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병아리 - 松竹/김철이 - 노오란 계절 아기 노오란 털옷입고 개나리 그늘 아래 걸음마 배울 적에 성급한 종종걸음 어미 닭 찾아가요 털실로 지어 입은 노오란 때때옷이 개나리 꽃잎 닮아 뜰 안을 메우더니 어느새 꼬박꼬박 봄들에 잠들지요 유채꽃 꽃잎 끝에 봄 재롱 한참이고 병아리 재롱.. 松竹동시조 2016.02.16
팽이 팽이 - 松竹 / 김철이 - 고향을 잃었나 봐 갈 길은 천리인데 쉼 없이 돌아봐야 제자리걸음인걸 어디로 가고 싶어 자꾸만 도는 걸까 작년도 그랬듯이 올해도 돌아보렴 겨우내 친구 되어 추위도 몰아내고 찾아올 봄 뜨락에 새 약속 심어보게 신 나게 도는구나 매질만 당하는데 얼음판 돌고 .. 松竹동시조 2015.12.30
첫눈(1) 첫눈(1) - 松竹 / 김철이 - 밤사이 장독 위에 소복이 쟁여가고 첫 손님 그리움이 줄지어 노래하네 애타는 기다림은 가슴을 쓸어가며 어디로 들어왔나 흔적도 없으련만 놀다 간 그 자리엔 꼬리만 밟혀가네 노크도 하지 않고 뒷문만 열어놓고 달아난 그 언저리 아쉬움 쌓여가고 새벽길 길섶에는 설레임 눈물짓네 이다음 오실 적엔 편지나 쓰고 오길… 松竹동시조 2015.12.28
코스모스 코스모스 松竹/김철이 가을 길 길섶마다 들리는 소리 있어 귀여겨들어보니 지나간 옛 시절의 몇 구절 옛이야기 꽃잎에 조롱조롱 다시금 쓰고 지울 사연은 밤중인데 불어올 바람결에 줄기는 개미허리 꽃잎은 어긋나니 꽃심만 울긋불긋 흘러간 사연일랑 잊고서 피라 하니 길손들 눈길 잡.. 松竹동시조 2015.08.10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 松竹/김철이 높다란 가을하늘 놀이터 삼아노니 시절은 어느사이 황토색 물이 들어 온 들녘 풍년노래 더 높아 가더란다. 떠돌이 곡예단의 광대를 닮았을까 빠알간 불이 붙는 코끝을 바라보니 춤추는 어릿광대 그 모습 흡사하다. 가냘픈 날갯짓에 오곡이 무르익고 논두렁 허수.. 松竹동시조 2015.08.07
해바라기 해바라기 松竹/김철이 커다란 얼굴 속에 새까만 씨앗들이 온종일 내리쬐는 따가운 뙤약볕에 알차게 익어가니 시절도 무르익네 진종일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인데 끝없는 미소 지어 더위에 지친 이들 한시름 쉬어가라 큰마음 내어주네 소나기 내릴 적에 지나간 옛이야기 잊을까 두려워서 .. 松竹동시조 2015.07.02
수박 수박 松竹/김철이 동그란 몸통 속에 새까만 씨앗들이 귓속말 주고받다 날밤을 샜나 보다 내년 봄 또 만나자 손가락 걸고 걸며 검푸른 등창에는 얼룩도 선명하지 약속한 온 여름을 무사히 지키려고 특전단 아저씨들 흉내도 잘 내더라 악동들 머리 위에 껍질로 눌러앉자 진종일 놀다 보니 .. 松竹동시조 2015.07.01
봄소식 봄소식 松竹/김철이 개나리 가지 끝에 새봄이 피어나네 종달새 노랫소리 줄지어 세워놓고 길잃은 꽃샘바람 제 고향 찾아간다 불이야 깜짝 놀라 돌아본 산기슭에 진달래 붉은 불이 아래로 내려가네 실버들 머리 감는 냇물이 그리워서 산허리 휘 여감아, 오르는 아지랑이 씀바귀 기는 걸음.. 松竹동시조 2015.05.22
별이 삼 형제 별이 삼 형제 松竹/김철이 모두 잠든 밤하늘 초록별이 깨지요 아랫마을 윗마을 공평하게 비추죠 절로 조는 소쩍새 외로워 울까 봐요 잔설 남은 들녘에 홀로 피는 민들레 세상구경 떠날 때 어깨동무 잰걸음 친구 되어 봄 씨앗 온 누리에 심었죠 샛강 건너 재너머 초승달이 바쁠 때 반짝반.. 松竹동시조 2015.05.19
겨울 허수아비 겨울 허수아비 - 松竹 / 김철이 - 가을걷이 끝난 뒤 홀로서는 외톨이 친구 되어 놀던 새 어디에도 없고요 개구쟁이 눈바람 누더기 속 누비죠 풍성했던 그 시절 추억으로 남기고 가득 찼던 그리움 벙거지 속 머물죠 칼춤 추는 눈보라 논두렁에 놀 적에 서산마루 끝자락 붉게 타던 노을이 허.. 松竹동시조 2014.11.10
청둥오리 청둥오리 - 松竹 / 김철이 - 물 방석 깔고 앉아 뱃놀이 즐기려니 얼음이 꽁꽁 얼어 노 저을 길이 없네 두 날개 퍼덕이다 날아간 꿈일 테지 동장군 휘두르는 칼바람 무서워서 따뜻한 고장 찾아 펼쳐논 겨우살이 힘겹긴 마찬가지 갈대도 우는구나 한 시절 머물다가 봄 오면 돌아갈걸 목놓아 .. 松竹동시조 2014.11.07
가을 감나무 가을 감나무 - 松竹 / 김철이 - 열꽃이 피려는지 잔가지 꼬리마다 연분홍 옹알이가 연이어 줄을 잇네 농부들 이마마다 땀방울 피어나듯 남몰래 울은 세월 기차길 같으련만 행여나 누가 알까 속으로 삭이다가 비어갈 가을마당 채우려 무르익네 한해의 끝자락이 온 들녘 가득한데 밀려난 시.. 松竹동시조 2014.09.11
허수아비 허수아비 - 松竹 / 김철이 - 누더기 기워 입은 논두렁 허수아비 풍년가 갈바람에 묻어온 뜬소문에 허기진 표정으로 온 가을 홀로 섰네 빈 들녘 지키느라 외롭기 한이 없어 참새 떼 불러모아 친구로 놀자 하니 어긋난 연인지라 달아나 버린단다 가을철 시절 끝에 홀로선 비렁뱅이 쓸쓸한 마.. 松竹동시조 2014.09.01
봉선화 봉선화 松竹/김철이 길가다 돌아보니 담장 밑 붉은 꽃잎 온 얼굴 미소 짓고 날 오라 손짓하다 사계절 피고 싶은 마음만 붉어갔지 온 여름 뙤약볕에 빨갛게 익어가는 봉선화 꽃잎마다 여름이 조롱조롱 대자연 마음속에 더 붉게 익어가네 어머니 올려주신 손톱 위 봉선화가 반나절 놀다 보.. 松竹동시조 2014.07.11
여름 바다 여름 바다 松竹/김철이 초록빛 물살들이 줄지어 들락날락 어디서 날아왔나 갈매기 노랫소리 한바탕 시끌벅적 온 동네 즐겁더라 돌고래 본받았나 해녀들 물질 모습 바닷속 친구들이 반기며 손짓하네 통통배 신이 난 듯 온 마을 주름잡네 거북이 느린 걸음 닮고파 느려질까 오뉴월 뙤약볕.. 松竹동시조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