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929

그대가 꽃이라서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그대가 꽃이라서 松竹 김철이 반평생 홀로 터덜터덜 걷던 인생길 우연인지 필연인지 꽃 한 송이 만났네 향기로운 장미도 우아한 목련은 아니었지만 숨어 피는 야생화 값없는 향을 품었었지 황폐한 나의 삶 터전 삼아 나팔꽃 희망을 감아올렸고 달맞이꽃 미래의 종을 받쳐 울렸지 가슴앓이 드높아도 애써 낮추며 하나 남은 소망 들어주시길 청컨대 괴로워도 제비꽃처럼 멍들지 말고 아파도 봉선화처럼 피 흘리지 마시길 밑거름 한 줌 뿌려줄 순 없지만 사시사철 참사랑 웃거름 주리니 영영 시들지 말고 사계절 만개하소서

작품 발표작 2023.10.22

소나기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소나기 松竹 김철이 드높은 하늘에 생떼를 쓰듯 더럭더럭 소리 질러 운다, 금세 그칠 울음이면서 노령견 곤한 낮잠을 깬다 황천 갈 날 멀었다고 하늘땅 번갈아 나무라듯 게도 아니면서 게거품 주둥이 빼물고 위아래 버럭버럭 핀 꽃은 마구 때려 떨구고 땅속에 숨은 새싹 살살 달래 돋우니 그 심사 변덕이 죽 끓듯 하누나 존재 이유야 어디 있든 새 생명이 살고 마른 땅 생기를 찾으니 아래로만 내리는 그 은덕 그 사랑이 드높더라

작품 발표작 2023.10.15

가을걷이 | 시인뉴스 포엠

가을걷이 松竹 김철이 소달구지 덜컹덜컹 황소걸음 비틀비틀 다랑논 가는 걸음 못내 불안한데 뱃구레만은 저절로 찬다. 허기진 참새떼 호시탐탐 잘 여문 벼알만 노리는데 허수아비 버럭 대고 배부른 알곡들 논이랑에 늘어지게 쉬더라 농심의 낫질은 조급한데 밀낫의 행동거지 무디기만 하고 높다란 하늘 본체만체 산이랑 투구꽃 푸르르 간다. 귀갓길 소걸음 천근만근인데 달구지 드러누운 볏단은 희희낙락 속 모르는 풀잠자리 갈바람 동무 삼아 풍년가를 흥얼흥얼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984

작품 발표작 2023.10.12

담쟁이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담쟁이 松竹 김철이 동그랗게 말아 올린 꿈 푸르른 마음속으로 접을래 빨간 흙담 속으로 거듭거듭 되감아 넣을래 다져 쟁인 꿈들이 산지사방 흩어져 내려도 팔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있기에 말고 또 쟁이면 되니까 넝쿨손 부르트고 잎사귀 메말라도 내일을 부여받지 못한 현실 속에 오늘을 말아 올리라 화초라 불러도 잡초라 불러도 중추월(仲秋月) 따뜻함이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꿋꿋이 나가리

작품 발표작 2023.10.08

한로(寒露) | 시인뉴스 포엠

한로(寒露) 松竹 김철이 칠 년을 묵혀 토해내는 매미의 통곡은 늦여름 밤을 여태 들썩이는데 눈물은 풀잎이 흘린다. 밤사이 뭔 일? 열대야 길 잃고 헤매더니 그새 이별인가, 잎새마다 밤이슬 촉촉하다. 징검돌 외발 딛고 선 백로 한 마리 무심히 흘러갈 물돌이 내려다보며 물방개 걱정 태산이다. 댓돌 밑 귀뚜라미 호시탐탐 이날 오기만 기다렸건만 찬 이슬 절절하니 목쉰 울음 쓸쓸하다.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984 ≪시인뉴스 포엠≫ 한로(寒露) 外 1편/ 김철이 한로寒露 칠 년을 묵혀토해내는 매미의 통곡은늦여름 밤을 여태 들썩이는데눈물은 풀잎이 흘린다. 밤사이 뭔 일?열대야 길 잃고 헤매더니그새 이별 www.poetnews.kr

