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모기 松竹 김철이 가시로 찌르듯이 앵앵거려 극성이고 주사로 찌르듯이 왕왕거려 소란이니 괜스레 왜 난리더냐? 물린 쪽은 나인걸 온 여름 다 가도록 칭얼거려 밤을 울고 온 밤이 다 밝도록 짱알거려 밤을 우니 공연히 왜 소란이냐? 울고픈 건 나인데 松竹동시조 2022.07.27
나비 나비 松竹 김철이 꽃 찾아 방방곡곡 막춤을 추는 듯이 꽃동네 날다 보니 꽃 닮은 갖은 나비 꽃 지고 휑한 꽃대에 꽃이 되어 앉지요. 꽃피고 새울 적에 꽃바람 등에 업혀 꿀 따러 훨훨 날아 꽃잎에 나풀나풀 꽃 시절 향한 소망이 꽃의 대궐 피워요. 松竹동시조 2022.04.06
소꿉질 소꿉질 松竹 김철이 난 엄마 너는 아빠 동갑 숲 소꿉동무 모래알 밥 안치고 햇살로 불 지피고 밥상은 깨진 기왓장 밥그릇은 병뚜껑 넌 여보 나는 당신 드넓은 부부애로 하루해 저물 적에 저녁놀 작별하고 내일도 소꿉동무로 꿈꾸었던 동심들 松竹동시조 2022.03.16
보름달 보름달 松竹/김철이 철부지 개구쟁이 빈 깡통 불 밝혀서 제 세상 만난듯이 신나게 돌려댄다. 새색시 수줍어하던 동그라미 표정이 대보름 동산 마루 살포시 걸터앉아 윗마을 아랫마을 고르게 살피더니 화사한 달빛 달고서 온 동네에 앉더라 松竹동시조 2022.02.09
겨울 허수아비(2) 겨울 허수아비(2) 松竹/김철이 얼마나 추울까 논두렁 허수아비 새 떠난 허허벌판 외로워 어떡하나 누더기 소맷자락에 칼바람이 나댄다. 찾아올 사람 없어 눈물이 폭포 같네 속 모를 눈송이는 살점을 파고들어 온몸을 얼려놓고 논두렁 희게 덥더라 찾아올 꽃소식은 아직도 묘연한데 발등은 시려오고 콧등은 얼어붙어 서러움 태산이라 한숨이 절로 난단다. 松竹동시조 2022.01.12
동짓날 동짓날 松竹 김철이 곱다란 어머니 손 흰 구슬 빚으시고 가마솥 품속으로 들어간 하얀 구슬 장작불 걸터앉아서 기차놀이 한데요 초저녁 밥상 위에 하얗게 올라앉은 새알심 형제들이 공깃돌 숟가락질 오르막 내리막 따라 팥죽할멈 놀려요 松竹동시조 2021.12.22
별주부전 별주부전 松竹 김철이 용왕님 탈이 나서 토끼 간 약이라네 용궁에 토끼 간이 있을 리 만무했지 용왕님 별주부님을 불러놓고, 일렀지 산으로 달려가서 토끼 간 구해오라 지엄한 명을 내려 별주부 궁을 나와 산으로 올라왔었네 산토끼를 찾으러 어렵게 토끼 만난 자라는 토끼 꾐에 쉽사리 넘어가니 토 선생 놀려 대며 산으로 줄행랑치니 별주부는 화들짝 이일을 어쩜 좋아 용왕님 아시면은 불호령 떨어질까 온몸은 엉거주춤 바다로 가는 발걸음 느림보와 같단다. 松竹동시조 2021.10.13
땅만큼 하늘만큼 땅만큼 하늘만큼 松竹 김철이 엄마가 물어본다 철민아 넌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니 철민이 두 팔 펼쳐 땅만큼 큰 하늘만큼 우리 엄말 사랑해 아빠가 물어본다 영희야 넌 아빠를 얼마큼 좋아하니 영희가 두 팔 펼쳐 땅만큼 큰 하늘만큼 우리 아빨 좋아해 두 팔을 펼쳐봐야 부모님 사랑 닮기 어림도 없을 텐데 땅만큼 큰 하늘만큼 어떻게 실천할까 나 코흘리개 동심들 松竹동시조 2021.09.29
나팔꽃 나팔꽃 松竹 김철이 밤이슬 눈뜬 아침 회 치며 우는 수탉 잉크 빛 여린 꽃잎 하루의 문을 열어 따따따 늦잠꾸러기 우렁차게 깨워요. 첫닭은 둥지 위에 기지개 절로 켜고 삽살개 짖는 위세 파란 꽃 무서워서 줄행랑 외줄 타고서 올망졸망 올라요. 드높은 하늘 보면 어느새 수줍어서 새하얀 보조개로 동녘에 묶어 놓고 살포시 드맑은 미소 저녁나절 접어요. 松竹동시조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