하던 연어도 죽을 때가 점차 가까워지면 자신이 태어난 연안을 찾는다고 하며, 여우 역시 뭇짐승과 적자생존(適者生存) 따라 힘겨루기 하던 세상과 이별할 때면 자신이 태어났던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십 평생 인생살이에 있어 가장 아름답게 살았다고 느껴지는 건 연산2동 철도관사에서 천둥벌거숭이..

松竹♡수필 2020.08.18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2부 거기 누구 없소?

연작 수필 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2부 거기 누구 없소? 김철이 세상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갖가지 추억을 체험한다. 누구는 어린 시절부터 윤택한 가정 형편 덕분에 마냥 유년 시절의 추억을 자랑거리로 삼지만, 누구는 어려웠던 가사 탓에 성장 후 유년 시절이 치가 떨릴 정도로 싫고 어쩌다 간혹 되새김질하기조차 싫어서 옛 추억이란 단어조차 떠올리기를 몸서리를 치며 본인이 지닌 재력과 권력을 한배를 빌려 태어났던 형제들에게마저 공유하지 않고 외면하는 이도 주변에서 종종 접하곤 한다. 누구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며 성장 과정에 갖은 고생을 다 하는 노력 끝에 고진감래라는 교훈을 뛰어넘을 정도의 권력과 재력을 누리게 된 성공사례자 중에는 너무나 힘들었던 성장 과..

松竹♡수필 2020.07.16

연작수필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1부 영혼속의 내 고향은?

연작수필3부작 고향의 그림자_제1부 영혼속의 내 고향은? 김철이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한편에는 고향에 대한 아련함이 묻어있다. 얼음이 풀리기 시작한 들녘에서 진달래 꽃잎 입에 물고 봄을 희롱하며 살을 에는 겨울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했던 모습. 성급한 마음에 입었던 옷 죄다 훌렁훌렁 벗어 던진 채 아직은 차게 느껴지는 냇물로 뛰어들어 손가락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민물고기 한 마리 잡아보려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물장구치던 모습, 저만치 물러나 앉은 매미울음 사이로 오곡백과 무르익는 냄새가 절로 묻어나고 하늘과 땅 사이 허공을 타고 붉은 노을빛 자태를 뽐내던 고추잠자리를 쫓아 이리저리 잠자리채 휘두르던 모습, 언 손 호호 불며 서툰 손 제주로 만들어진 썰매에 올라 형이나 누나의 힘으로 눈 언덕을 달리며..

松竹♡수필 2020.06.10

독공(獨功)

독공(獨功) 김철이 보내는 사람을 변경하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보내는 사람 변경하러 가기 닫기 독공(獨功)이란 판소리 가객(歌客)들이 득음(得音), 즉 소리의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토굴 또는 폭포 앞에서 하는 발성 훈련. 독공창(獨功唱)은 폭포 소리를 이겨내게 하거나 외부소리와 섞이지 않는 토굴 속에서 반사음으로써 창법을 교정하는 판소리 특유의 발성 수련이다. 그러나 이 독공이란 단어가 판소리를 전공하는 소리꾼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고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독공이란 단어는 세상천지 머리를 하늘로 두고 두 발을 땅을 디디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분명히 해당되며 관련이 있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면 세상 사람은 누구나 이 독공이란 ..

松竹♡수필 2020.05.11

생활 태도가 인생이 되듯

생활 태도가 인생이 되듯 김철이 대한민국 국민성을 오합지졸로, 대한민국 삼천리 금수강산을 오합지졸의 춤판으로 이뤄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던 공로자를 만천하에 알리고자 이 장을 연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 19 폐렴 탓에, 국내외가 마치 오뉴월 통시를 쑤셔놓은 듯하다. 발병 진원지(發病震源地)가 중국 우한으로 알려진 코로나 19 폐렴은 전염성이 강해 수많은 희생자를 유발 시키며 지난 겨울을 통째 지배했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능력이 이다지도 나약하고 빈약할 수 없다는 자책이 수시로 들었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몸이 성치 못하니 이럴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나 하나 전염병에 간염 되지 않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라 여기며, 지난 몇 달 동안 두문불출하며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松竹♡수필 2020.04.18

청춘의 돌담길 따라 시간도 한 걸음 느리게 걷더라./1편 노래와 더불어 살아온 인생

청춘의 돌담길 따라 시간도 한 걸음 느리게 걷더라. -1편 노래와 더불어 살아온 인생- 김철이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이란 얼마나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란 말인지. 세상 누구에게나 자신이 살아내야 할 몫의 길고 짧은 인생이 있는 법인데 각자 어떤 색깔의 인생을 살며 그다지 곱지 못한 희로애락 속에 울고 웃는 것인지 저녁 밥상을 물리고 칠공팔공 추억의 노래들을 들으며 잠시 하루의 찌든 피로를 씻고 있노라니 문득 과연 나의 인생은 어떤 색깔로 살았고 그 색깔에 덤으로 묻어나는 어떤 향기를 뿜어내며 살아왔을까? 하는 자문이 생긴다. 밤의 유혹이 유리창에 저만치 비쳐 허황한 가슴에 머물고 아파트 빌딩 숲 사이로 희미하게 넘겨지는 옛 추억의 일기장 속에 일상생활 그 자..

松竹♡수필 2020.03.09

늘 한결같이 반가운 사람

늘 한결같이 반가운 사람 김철이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재산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라 하였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인연의 끈은 인력으로는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중요시했고 사내가 입신양명 출세를 하려면 인생길에 덕을 줄 사람을 곁에 많이 두라고 하였다. 그랬듯이 나에게도 가뭄에 단비같이 아주 반가운 사람이 있다. 곁에 없어도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숱한 세월 무심히 스쳐 가는 몇 오라기 바람결에도 이렇다 할 아무런 소식도 안부도 전하지 않다가 어느날 겸연쩍은 웃음을 소리 없이 웃으며 불쑥 나타나는 사람. 오랜만에 만났으면 지나가는 말이라도 적지 않은 세월 어찌 살았는지 떨어져 사는 동안 무사 무탈했었는지 이런 방귀 한마디 말도 건네지..

松竹♡수필 2020.02.07

그이

그이 김철이 그이는 언제나 웃고 있어도 표정 한켠이 늘 외로워 보였다. 그이는 애써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이는 늘 겸손하고 조용했었다. 그이는 말 수는 적었으나 내실이 알차 보였다. 그이의 곁엔 누구라도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그이의 곁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이의 표정은 늘 쓸쓸했으나 가슴속엔 따뜻한 정이 흘러넘쳤다. 그이를 처음 만난 것은 내 나이 여섯 살 때였다. 어린아이 시각으로 보아도 그이의 영혼은 욕심이 없었고 밝은 햇살처럼 화사해 보였다. 그이의 입가에는 사시사철 홍시 익는 냄새가 떠나질 않았다. 그이의 가장 친숙한 벗은 곡차라 하였다. 그이가 술을 마시게 된 근본적 이유는 나라의 분단이었다. 그이를 처음 만났던 곳도 술이 관련된 곳이었는데 그곳은 가정집에서 ..

松竹♡수필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