작품 발표작 2023.10.06

하루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하루 松竹 김철이 오늘이란 이름표 달고 내일이란 삶의 둥지 속으로 소리 소문도 없이 데려다 놓는 생의 동반자 눈에도 차지 않고 품에도 들지 않는 임이라 부르리까 생의 살점을 뜯어 갈 철천지원수라 부르리까 시간의 공간을 빌려 창살 없는 감옥 속에 인생을 가둬놓고 세월의 채찍질로 저승 몰이 여념 없네 뉘라서 막을 손가 하루의 권세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짜진 틀 안에 죽어간 순교자 될 테지

작품 발표작 2023.10.01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2부 여름밤아, 함께 다방구 하자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2부 여름밤아, 함께 다방구 하자 김철이 인생은 추억 쌓기란 말도 있듯이 한번 왔다 한번 가는 인생길에 되새김질할 몇 소절 추억거리가 없다면 먼 훗날 돌아가야 할 길, 노잣돈은 그 누가 챙겨주리. 나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5060 시대 연산2동 철도관사 코흘리개 악동들은 이러한 인생살이 진리를 어린 나이에 미리 체험하고 깨달았던 것 같다. 먹거리 부족하고 놀잇감 부족했던 그 시절 내 동무 악동들은 요즈음 아이들처럼 “무엇하며 노냐?”며 엄마 아빠 치맛자락 붙잡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칭얼거리지 않았으며 “무엇으로 뭐 하며 놀까?” 고민하지 않았다. 길어야 서른 치 반 넘으면 서른 근 반밖에 안 되는 저들 몸이 놀잇감이었고 저들이 몸 붙여 노는 곳..

작품 발표작 2023.09.26

인생 노래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인생 노래 松竹 김철이 세상 그 누가 지었나, 심오하고 미묘한 그 노래 가락마다 기쁨이요 소절마다 아픔이니 추리소설 같고 모노드라마 같다더라 한 박자에 웃고 두 리듬에 우니 관객 없는 무명의 무대 위 단역의 풍자극 같구나 때론 엇박자에 슬퍼하고 때론 같음표에 박장대소 거두절미 어차피 한번 부를 노래라면 비곡(悲曲) 말고 희곡(喜曲)만 쟁여 불렀으면

작품 발표작 2023.09.24

기일(忌日)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기일(忌日) 松竹 김철이 어느 지난날의 오늘 간혹 날 낳아주신 부모님 피눈물 절규로 떠나보내야 했던 절망을 겪어야 했다 간혹 몇십 년 동고동락하던 피붙이 작별도 하지 못한 채 속울음 꺼이꺼이 토해야 했다 태산준령 갖은 고뇌로 넘어도 얻을 수 없고 갖은 상념으로 강과 바다를 메운다 한들 이을 수 없는 혈연 세상 그 무엇으로 이을지

작품 발표작 2023.09.17

추석 | 시인뉴스 포엠

추석 松竹 김철이 팔월 열나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덜 여문 대보름달은 가정마다 기웃기웃 엿보더라 재촉하는 이 하나 없어도 송편 빚는 아낙들 등골엔 덜 가신 더위 탓에 구슬땀이 미끄럼을 타더군 오곡백과 차례상에 정결한데 제기 위에 나체로 누운 송편은 조상 손길에 앞서 철부지 손길 막무가내 유혹해 댔지! 여자애들 공깃돌이 폴짝폴짝 남자애들 씨름판이 들썩들썩 총각들 승경도놀이 해가 저물고 처녀들 강강술래로 중추절 밤은 저문다. 시인뉴스 포엠 (클릭): http://www.poetnews.kr/14851 ≪시인뉴스 포엠≫ 벌초 外 1편/ 김철이 벌초 이 빠지고날 무딘 밀 낫 하나 손에 든 채부모님 연년이 누워 계신종중산을 종종걸음 오른다. 자주 찾지 못해송구한 심정 감출 길 없는데소나무 www.poetnews.kr

