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松竹/김철이 물줄기 하품소리 개골창 메우더니 어느새 달려왔나 시냇가 우렁차네 실버들 입 맞추고 수줍어 달아나네 개나리 닮았구나 노오란 약병아리 노랗게 걸어보니 온 세상 감귤이라 도리질 몇 차례에 새봄이 무르익네 씀바귀 첫 걸음마 아래로 기는구나. 소쩍새 밤노래도 이쯤.. 松竹동시조 2014.05.02
아지랑이 아지랑이 松竹/김철이 봄 뜨락 아지랑이 재롱이 한참이네 개나리 춤 맵시도 제풀에 지칠 텐데 저토록 춤추다가 하루나 갈까 싶네 새봄의 그루터기 날마다 새로운데 아랑곳없다면서 한 시절 즐긴단다 허공만 올라가다 꽁무니 빠질 텐데 고향 간 제비가족 옛정을 찾아들고 개구리 하품소.. 松竹동시조 2014.04.30
겨울 나비 겨울 나비 松竹/김철이 길잃은 손님일까 외로운 그 모습이 눈앞에 아롱거려 눈물이 절로 난다 낙엽 진 빈 들녘을 혼자서 날고 있네 꽃들도 풀벌레도 겨울잠 곤히 자고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 외로운데 어디다 놓고 왔나 고향 갈 그 기억을 동장군 칼바람에 문풍지 절로 떨고 밤 서리 동.. 松竹동시조 2014.02.14
겨울 유리창 겨울 유리창 松竹/김철이 성에 낀 유리창에 손가락 연필 삼아 보고픈 우리 엄마 남몰래 그려본다 처마 밑 고드름이 숨어서 볼까 봐서 내 마음 겨울들에 묻었던 우리 엄마 올겨울 어찌 날까 걱정이 태산이네 이불도 없는 나라 춥지나 않으실까 해 돋는 아침 창에 초상화 그려본다 다정한 .. 松竹동시조 2014.02.12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 松竹/김철이 잠자리 꼬리 끝에 가을을 걸어놓고 온종일 날다 보니 논두렁 허수아비 헤어진 옷자락이 만국기 같더란다 도토리 고깔모자 깊숙이 눌러쓰고 산골짝 다람쥐가 볼까 봐 데굴데굴 굴러서 달려가네 일등은 제 것인 양 해 저문 밤하늘에 늘어진 구름 사이 달님도 잔별.. 松竹동시조 2014.01.21
가을 소풍 가을 소풍 松竹/김철이 다람쥐 알밤 주워 소풍 갈 준비하여 붉으래 익어가는 가을 산 바라보다 단풍잎 곱게 접어 온 마음 날려보내죠 귀뚜리 하프 소리 온 가을 시를 지어 메마른 마음들이 외로워할까 봐서 수천 리 마다않고 소풍을 떠나신다죠. 松竹동시조 2014.01.17
보름달 보름달 - 松竹/김철이 - 철부지 개구쟁이 빈 깡통 불 밝혀서 제 세상 만난 듯이 신 나게 돌려대며 새색시 모습처럼 수줍던 둥근 표정이 대보름 동산 마루 살포시 걸터앉아 윗마을 아랫마을 고르게 살피더니 화사한 달빛으로 온 동네 내려앉더라 松竹동시조 2013.04.12
게 게 - 松竹/김철이 - 모래밭 가로질러 소풍을 가나 봐요 따로 된 마음처럼 하나둘 기어가네 선생님 아이들도 옆으로 걷는 걸음 온종일 걸어봐야 옆으로 기는 걸음 마음은 앞으론 데 걸음은 옆으로니 바빠진 마음들이 온 바다 늘려 있네 松竹동시조 2013.04.11
모래성 모래성 - 松竹/김철이 - 진종일 들락날락 파도가 닿는 자리 동심이 지어놓은 모래성 우두커니 혼자서 외로워서 울고만 섰더니만 해 질 녘 노을 꽃이 빨갛게 피어나서 홀로된 모래성을 보듬어 달래주니 화 풀린 모래알이 하나둘 흩어진다. 松竹동시조 2013.04.10
아람문학 (2011년 봄호) 동시조부문 신인문학상 아람문학 (2011년 봄호) 동시조부문 신인문학상 봄비 - 松竹/김철이 - 똑똑똑 누구세요 창문을 노크하던 시절의 첫 손님이 맨땅에 주저앉아 호미도 들지 않고서 새봄을 심는구나 어느새 봄이구나 꽃들의 환호성이 산과 들 계곡마다 물들듯 번지더니 단비를 받아먹고서 봄 뜰을 수놓는다. 강남 간 제비들.. 松竹동시조 2011.05.17