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931

물 1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물 1 松竹 김철이 물은 언제든 다툼의 씨앗을 빚지 않고 세상 누구와도 다툼이 없으라. 두서넛 달 혹한에 발이 묶여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의 걸음 춘삼월 부초를 엎는다. 드높은 하늘 무작정 등 떠밀어도 제 어미 제 새끼 사랑으로 품듯 물속 생명체 품어 흐른다. 부평초 신세 한순간 위로받지 못해도 마냥 흐르는 절개, 꺾지 않고 만삭의 계절 업어 도도히 거닌다. 동장군 칼바람 흘러야만 할 물길 통째 가로막아도 굴하지 않고 쉬었다 가고 돌아서 간다.

작품 발표작 2023.08.27

산에, 산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산에, 산에 松竹 김철이 그대 품에 안기어 도란도란 세파에 병든 마음을 풀어놓고 해 질 녘 그대 홀로 남긴 채 돌아갑니다 금낭화꽃 늘어서서 배웅하고 몇 걸음 앞서 골골대던 물소리 어둑어둑 초저녁 계곡 길 열며 인생들 삶터로 되돌아갑니다 세상살이 살아가며 인생살이 늙어가며 버거운 삶 지칠 때면 먼발치 멍하니 그대를 바라다보고 정녕 그리울 때면 그댈 찾아 잠시 안식을 누리지요 그렇게 저렇게 살다가 그대를 영영 마주할 수 없는 날 그대 등성이 편히 누워 그대 닮은 그대로 되살 수 있을지

작품 발표작 2023.08.20

시묘살이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시묘살이 松竹 김철이 부모님 이별한 지 이십여 년 모습과 표정은 봄날 아지랑인데 이름은 영혼 속 껌딱지 지워질 줄 모르더라 이승과 저승의 거리 몇 리나 되길래 내 아비 내 어미는 밤이면 밤마다 밤마실 오가실까. 허리도 굽지 않았고 머리엔 서리도 내리지 않았네 반백이 넘은 날 보고 아들자식이라 부르니 내 아비 내 어미 계부 계모인 줄 알겠네 그래도 좋소이다, 살아생전 효도 못 한 아들자식 저승 가는 그날까지 영혼 속에 초막 짓고 시묘살이할 터이니 밤길 조심 하사 찾아오소서

작품 발표작 2023.08.13

소나기 | 시인뉴스 포엠

소나기 松竹 김철이 위세도 당당해라 천둥 번개 등에 업고 한바탕 고래고래 쓸고 간 언저리가 은혜롭다. 갖은 잡새 울음에 찌든, 초목들 잔가지 하나 차별 없이 파릇파릇 깔끔히도 샤워시키더라 뾰로통한 하늘은 둥개둥개 드높이 밀어 올리고 무지개 오작교 곱게 놓더군 먼 산 먼 계곡 큰소리로 불러다 떠듬떠듬 시상 떠올리던 내 코앞에 단숨에 옮겨다 놓았지!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720 ≪시인뉴스 포엠≫ 복날 外 1편/ 김철이 복날 열대야 찜통더위 상대 삼아밤새 내내 엎치락뒤치락승부 없는 씨름을 하고게슴츠레 앉은 밥상머리속살 훤히 드러낸 육계 유혹을 하네 잘 익었나 www.poetnews.kr

작품 발표작 2023.08.10

꽃불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꽃불 松竹 김철이 “불이야!” “어디?” “어디?” 뭇시선이 머문 곳 산등성이 불은 산을 통째 삼키려는데 남녀노소 입질에 오르내리는 건 외마디 환성뿐 누구 하나 불 끌 생각이 없다. 화마는 절정에 이르러 산자락을 타고 오르더니 산골짝 계곡마다 퍼질러 앉아 메아리 인파를 부른다. 꾀꼬리 울고 잔대꽃 푸르게 필 무렵 진달래 꽃불은 생을 다한 깜부기불로 남겠지

