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부엉이 松竹 김철이 암벽 위 바위틈에 자리 잡고 사는 새는 낮에는 요지부동 집안에서 지내다가 야밤엔 신이 난 듯이 동서남북 제 세상. 소나무 가지 끝에 울음 울고 앉았는데 두더지 밤마실에 사시나무 떨 듯하니 부엉이 안경 아래로 야밤중이 밝더라 松竹동시조 2023.01.17
찹쌀떡 찹쌀떡 松竹 김철이 동짓달 칼바람이 매섭게 춤추는데 한겨울 떠나가라 외치던 그 목소리 밤이슬 맞아가면서 벌벌 떠는 찹쌀떡 떡판에 눌러앉아 기나긴 겨울밤을 즐기듯 거닐다가 언 몸을 녹이려나 부르는 노랫소리로 추위 쫓는 찹쌀떡 松竹동시조 2022.12.06
여우 여우 松竹 김철이 먼 옛적 할아버지 이야기책 등장했다 부엉이 울 적이면 어느 사이 동무 되어 야밤이 졸리는 틈에 나눈 얘기 채우죠. 먼 옛날 외할머니 설화 속에, 나타났다 사라질 무렵이면 개구쟁이 외손자는 살며시 꿈길로 들어 곤한 잠에 빠지죠. 松竹동시조 2022.11.29
잠자리 잠자리 松竹 김철이 밀밭의 밀잠자리 밀 색으로 단장하고 고추밭 고추잠자리 고추 닮아 빨갛죠 잠자리 고향 따라서 매무새가 달라요. 빈 창공 높이 날아 뭉게구름 닮으려나 빈 허공 돌고 돌아 소용돌이 닮으려나 물 송치 부푼 꿈들이 연못가에 번져요. 松竹동시조 2022.10.11
거미(2) 거미(2) 松竹 김철이 초가집 처마 끝에 그물을 펼쳐놓고 허공을 헤엄치며 쉬파리 먹이 사냥 단번에 쓸어 잡으려 목 빠지는 닷거미 호박꽃 꽃잎 사이 거미줄 걸쳐놓고 가을을 거둬들일 일개미 땅강아지 한바탕 뛰고 놀고파 배실 잦는 왕거미 松竹동시조 2022.09.28
오소리 오소리 松竹 김철이 세상이 무서워서 숨어든 한라산에 몸 숨겨 살다 보니 낮에는 잠꾸러기 밤에는 안경 쓴 샌님 부엉이로 살고요 여름엔 덤불 위에 풀 수영 즐겨하고 겨울엔 동굴 속에 겨울잠 곤히 자며 한라산 지킬 꿍꿍이 산산 봉에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2.08.17
모기 모기 松竹 김철이 가시로 찌르듯이 앵앵거려 극성이고 주사로 찌르듯이 왕왕거려 소란이니 괜스레 왜 난리더냐? 물린 쪽은 나인걸 온 여름 다 가도록 칭얼거려 밤을 울고 온 밤이 다 밝도록 짱알거려 밤을 우니 공연히 왜 소란이냐? 울고픈 건 나인데 松竹동시조 2022.07.27
나비 나비 松竹 김철이 꽃 찾아 방방곡곡 막춤을 추는 듯이 꽃동네 날다 보니 꽃 닮은 갖은 나비 꽃 지고 휑한 꽃대에 꽃이 되어 앉지요. 꽃피고 새울 적에 꽃바람 등에 업혀 꿀 따러 훨훨 날아 꽃잎에 나풀나풀 꽃 시절 향한 소망이 꽃의 대궐 피워요. 松竹동시조 2022.04.06
소꿉질 소꿉질 松竹 김철이 난 엄마 너는 아빠 동갑 숲 소꿉동무 모래알 밥 안치고 햇살로 불 지피고 밥상은 깨진 기왓장 밥그릇은 병뚜껑 넌 여보 나는 당신 드넓은 부부애로 하루해 저물 적에 저녁놀 작별하고 내일도 소꿉동무로 꿈꾸었던 동심들 松竹동시조 2022.03.16
보름달 보름달 松竹/김철이 철부지 개구쟁이 빈 깡통 불 밝혀서 제 세상 만난듯이 신나게 돌려댄다. 새색시 수줍어하던 동그라미 표정이 대보름 동산 마루 살포시 걸터앉아 윗마을 아랫마을 고르게 살피더니 화사한 달빛 달고서 온 동네에 앉더라 松竹동시조 2022.02.09
겨울 허수아비(2) 겨울 허수아비(2) 松竹/김철이 얼마나 추울까 논두렁 허수아비 새 떠난 허허벌판 외로워 어떡하나 누더기 소맷자락에 칼바람이 나댄다. 찾아올 사람 없어 눈물이 폭포 같네 속 모를 눈송이는 살점을 파고들어 온몸을 얼려놓고 논두렁 희게 덥더라 찾아올 꽃소식은 아직도 묘연한데 발등은 시려오고 콧등은 얼어붙어 서러움 태산이라 한숨이 절로 난단다. 松竹동시조 2022.01.12
동짓날 동짓날 松竹 김철이 곱다란 어머니 손 흰 구슬 빚으시고 가마솥 품속으로 들어간 하얀 구슬 장작불 걸터앉아서 기차놀이 한데요 초저녁 밥상 위에 하얗게 올라앉은 새알심 형제들이 공깃돌 숟가락질 오르막 내리막 따라 팥죽할멈 놀려요 松竹동시조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