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행복의 의미_(수필)한비문학

松竹/김철이 2025. 3. 20. 08:09

행복의 의미

 

                                                                  김철이

 

 

세상사 인간들의 행복은 시야에 드는 것보다는 들지 않은 것이 더욱 값지고 귀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라야 좌우 시야각이 180~210, 상하 시야각이 120도 안팎이라 극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지만, 시야로 확인할 수 없는 범위는 전체적이고 무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무게도 크기도 무한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범위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아울러 사람들은 입만 사랑이고 시를 쓰는 시인 중에도 시의 문맥을 사랑 타령으로 도배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은 헛사랑이 아니라 참사랑일 텐데 그들에게 시야로 확인할 수 있는 참사랑의 크기와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 행복이란 범위와 단위로 계산할 수 없음이다. 행복이란 사람마다 각자가 느끼는 범위와 단위에 차이가 있다. 한 갑부의 사례인데 그 갑부의 재산은 자신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의 가슴은 늘 허전하고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

 

어느 날 수행인 없이 홀로 허전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긴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는 지점으로 가까워질수록 누구의 웃음인지 모를 웃음소리가 다리 밑에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순간 어느 한 곳에 눈길이 요지부동으로 멎었다. 다리 난간을 잡고 아래로 내려다본 광경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동차와 인파가 무수히 오가는 다리를 지붕 삼고 허름한 가마니 조각으로 회오리바람만 간신히 막을 정도로 가려놓고 서너 명 되는 자식을 무릎에 앉힌 중년의 걸인 부부가 박장대소를 하며 마냥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세상 누구 앞에 내놓아도 부럽지 않을 만큼의 재력을 지닌 자신도 육십 평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행복해하며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참 웃음을 웃어본 적이 열 손가락 안팎인데 저들은 무엇이 저토록 행복해하게 했기에 저렇게나 박장대소하게 했을까! 그 후 갑부는 반평생 모르고 살았던 나눔의 섭리를 걸인 가족을 통해 배우고 그 나눔의 경로를 통해 세상을 참 행복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는 민들레 홀씨로 살았다.

 

어느 가난한 남편이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일만 원을 아내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놓아주었다. 이거 얼마 되진 않지만, 요즘 당신이 많이 지쳐 보이니 혼자 나가 고기라도 좀 먹고 오라고 말했다. 아내는 감격해하며 일만 원을 받아 들고,

여보! 난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라고 답했다. 며칠 뒤 아내는 소일거리로 노인정에 다니는 홀시아버지께 남편에게 받았던 일만 원을 드리며 말했다.

아버님! 용돈 한번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시아버지는 그날 노인정에서 며느리 자랑에 하루 해가 저물었다. 그리고 그 돈은 쓰지 않고,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두었다.

 

명절날 손녀의 세배를 받고서 기분이 좋았던 할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받아 숨겨둔 그 일 만원을 유치원생인 손녀의 세뱃돈으로 주었다. 세뱃돈을 받아 든 손녀는 주방일 하는 엄마에게로 쪼르르 달려가 일만 원을 내밀며 말했다.

엄마! 이 돈으로 나 책가방 사줘, ?”

순간 엄마는 요즘 들어 무척 힘들어하는 남편이 떠올랐다. 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의 호주머니에 쪽지와 함께 일만 원을 넣어두었다.

 

여보! 내일 출근해 맛난 것 사드세요

이렇듯 만 원짜리 한 장의 행복이 가족들을 거치면서 행복의 바구니는 그득히 채워진다. 행복의 바구니는 세상 물질로는 절대 채워지질 않는다. 만 원짜리 한 장의 행복처럼 가족사 격려와 위로가 가족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쉰다면 그 가정의 행복 바구니는 늘 풍성하게 차고 넘칠 것이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중병에 걸려 앓아누워있었다. 아무리 유명한 병원을 찾아 치료해도 차도가 없었다. 세상 뭇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재력을 지녔다 한들 자신이 앓는 병도 치료해 내지 못하니 회장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인간이라고 자책하던 어느 날 병원 복도를 지나가던 한 남루한 행색의 사내가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면 병도 나을 것이고 행복해질 거라는 말을 남겼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속언에 걸맞게 회장은 수행 비서들을 시켜 돈은 얼마가 들어가도 좋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참 행복으로 사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아무리 돌아다녀도 참 행복을 누리는 사람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회장의 외아들도 행복한 이를 찾아 수행 비서들과 함께 강원도 철원 지역을 다녔는데 어느 날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자동차에 올라 막 시동을 걸 참인데 길가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행복에 찬 기도 소리가 밖으로 새 나왔다.

하느님 아버지!, 오늘 하루도 저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지낼 수 있게 해 주신 드높은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회장의 외아들은 무척 기뻐하며 비서를 시켜 거금을 대가로 주고 그 행복해하는 사람의 속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비서가 되돌아와서 하는 말로는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하도 가난해서 속옷조차 입고 있지 않았더라는 것이다.

 

불행이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지녔거나 지니려고 마음먹는 시점부터 비롯되므로 새로이 맞이한 2025년 을사년 올해는 특별히 푸른 뱀띠해이니만큼 푸른 희망을 가슴에 품은 체 세상 공동운명체 안에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가 빈손 빈 마음일 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속에 참 행복이 머문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