작품 발표작 2023.09.14

우정이란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우정이란 松竹 김철이 구름은 뭉게뭉게 신선인 양 시선은 멀리 두고 산봉우리 걸터앉아 잡나무 잡새 산 벌레 산짐승들 차별 없이 비바람 맞을세라 비바람 걸음 앞서 일러주고 먼 봉우리 흘러갔다 되돌아 흘러온다. 샘물은 송골송골 잔돌 큰 돌 가리지 않고 돌 틈에서 어깨를 걸고 걸어 솟고 솟아 짱돌 수수돌 자갈돌 석돌 구별 없이 씻어주며 헌신으로 흐르다가 돌 틈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다시금 헌신으로 솟아나 희생으로 흘러간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뭇 인생 끝을 향해 줄달음치지만 우정이란 두 글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가슴팍 차별 없고 구별 없이 영생을 누림이니라

작품 발표작 2023.09.10

벌초 | 시인뉴스 포엠

벌초 松竹 김철이 이 빠지고 날 무딘 밀 낫 하나 손에 든 채 부모님 연년이 누워 계신 종중산을 종종걸음 오른다. 자주 찾지 못해 송구한 심정 감출 길 없는데 소나무 가지 걸터앉은 산까치 부부 나무라듯 짖더군 그 사이 훌쩍 웃자란 머리털 손톱 발톱 말끔히 깎아드리려니 눈물이 봉분을 덮더라 부모님 영전 술 한 잔 쳐서 올리고 절 한 자락 넙죽 올리니 이별주에 취한 듯 서산 노을이 금세 불콰하다.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851 ≪시인뉴스 포엠≫ 벌초 外 1편/ 김철이 벌초 이 빠지고날 무딘 밀 낫 하나 손에 든 채부모님 연년이 누워 계신종중산을 종종걸음 오른다. 자주 찾지 못해송구한 심정 감출 길 없는데소나무 www.poetnews.kr

작품 발표작 2023.09.07

물 2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물 2 松竹 김철이 누가 뭐래도 무색이요 누가 우겨도 무향인데 원대한 꿈을 품고 겸손한 걸음 아래로만 걷는다. 길이 없어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겸허한 행적 낮추어 흐르더라 가슴 타는 논밭도 가로질러 축이고 목 타는 초목들도 뿌리 속까지 촉촉이 적시네 때론 분노한 부정이 되고 때론 울분한 모정이 돼도 뭇 생명 품어 흐를 내리사랑 영원하리

작품 발표작 2023.09.03

물 1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물 1 松竹 김철이 물은 언제든 다툼의 씨앗을 빚지 않고 세상 누구와도 다툼이 없으라. 두서넛 달 혹한에 발이 묶여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의 걸음 춘삼월 부초를 엎는다. 드높은 하늘 무작정 등 떠밀어도 제 어미 제 새끼 사랑으로 품듯 물속 생명체 품어 흐른다. 부평초 신세 한순간 위로받지 못해도 마냥 흐르는 절개, 꺾지 않고 만삭의 계절 업어 도도히 거닌다. 동장군 칼바람 흘러야만 할 물길 통째 가로막아도 굴하지 않고 쉬었다 가고 돌아서 간다.

작품 발표작 2023.08.27

산에, 산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산에, 산에 松竹 김철이 그대 품에 안기어 도란도란 세파에 병든 마음을 풀어놓고 해 질 녘 그대 홀로 남긴 채 돌아갑니다 금낭화꽃 늘어서서 배웅하고 몇 걸음 앞서 골골대던 물소리 어둑어둑 초저녁 계곡 길 열며 인생들 삶터로 되돌아갑니다 세상살이 살아가며 인생살이 늙어가며 버거운 삶 지칠 때면 먼발치 멍하니 그대를 바라다보고 정녕 그리울 때면 그댈 찾아 잠시 안식을 누리지요 그렇게 저렇게 살다가 그대를 영영 마주할 수 없는 날 그대 등성이 편히 누워 그대 닮은 그대로 되살 수 있을지

작품 발표작 202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