작품 발표작 2023.08.06

복날 | 시인뉴스 포엠

복날 松竹 김철이 열대야 찜통더위 상대 삼아 밤새 내내 엎치락뒤치락 승부 없는 씨름을 하고 게슴츠레 앉은 밥상머리 속살 훤히 드러낸 육계 유혹을 하네 잘 익었나, 설익었나 두들기는 손놀림이 무색하게 보름달만 한 수박 한 통이 거실 바닥 홀딱 벗고 나뒹굴더군 아무리 이열치열이라지만 냉방에 배 깔고 누워도 구슬땀이 소나긴데 미꾸라지 출타한 추어탕 뚝배기 아래턱을 치받는다. 어느 지방 출신인지 몰라도 발그레 홍조 띤 복숭아 자두가 맛 자랑 한껏 부풀리더니 씨만 하나 덜렁 남기더라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720 ≪시인뉴스 포엠≫ 복날 外 1편/ 김철이 복날 열대야 찜통더위 상대 삼아밤새 내내 엎치락뒤치락승부 없는 씨름을 하고게슴츠레 앉은 밥상머리속살 훤히 드러낸 육계..

작품 발표작 2023.08.03

인생은 하루살이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인생은 하루살이 松竹 김철이 뉘라서 모를쏘냐 금은보화 곡간에 쌓는 기쁨 인생사 소풍 걸음 맨발 벗고 맨몸으로 홀로 왔던 외길이니 나누고 정 베풀어 돌아 돌아 길에 꽃길 삼아 걸어가소 인생 백 년을 산다 해도 아픈 날과 슬픈 날을 뺄셈으로 빼고 나면 성한 날도 기쁜 날도 한순간 물거품인데 하루인들 헛살리까 소풍 온 기념으로 마음 문 자물쇠 끌러 놓고 슬픈 이도 아픈 이도 축복으로 맞이하세 앞앞이 복되어 소나기로 내릴 인생살이 길목에서

작품 발표작 2023.07.30

춘계전쟁(春季戰爭)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춘계전쟁(春季戰爭) 松竹 김철이 벙커 속 초록 신병들이 적군도 없는 전투의 파병을 위해 하나둘 머리를 내밀어 새파란 눈으로 적진을 응시한다. 폭음 없는 폭파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뒤엎고 시절의 패잔병 꽃샘추위 엳아홉 달 작전상 후퇴를 한다. 지하 참호 속에 은폐 중이던 동면 동물들 일제히 승전보를 전하고 얼음 되어 억류당하던 물은 자유 찾아 드넓은 물의 세계로 간다. 또 다른 전선의 승전을 위해 민들레 홀씨 특전병 되어 꽃바람 군 수송기 삼아 돌아오지 못할 정찰을 떠난다.

작품 발표작 2023.07.23

장맛비 | 시인뉴스 포엠

장맛비 松竹 김철이 신께서도 내 어머니 칠순 넘기셨을 적처럼 건망증이 무척이나 심하신 듯싶다 갖은 오물 묵은 때로 온통 더럽혀진 지구촌 곳곳을 물청소하실 적에 짬짬이 수도꼭지 매매 잠그는걸 깜빡 잊으신 모양일세 콸콸 콸콸 과수원 물이 차니 참외 신이 난 듯 우쭐우쭐 수박덩이 비치볼인 된 양 둥실둥실 두둥실 정처 없이 떠다닌다. 닭장 속 수탉 암탉도 품은 알 버려두고 지붕 꼭대기 위에 벌벌 떤다. 도랑물은 드넓은 강물로 넘쳐흐르는데 여태도 콸콸 콸콸 신이시여! 물청소하실 거라면 모쪼록 하늘나라 수도꼭지 매매 잠가주시구려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603 ≪시인뉴스 포엠≫ 장맛비 外 1편/ 김철이 장맛비 신께서도내 어머니 칠순 넘기셨을 적처럼건망증이 무척이나 심하신 ..

