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고무신 松竹 김철이 띠 빵빵 띠띠빵빵 자동차 달려간다. 앞자리 소금쟁이 뒷자리 장구애비 개울가 물길을 따라 큰 강 구경 떠난다. 치익 폭 칙칙폭폭 급행차 달려간다. 운전사 미꾸라지 조수는 게아재비 시냇가 철길을 삼아 여름 여행 간단다. 松竹동시조 2024.04.09
악어새 악어새 松竹 김철이 드넓은 해변가에 먹을 것이 그리 없나 포식자 이빨 사이 들락날락 먹고 사니 바닷물 눈물 흘리듯 아래로만 흘러요. 무섭지 않은가 봐 하루 종일 목숨 걸고 포식자 입속으로 밀물 썰물 드나들 듯 겁 없는 날갯짓으로 하루살이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4.03.19
멧돼지 멧돼지 松竹 김철이 호랑이 떠난 동네 이리떼가 주인이듯 호랑이 쉬러 간 새 산중마을 차지하고 대식가 본색 드러내 미움 사는 꿀꿀이 소문난 욕심쟁이 이곳저곳 쏘다니며 자기네 안방인 양 조롱박이 열리듯이 제 새끼 낳아 기르니 눈총 맞는 다산왕 松竹동시조 2024.02.27
갈치 갈치 松竹 김철이 마파람 불어올 적 남해안 소금물에 갈지자 헤엄치는 은비늘 눈부셔도 다가올 운명은 통째 바닷물에 쟁여요. 은비늘 번쩍이며 들어선 어물전이 낯설어 어리둥절 둘러본 틈 사이에 몸값은 하늘을 뚫듯 용트림을 하지요. 松竹동시조 2024.01.23
펭귄 펭귄 松竹 김철이 뭇 동물 황제라는 이름표에 걸맞게도 매서운 남극 살이 연미복을 차려입은 매무새 걸맞지 않게 뒤뚱 걸음 우습죠. 남극의 신사답게 물바람숲 등에 지고 춥지도 않은 건지 검정 양복 흰 노타이 멋 내다 떨면서 통째 엉거주춤 걷지요. 松竹동시조 2023.12.19
소쩍새 소쩍새 松竹 김철이 외로워 우는 걸까, 대답 없는 메아리가 야밤을 들락날락 바위틈을 메우는데 밤바람 동무 삼아서 하룻밤을 놀더라 밤하늘 말벗 삼아 노래 짓는 야경꾼이 밤이슬 연필 삼고 밤 허공을 종이 삼아 밤 노래 짓는 틈새에 하룻밤이 짧단다 松竹동시조 2023.11.21
접동새 접동새 松竹 김철이 달 밝은 야밤중에 웬 사연 그리 많아 밤바람 실려 우는 구슬픈 그 울음은 나마저 단잠 못 들고 꼬박, 새게 하네요. 밤새워 우는 소리 귓전에 맴돌다가 동산에 해 뜰 적에 꼬리만 남겨놓고 지는 달 틈새 돌아서 작별 인사, 하네요. 松竹동시조 2023.10.24
까치 까치 松竹 김철이 마당 앞 팽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 아침에 나만 보면 제 이름을 불러주니 자기가 까치란 것을 알려주려 하나 봐 흰 양복 까만 조끼 꽃단장한 차림으로 꼬랑지 흔들면서 제 이름을 말해주니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줄 아나 봐 松竹동시조 2023.09.19
개미와 새우 개미와 새우 松竹 김철이 하늘은 무한하게 높고도 멀다지만 개미는 그 창공이 낮게만 여기나 봐 지하로 숨어 들어가 온몸 낮춰 살지요. 바다는 무궁하게 깊고도 넓다는데 새우는 그 해양을 좁게만 여기나 봐 공손히 굽은 허리 늘 꾸부린 채 살지요. 松竹동시조 2023.08.22
개미(2) 개미(2) 松竹 김철이 덥지도 않은가 봐 온 여름 들락날락 땅 둥지 드나들며 구슬땀 흘리더니 풍년가 콧노래 삼아 가을 소풍 가더라 춥지도 않은가 봐 시린 손 호호 불며 겨우내 부지런히 먹이만 모으더니 개나리 피어날 적에 새봄 놀이 가더라 松竹동시조 2023.07.18
갈매기 갈매기 松竹 김철이 검푸른 파도 위에 하얀 날개 펼쳐놓고 등댓불 깜빡일 적 부리 쪼아 물어보니 바닷길 그 사연 저도 모른다며 도리질 바위섬 동무 삼아 고운 울음 늘어놓고 모래알 반짝일 때 소리 모아 물어봐도 바닷속 그 전설 그도 모른다며 오리발 松竹동시조 2023.06.20
파리 파리 松竹 김철이 무슨 죄, 지었을까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밥상 위 단무지를 반 조각만 맛보자네 달아날 곳을 미리 다 쟁여놓고 웃지요. 어떤 죄, 지었길래 두 발 모아 쓱싹 빌어 접시 속 생선구이 반 토막만 먹자네요 도망칠 장소 먼저 다 포개놓고 놀려요. 松竹동시조 2023.05.31
개구리 개구리 松竹 김철이 경칩일 잠꾸러기 아저씨 눈뜨시네 겨우내 잠자놓고 그래도 부족한 듯 하품만 길게 늘어져 물웅덩이 채워요. 주름진 얼룩무늬 아줌마 신나셨네 실버들 그넷줄에 매달려 노시느라 진종일 소리 높여서 개골개골 즐겨요. 松竹동시조 2023.04.04
재첩국 장수 재첩국 장수 松竹 김철이 새벽녘 댓바람이 알싸한 동내 안팎 늘어진 사투리로 외치는 목소리가 아침을 깨워놓고서 줄행랑을 쳤어요 골목 안 집집마다 눈곱도 안 뗐는데 밥상을 차지하고 수저질 앗아갔던 그 시절 그 목소리가 오늘 아침 그려요 松竹동시조 2023.03.21
두루미 두루미 松竹 김철이 외로운 두루미가 노을 속을 빠져드네 누구를 찾는 걸까, 길게 느린 그리움에 서산은 더욱 불그레 계곡 적셔 울더라 사계절 머물러서 있을 줄만 알았는데 멀어진 옛 둥지가 오실 약속 사라지고 어둠이 더욱 깊으면 어느 곳에 쉬려나 松竹동시조 202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