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 접동새 松竹 김철이 달 밝은 야밤중에 웬 사연 그리 많아 밤바람 실려 우는 구슬픈 그 울음은 나마저 단잠 못 들고 꼬박, 새게 하네요. 밤새워 우는 소리 귓전에 맴돌다가 동산에 해 뜰 적에 꼬리만 남겨놓고 지는 달 틈새 돌아서 작별 인사, 하네요. 松竹동시조 2023.10.24
까치 까치 松竹 김철이 마당 앞 팽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 아침에 나만 보면 제 이름을 불러주니 자기가 까치란 것을 알려주려 하나 봐 흰 양복 까만 조끼 꽃단장한 차림으로 꼬랑지 흔들면서 제 이름을 말해주니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줄 아나 봐 松竹동시조 2023.09.19
개미와 새우 개미와 새우 松竹 김철이 하늘은 무한하게 높고도 멀다지만 개미는 그 창공이 낮게만 여기나 봐 지하로 숨어 들어가 온몸 낮춰 살지요. 바다는 무궁하게 깊고도 넓다는데 새우는 그 해양을 좁게만 여기나 봐 공손히 굽은 허리 늘 꾸부린 채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3.08.22
개미(2) 개미(2) 松竹 김철이 덥지도 않은가 봐 온 여름 들락날락 땅 둥지 드나들며 구슬땀 흘리더니 풍년가 콧노래 삼아 가을 소풍 가더라 춥지도 않은가 봐 시린 손 호호 불며 겨우내 부지런히 먹이만 모으더니 개나리 피어날 적에 새봄 놀이 가더라 松竹동시조 2023.07.18
갈매기 갈매기 松竹 김철이 검푸른 파도 위에 하얀 날개 펼쳐놓고 등댓불 깜빡일 적 부리 쪼아 물어보니 바닷길 그 사연 저도 모른다며 도리질 바위섬 동무 삼아 고운 울음 늘어놓고 모래알 반짝일 때 소리 모아 물어봐도 바닷속 그 전설 그도 모른다며 오리발 松竹동시조 2023.06.20
파리 파리 松竹 김철이 무슨 죄, 지었을까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밥상 위 단무지를 반 조각만 맛보자네 달아날 곳을 미리 다 쟁여놓고 웃지요. 어떤 죄, 지었길래 두 발 모아 쓱싹 빌어 접시 속 생선구이 반 토막만 먹자네요 도망칠 장소 먼저 다 포개놓고 놀려요. 松竹동시조 2023.05.31
개구리 개구리 松竹 김철이 경칩일 잠꾸러기 아저씨 눈뜨시네 겨우내 잠자놓고 그래도 부족한 듯 하품만 길게 늘어져 물웅덩이 채워요. 주름진 얼룩무늬 아줌마 신나셨네 실버들 그넷줄에 매달려 노시느라 진종일 소리 높여서 개골개골 즐겨요. 松竹동시조 2023.04.04
재첩국 장수 재첩국 장수 松竹 김철이 새벽녘 댓바람이 알싸한 동내 안팎 늘어진 사투리로 외치는 목소리가 아침을 깨워놓고서 줄행랑을 쳤어요 골목 안 집집마다 눈곱도 안 뗐는데 밥상을 차지하고 수저질 앗아갔던 그 시절 그 목소리가 오늘 아침 그려요 松竹동시조 2023.03.21
두루미 두루미 松竹 김철이 외로운 두루미가 노을 속을 빠져드네 누구를 찾는 걸까, 길게 느린 그리움에 서산은 더욱 불그레 계곡 적셔 울더라 사계절 머물러서 있을 줄만 알았는데 멀어진 옛 둥지가 오실 약속 사라지고 어둠이 더욱 깊으면 어느 곳에 쉬려나 松竹동시조 2023.02.28
부엉이 부엉이 松竹 김철이 암벽 위 바위틈에 자리 잡고 사는 새는 낮에는 요지부동 집안에서 지내다가 야밤엔 신이 난 듯이 동서남북 제 세상. 소나무 가지 끝에 울음 울고 앉았는데 두더지 밤마실에 사시나무 떨 듯하니 부엉이 안경 아래로 야밤중이 밝더라 松竹동시조 2023.01.17
찹쌀떡 찹쌀떡 松竹 김철이 동짓달 칼바람이 매섭게 춤추는데 한겨울 떠나가라 외치던 그 목소리 밤이슬 맞아가면서 벌벌 떠는 찹쌀떡 떡판에 눌러앉아 기나긴 겨울밤을 즐기듯 거닐다가 언 몸을 녹이려나 부르는 노랫소리로 추위 쫓는 찹쌀떡 松竹동시조 2022.12.06
여우 여우 松竹 김철이 먼 옛적 할아버지 이야기책 등장했다 부엉이 울 적이면 어느 사이 동무 되어 야밤이 졸리는 틈에 나눈 얘기 채우죠. 먼 옛날 외할머니 설화 속에, 나타났다 사라질 무렵이면 개구쟁이 외손자는 살며시 꿈길로 들어 곤한 잠에 빠지죠. 松竹동시조 2022.11.29
잠자리 잠자리 松竹 김철이 밀밭의 밀잠자리 밀 색으로 단장하고 고추밭 고추잠자리 고추 닮아 빨갛죠 잠자리 고향 따라서 매무새가 달라요. 빈 창공 높이 날아 뭉게구름 닮으려나 빈 허공 돌고 돌아 소용돌이 닮으려나 물 송치 부푼 꿈들이 연못가에 번져요. 松竹동시조 2022.10.11
거미(2) 거미(2) 松竹 김철이 초가집 처마 끝에 그물을 펼쳐놓고 허공을 헤엄치며 쉬파리 먹이 사냥 단번에 쓸어 잡으려 목 빠지는 닷거미 호박꽃 꽃잎 사이 거미줄 걸쳐놓고 가을을 거둬들일 일개미 땅강아지 한바탕 뛰고 놀고파 배실 잦는 왕거미 松竹동시조 2022.09.28
오소리 오소리 松竹 김철이 세상이 무서워서 숨어든 한라산에 몸 숨겨 살다 보니 낮에는 잠꾸러기 밤에는 안경 쓴 샌님 부엉이로 살고요 여름엔 덤불 위에 풀 수영 즐겨하고 겨울엔 동굴 속에 겨울잠 곤히 자며 한라산 지킬 꿍꿍이 산산 봉에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