작품 발표작 2023.07.13

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말 松竹 김철이 발도 없는 언어 몇 마디 천 리를 간다고 했지만 그 누가 허락했다고 남의 가슴에 왕소금을 뿌렸더냐 쓰레기이야 쏟으면 쓸어 담을 수도 있다지만 말 한마디 잘못 내뱉으면 다시는 쓸어 담지 못하거늘 입방정 그만 떨고 선산 묫자리나 찾기를 네 마음 아프면 내 마음 성하다더냐 말로 입힌 상처, 말로 씻으려 말고 네 살아있는 생명의 양심으로 기워 갚으렴 먼 훗날 네 죽어 저승 갈 적 세 치 혀로 내뱉은 몇 마디 네 말 올가미로 네 영혼마저 살릴 수 없으리

작품 발표작 2023.07.09

삼복더위 | 시인뉴스 포엠

삼복더위 松竹 김철이 하늘 아래 한복판 마그마 이글이글 콘크리트 거리마다 엿 가마 불 지펴 옥수수엿을 굽고 빌딩 숲 손풀무질하니 도심지가 온통 찜질방이다. 칠 년을 참다 참다 곡하던 매미도 가쁜 숨을 고르고 네 날개잠자리도 고공비행을 멈춘 지 오래일세 가로수는 취객처럼 마냥 비틀거리고 비루먹은 길고양이 박제된 심장마저 쉼 없이 헐떡거린다. 햇살은 기총소사 총알처럼 위에서 아래로 퍼붓는데 짬짬이 불던 잔바람도 줄행랑치고 등골엔 개울물이 흐르고 이마엔 구슬땀이 절로 맺힌다. 자동차도 발바닥이 뜨거워 징징대며 종종걸음 에어컨 노예가 된 사람들 물끄러미 창밖 눈치만 두루 살핀다. 시인뉴스 포엠 (클릭):http://www.poetnews.kr/14603 ≪시인뉴스 포엠≫ 장맛비 外 1편/ 김철이 장맛비 신께서도..

작품 발표작 2023.07.06

천태만상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천태만상 松竹 김철이 세상사 드넓다 해도 꼴사나운 행세 천지에 널린 채 꼴값을 떨어대니 눈꼬리가 절로 오르락내리락 차라리 삭발하고 폭포 물에 득음이나 하련다 살다 살다 외로울 땐 산새 들새 벗하며 세상을 논하고 맹자를 논하더라도 검은 걸 희다곤 않으리 안주 없어 술 못 마시랴, 술이 뭐 별거더냐? 물이 술이 되고 술이 물이 되는 더러운 인생사 술 걸러 물로 마시겠네 너른 세상사 하루살이 생을 살다 날개를 접더라도 나날이 천태만상 속에 값없이 떠오를 둥근 태양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 보련다

작품 발표작 2023.07.02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_제1부 그 시절 악동들 지금은 어디에

4부작 연작 수필 | 사계절 추억의 놀이 문화를 찾아서 제1부 그 시절 악동들 지금은 어디에 김철이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추억이 가장 많은 시절이 유년 시절이라고들 하는데 어린 시절 가정사에 따라서 유년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도 있고 반대로 가난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로 인해 떠올리기조차 싫은 시절이 유년 시절이라 마음 아파하는 이도 있지만, 추억의 저장고라 일컫는 유년 시절을 재조명하려 한순간 추억여행을 떠나려 한다. 먹거리 대풍시대(大豊時代)와 놀잇감 홍수시대(洪水時代)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성장시켜 주었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놀이를 잠시 잊은 듯싶다. 무심히 흘려보냈던 세월에 면구함을 전하며 선로 따라 멀어진 추억의 놀잇감을 불러 본다. 기차놀이는 신기한 것을 따라..

작품 발표작 2023.06.27

오월의 모란꽃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오월의 모란꽃 松竹 김철이 모란꽃 부귀의 꽃망울 그 꽃망울에 빠진 태양신은 쉴 새 없이 햇살을 부어 쟁인다. 하루 이틀 사흘 태양신 유혹 견디다 못해 모란꽃 꽃신을 곱쳐 신는다. 모란꽃 꽃잎 속에서 사르르 사르르 부어내린 화주 몇 잔으로 이듬해 오월 아슴푸레 향기라도 싫지 않다면 거듭 시절의 여왕 희롱하련다.

작품 발표작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