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박 松竹/김철이 동그란 몸통 속에 새까만 씨앗들이 귓속말 주고받다 날밤을 샜나 보다 내년 봄 또 만나자 손가락 걸고 걸며 검푸른 등창에는 얼룩도 선명하지 약속한 온 여름을 무사히 지키려고 특전단 아저씨들 흉내도 잘 내더라 악동들 머리 위에 껍질로 눌러앉자 진종일 놀다 보니 .. 松竹동시조 2015.07.01
봄소식 봄소식 松竹/김철이 개나리 가지 끝에 새봄이 피어나네 종달새 노랫소리 줄지어 세워놓고 길잃은 꽃샘바람 제 고향 찾아간다 불이야 깜짝 놀라 돌아본 산기슭에 진달래 붉은 불이 아래로 내려가네 실버들 머리 감는 냇물이 그리워서 산허리 휘 여감아, 오르는 아지랑이 씀바귀 기는 걸음.. 松竹동시조 2015.05.22
별이 삼 형제 별이 삼 형제 松竹/김철이 모두 잠든 밤하늘 초록별이 깨지요 아랫마을 윗마을 공평하게 비추죠 절로 조는 소쩍새 외로워 울까 봐요 잔설 남은 들녘에 홀로 피는 민들레 세상구경 떠날 때 어깨동무 잰걸음 친구 되어 봄 씨앗 온 누리에 심었죠 샛강 건너 재너머 초승달이 바쁠 때 반짝반.. 松竹동시조 2015.05.19
겨울 허수아비 겨울 허수아비 - 松竹 / 김철이 - 가을걷이 끝난 뒤 홀로서는 외톨이 친구 되어 놀던 새 어디에도 없고요 개구쟁이 눈바람 누더기 속 누비죠 풍성했던 그 시절 추억으로 남기고 가득 찼던 그리움 벙거지 속 머물죠 칼춤 추는 눈보라 논두렁에 놀 적에 서산마루 끝자락 붉게 타던 노을이 허.. 松竹동시조 2014.11.10
청둥오리 청둥오리 - 松竹 / 김철이 - 물 방석 깔고 앉아 뱃놀이 즐기려니 얼음이 꽁꽁 얼어 노 저을 길이 없네 두 날개 퍼덕이다 날아간 꿈일 테지 동장군 휘두르는 칼바람 무서워서 따뜻한 고장 찾아 펼쳐논 겨우살이 힘겹긴 마찬가지 갈대도 우는구나 한 시절 머물다가 봄 오면 돌아갈걸 목놓아 .. 松竹동시조 2014.11.07
가을 감나무 가을 감나무 - 松竹 / 김철이 - 열꽃이 피려는지 잔가지 꼬리마다 연분홍 옹알이가 연이어 줄을 잇네 농부들 이마마다 땀방울 피어나듯 남몰래 울은 세월 기차길 같으련만 행여나 누가 알까 속으로 삭이다가 비어갈 가을마당 채우려 무르익네 한해의 끝자락이 온 들녘 가득한데 밀려난 시.. 松竹동시조 2014.09.11
허수아비 허수아비 - 松竹 / 김철이 - 누더기 기워 입은 논두렁 허수아비 풍년가 갈바람에 묻어온 뜬소문에 허기진 표정으로 온 가을 홀로 섰네 빈 들녘 지키느라 외롭기 한이 없어 참새 떼 불러모아 친구로 놀자 하니 어긋난 연인지라 달아나 버린단다 가을철 시절 끝에 홀로선 비렁뱅이 쓸쓸한 마.. 松竹동시조 2014.09.01
봉선화 봉선화 松竹/김철이 길가다 돌아보니 담장 밑 붉은 꽃잎 온 얼굴 미소 짓고 날 오라 손짓하다 사계절 피고 싶은 마음만 붉어갔지 온 여름 뙤약볕에 빨갛게 익어가는 봉선화 꽃잎마다 여름이 조롱조롱 대자연 마음속에 더 붉게 익어가네 어머니 올려주신 손톱 위 봉선화가 반나절 놀다 보.. 松竹동시조 2014.07.11
여름 바다 여름 바다 松竹/김철이 초록빛 물살들이 줄지어 들락날락 어디서 날아왔나 갈매기 노랫소리 한바탕 시끌벅적 온 동네 즐겁더라 돌고래 본받았나 해녀들 물질 모습 바닷속 친구들이 반기며 손짓하네 통통배 신이 난 듯 온 마을 주름잡네 거북이 느린 걸음 닮고파 느려질까 오뉴월 뙤약볕.. 松竹동시조 2014.07.07
봄 봄 松竹/김철이 물줄기 하품소리 개골창 메우더니 어느새 달려왔나 시냇가 우렁차네 실버들 입 맞추고 수줍어 달아나네 개나리 닮았구나 노오란 약병아리 노랗게 걸어보니 온 세상 감귤이라 도리질 몇 차례에 새봄이 무르익네 씀바귀 첫 걸음마 아래로 기는구나. 소쩍새 밤노래도 이쯤.. 松竹동시조 2014.05.02
아지랑이 아지랑이 松竹/김철이 봄 뜨락 아지랑이 재롱이 한참이네 개나리 춤 맵시도 제풀에 지칠 텐데 저토록 춤추다가 하루나 갈까 싶네 새봄의 그루터기 날마다 새로운데 아랑곳없다면서 한 시절 즐긴단다 허공만 올라가다 꽁무니 빠질 텐데 고향 간 제비가족 옛정을 찾아들고 개구리 하품소.. 松竹동시조 2014.04.30
겨울 나비 겨울 나비 松竹/김철이 길잃은 손님일까 외로운 그 모습이 눈앞에 아롱거려 눈물이 절로 난다 낙엽 진 빈 들녘을 혼자서 날고 있네 꽃들도 풀벌레도 겨울잠 곤히 자고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 외로운데 어디다 놓고 왔나 고향 갈 그 기억을 동장군 칼바람에 문풍지 절로 떨고 밤 서리 동.. 松竹동시조 2014.02.14
겨울 유리창 겨울 유리창 松竹/김철이 성에 낀 유리창에 손가락 연필 삼아 보고픈 우리 엄마 남몰래 그려본다 처마 밑 고드름이 숨어서 볼까 봐서 내 마음 겨울들에 묻었던 우리 엄마 올겨울 어찌 날까 걱정이 태산이네 이불도 없는 나라 춥지나 않으실까 해 돋는 아침 창에 초상화 그려본다 다정한 .. 松竹동시조 2014.02.12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 松竹/김철이 잠자리 꼬리 끝에 가을을 걸어놓고 온종일 날다 보니 논두렁 허수아비 헤어진 옷자락이 만국기 같더란다 도토리 고깔모자 깊숙이 눌러쓰고 산골짝 다람쥐가 볼까 봐 데굴데굴 굴러서 달려가네 일등은 제 것인 양 해 저문 밤하늘에 늘어진 구름 사이 달님도 잔별.. 松竹동시조 2014.01.21
가을 소풍 가을 소풍 松竹/김철이 다람쥐 알밤 주워 소풍 갈 준비하여 붉으래 익어가는 가을 산 바라보다 단풍잎 곱게 접어 온 마음 날려보내죠 귀뚜리 하프 소리 온 가을 시를 지어 메마른 마음들이 외로워할까 봐서 수천 리 마다않고 소풍을 떠나신다죠. 松竹동시조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